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차 보급 사업 등 4조3000억원 투입 수소에너지 자급도시 추진
1974년 창원국가산업단지가 조성돼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한 ‘기계공업의 요람’ 경남 창원시가 글로벌 수소산업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창원시는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보급 등 12개 사업에 4조3000억원을 들여 수소에너지 자급도시 ‘친환경 수소산업 특별시’를 꾀하고 있다.

6월 5일부터 경남 창원지역 2개 노선에 투입된 친환경 수소전기버스. / 창원시 제공
수소전력, 창원 전기 사용량 절반 생산
창원시는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신형 수소전기버스 공개 제막식과 도심형 패키지 수소충전소 준공식을 했다. 지난해 11월 1일에는 ‘수소의 날’을 지정하고 수소산업 특별시를 선포했다. 창원국가산단(2530만2000㎡)에 있는 2783개 업체 중 70%가량이 자동차·선박 부품 등 기계산업이나 금속가공 업체들이다. 휘발유·경유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이들 업체가 수년 내 친환경 수소전기차 부품 생산업체로 전환해 친환경 에너지산업 전진기지를 꿈꾸고 있다. 창원시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전국에서 가장 많은 378대의 수소전기 승용차를 보급했다. 현재 수소충전소 3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모두 5곳에 설치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2만5500대(승용차 2만대, 승합·화물차 5500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30곳을 설치할 계획이다. 창원시는 전기를 충전해 운행하는 전기차도 2만9500대를 보급한다.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와 전기차 등 무공해 자동차 5만5000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수소전기차는 충전한 수소와 공기 중 산소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자체 전기를 생산해 차가 굴러가는 방식이다. 수소전기버스의 경우 거리 1㎞를 주행하면 4.9㎏의 미세먼지 등의 공기가 정화된다. 수소전기버스 1대가 연간 8만6000㎞를 달렸다고 가정했을 때 41만8218㎏의 공기, 즉 성인 76명이 1년 동안 마실 수 있는 공기가 정화된다. 창원시는 올해 현대자동차의 신형 수소전기버스 5대를 구매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2개 노선에 3대를 투입했으며 이달 말까지 2대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1회 수소를 충전하면 수소전기버스는 450㎞, 승용차는 630㎞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수소전기 승용차 구입비 7000여만원 가운데 본인 부담은 3690여만원이며 나머지는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한다. 연료비는 거리 1㎞를 달릴 때 수소 90원, 하이브리드 94원, 경유 100원, 휘발유 138원이 든다. 창원시는 1㎞당 연료비 단가를 50원으로 대폭 낮출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초청한 몽골 등 6개국 방한 연수단이 경남 창원시를 찾아 한국의 수소전기차 보급 정책을 듣고 수소전기차 등을 살펴보고 있다. / 창원시 제공
창원시는 프랑스·일본·독일 등이 도입한 도심형 패키지 수소충전소 사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도심형 패키지 수소충전소는 창원이 국내 최초로 2015년 개발에 착수해 지난달 성산구 중앙동에 설치했다. 이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 개발의 하나다. 압축기·저장용기·가스제어장치·냉각장치 등 충전소 설비를 컨테이너 안에 배치해 기존 수소충전소보다 설치면적을 17%가량 줄일 수 있다. 또 기존에 10개월가량 걸리던 수소충전소 구축기간도 6개월 이내로 40% 단축하고, 설치비용도 3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줄일 수 있다.
자동차부품연구원 경남본부가 오는 12월 창원 경남테크노파크 본원 5층에 설립되면 창원시가 수소 등 미래자동차 산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연구원 경남본부는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수소산업 개발, 수소 충전인프라 실증, 수소에너지 생산 효율성 개선, 자율주행 수소차 개발 사업 등 지역특성화 4대 사업을 중점 추진하게 된다.
수소산업 인프라 구축 등 해결 과제는
창원시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촉진 로드맵 발표에 맞춰 600㎿ 규모(원전 0.5기 대처)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 0.5기의 전기전력을 수소전력으로 대체하면 창원지역에서 사용하는 전체 전기 사용량(1244㎿)의 48%를 자체적으로 생산·공급하게 된다. 창원시는 또 두산중공업과 손잡고 2021년까지 ‘수소액화 및 저장장치’를 개발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영하 253도에서 액체로 바뀌는 수소의 성질을 이용해 수소를 액화시켜 저장하는 설비다. 설비가 완공되면 두산중공업은 승용차 100대가 일주일 운행할 수 있는 분량인 하루 0.5톤의 액화수소를 만들어 충전소에 공급한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이 6월 19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수소엑스포’에서 창원시 수소산업 육성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 창원시 제공
창원국가산단에는 광신기계공업·이엠솔루션 등 세계적인 기술수준을 갖춘 수소산업 관련 134개 기업체가 있다. 창원시는 이런 강점을 살려 국내 최초로 수소의 생산·저장·활용·소비가 모두 이뤄지는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 실증사업’ 등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원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공동으로 1686억원을 투입해 2022년 말까지 성산구 상복동·완암동 일대 43만5000㎡ 규모의 창원국가산단을 추가로 확장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확장한 산단에는 수소연료전지·친환경차 부품 등 첨단업종을 유치해 창원산단 기계업종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창원시가 추진하는 수소산업에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기존 전기차 보급사업도 초기단계인데 수소차 보급을 서두른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5월 말 발생한 강원 강릉시 과학산업단지 수소탱크 폭발사고처럼 연료의 안전성도 우려된다. 창원시는 “전기차는 휘발유를 연료로 하는 승용차 중심으로, 수소차는 경유를 연료로 하는 승합·화물 중심의 중대형 차량을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원시는 또 “한국산업안전공단·미국화학공학회 등 전문기관이 분석한 위험도 결과에서 가솔린·액화석유가스(LPG)·도시가스보다 수소가 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수소충전소 등의 시설 점검에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남 창원·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