대전 원도심 주말마다 ‘들썩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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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방문의 해 맞아 ‘토토즐 페스티벌’…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 결합 축제로

“기다려 줘, 기다려 줘. 내가 그대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줘, 기다려 줘~.”

지난 7월 6일 오후 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으로 향하는 길. 목척교 인근에서 귀에 익은 노랫말이 들려왔다. 한낮의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한 기타 선율을 따라가자 대전천 수변무대에서 남성 2인조 어쿠스틱 밴드의 공연이 한창이다. 객석에 시민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무대 주변으로 형형색색의 조명이 밝혀지면서 공연은 열기를 더해갔다. 공연장 위쪽 중앙시장과 대전천 사이 천변도로에서는 야시장이 펼쳐져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중앙시장과 대전의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를 연결하는 은행교 위에서는 ‘프리마켓’도 열리고 있었다. 으능정이 거리 한가운데 ‘스카이로드’ 위로 펼쳐진 214m 길이 초대형 LED 스크린에 화려한 영상이 켜지고,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파티가 시작되자 거리 전체가 금세 빠른 템포의 댄스음악과 함성으로 들썩였다.

지난 5월 대전 중구 은행동 스카이로드에서 ‘대전 토토즐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대전시 제공

지난 5월 대전 중구 은행동 스카이로드에서 ‘대전 토토즐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대전시 제공

주요 거점 장소 돌아가며 열려

주말마다 대전 원도심이 들썩이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5월부터 매주 토요일 은행동 스카이로드와 중앙시장 일원에서 ‘토토즐(토요일 토요일을 즐겨라)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대전 방문의 해’를 맞아 야심차게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토요일 오후 대전역과 스카이로드, 중앙로 지하상가, 테미오래(옛 충남도 관사촌) 등 주요 거점 장소를 돌아가며 열리는 ‘들썩들썩 원도심’ 공연을 시작으로, EDM 파티와 야시장, 프리마켓 등 다양한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를 결합한 축제를 선보이고 있다. 대전시는 토토즐 페스티벌을 올해 대표적인 주말 여행 콘텐츠로 내세워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보통 1년 단위로 운영하는 지역 방문의 해도 2021년까지 3개년 계획을 세워 운영하기로 했다. 시 출범 70주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맞은 올해가 그 원년이다.

올해부터 대전 방문의 해를 시작한 대전시의 가장 큰 고민은 볼거리·즐길거리 없는 이른바 ‘노잼(재미없는) 도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최근 대전세종연구원이 내놓은 ‘대전형 국내여행 연합관광상품 도입여건 분석과 향후 운영과제’라는 정책연구보고서를 보면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대전을 국내 여행지로 선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 것이 ‘볼거리·즐길거리 부족’이었다. 기본적으로 관광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 못한 데다 이런 이유들까지 더해져 대전을 방문하는 여행자 수는 한 해 300만∼350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대전에도 특색 있는 여행지나 관광 콘텐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 유일의 효 테마공원인 뿌리공원과 종합테마파크인 오월드, 지난해 대통령의 휴가지로 주목을 받았던 장태산 휴양림이나 대청호반길, 계족산 황톳길 같은 곳들이 ‘대전관광명소 12선’으로 소개되고 있는 대표적인 여행지다. 다만 그동안 다양한 명소를 연결하고 교통 접근성 등 관광지로서의 좋은 여건을 살릴 수 있는 여행 콘텐츠나 인프라가 부족했다는 것이 대전시의 자체 분석이다. 올해 대전시가 ‘대전만의 콘텐츠’가 담긴 상설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문화·예술’과 ‘과학’, ‘힐링’, ‘재미’라는 4대 여행 콘셉트가 그 핵심이다.

214m 길이 초대형 LED스크린이 설치돼 있는 대전 중구 은행동 스카이로드./대전시 제공

214m 길이 초대형 LED스크린이 설치돼 있는 대전 중구 은행동 스카이로드./대전시 제공

문화·예술, 과학, 힐링, 재미 4대 콘셉트

문화·예술을 테마로 한 대전 관광의 새로운 콘텐츠는 원도심의 근대문화유산과 대전예술의전당, 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이 있는 서구 둔산동 일대 문화예술단지를 중심으로 구상되고 있다. 대전은 1905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하면서 대전역을 중심으로 도시의 근간이 형성된 곳이어서 지금도 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에 이르는 원도심 지역에 여러 근대건축물이 남아있다. 대전시는 이곳에 ‘근대문화 탐방로’를 조성해 여행자들이 대전역부터 5.17㎞ 구간의 순환형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옛 충남도청과 관사촌, 옛 조선식산은행과 산업은행 대전지점 등 9곳의 근대건축물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또 대전에 미술관이 있는 고 이응노 화백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중심 콘텐츠로 삼아 다양한 문화예술공간을 연계하는 ‘이응노 예술여행 패키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과학도시’라는 대전의 이미지와 강점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 카이스트(KAIST)와 대덕연구개발특구, 중앙과학관, 시민천문대 등을 연계한 과학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체험여행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힐링’을 테마로 한 대전 여행에는 대청호와 유성온천, 한밭수목원, 장태산, 계족산 등 생태·관광자원이 활용된다. 대청호 생태 힐링 여행 등을 상설 여행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온천테라피 등과 연계해 체류형 여행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재미’ 여행에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다. 유명빵집 ‘성심당’을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카페·맛집 등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나 효 테마공원인 뿌리공원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가족여행상품 등을 기획하고 있다.

대전시는 대전 방문의 해에 맞춰 이 같은 4대 테마 여행 프로그램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올해 시티투어버스와 스토리투어 프로그램도 확대·개편했다. 요일별로 역사문화, 교육, 대덕특구탐방, 힐링, 야경 등 9개 주제 25개 코스의 테마형 시티투어버스가 운행 중이고, 주말에는 여행객이 자유롭게 타고 내리며 원하는 곳을 여행할 수 있는 순환형 투어 노선 3개도 운영하고 있다. 사전예약으로 3000원의 참가비만 내면 참여할 수 있는 스토리투어는 대전의 숨겨진 이야기와 속살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도시 여행 프로그램이다. ‘근대로의 여행’, ‘영화속으로’, ‘문화예술체험’을 주제로 한 원도심 투어와 갑천·유등천·대청호에서 진행되는 새벽힐링투어, 대동 하늘공원과 갑천 등을 여행하는 야간투어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번갈아 가며 오는 10월까지 진행된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3년간 운영되는 대전 방문의 해를 통해 대전의 숨겨진 멋과 매력을 제대로 알리고 대전을 중부권 관광 거점도시이자 국내 관광의 선도도시로 만들려 한다”며 “2022년에는 대전 여행객을 연간 1000만명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대전 관광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면서 여행객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전·이종섭 전국사회부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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