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세계수영대회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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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193개국 7266명 참가… 국내 최초 하이다이빙 시설 ‘아찔’

건물 10층 높이에 설치된 다이빙 플랫폼은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아득했다. 남자선수들이 뛰어내리는 27m 높이 플랫폼으로 가는 방법은 딱 하나, 사다리 형태로 된 계단을 오르는 것뿐이다. 밑이 뚫려 아래가 그대로 보이는 계단 130개를 오르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어림도 없다.

이용섭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선대에 설치된 하이다이빙 경기장을 살펴보고 있다. / 광주시 제공

이용섭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선대에 설치된 하이다이빙 경기장을 살펴보고 있다. / 광주시 제공

도쿄올림픽 수영 출전권 43% 배정

지난 6월 24일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축구장에 들어선 국내 최초 하이다이빙 경기장 계단에 발을 올렸다. 공사 관계자는 “독일의 ‘시스템 비계’를 이용해 만들어져 대형 스크린과 방송 중계장비 등을 추가 설치해도 끄떡없다”고 했지만 밀려오는 공포는 어쩔 수 없었다. 밑을 보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20계단쯤 오르다 주저앉았다.

이곳에서는 오는 7월 12일 개막하는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 경기가 열린다. 하이다이빙은 남자 27m, 여자는 20m 높이에 설치된 다이빙 플랫폼에서 지름 17m, 깊이 6m 수조로 뛰어내리는 경기다. 플랫폼에서는 수조가 큰 대야 크기 정도로 보인다고 한다.

선수들은 입수하기까지 단 3초 동안 각종 기술을 선보인다. 수면에 닿는 순간 낙하속도는 시속 90㎞에 이른다. 충격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발부터 입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수조 안에는 다이버 3명이 배치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며 선수들을 돕는다.

절벽 다이빙에서 시작된 하이다이빙은 고난도의 기술과 담력이 필요해 국제수영연맹(FINA)에 등록된 전세계 선수가 채 100명이 안 된다. 일반 다이빙 경기 중 가장 높은 10m 종목 선수가 27m에서 다이빙을 하려면 1m씩 높이를 올려가며 1년 이상 훈련해야 한다. 국내에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이종휘 대회조직위원회 하이다이빙 담당관은 “하이다이빙은 인간이 꿈꿔왔던 하늘을 나는 것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경기다”라면서 “광주에서 짜릿한 다이빙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세계적인 수영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제18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7월 12일부터 28일까지 광주에서 열린다. FINA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에는 역대 가장 많은 193개국 7266명의 선수단이 참가신청을 했다. 경영과 다이빙·수구·아티스틱수영·하이다이빙·오픈워터수영 등 6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룬다.

수영대회는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더불어 세계 5대 스포츠 이벤트로 평가받고 있다. 1973년 시작된 세계수영대회가 아시아에서 개최된 것은 일본 후쿠오카(2001년)와 중국 상하이(2011년)에 이어 광주가 세 번째다.

이번 대회에는 2020년 도쿄올림픽 수영 출전권의 43%가 배정돼 있다. 광주 대회를 통해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팀 출전권 95개와 개인 출전권 68개의 주인공이 결정된다.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7관왕에 오른 미국의 카엘렙 드레셀과 중국의 ‘수영 영웅’ 쑨양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출전한다.

한국은 경영과 다이빙·수구·아티스틱수영·오픈워터수영 등 5개 종목에 82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한국선수 중에서도 메달이 기대되는 선수가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개인 혼영 200m에 출전하는 김서영(25·경북도청). 김서영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게임 이 종목에서 대회신기록(2분08초34)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5월 열린 FINA 챔피언스 경영시리즈 2차 대회에서도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초청받아 은메달을 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배영의 임다솔(21·아산시청)도 국가대표 선발전과 동아수영대회 배영 100m에서 연이어 한국신기록을 경신해 메달이 기대된다.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수영대회 하이다이빙 경기에서 한 선수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하이다이빙은 남자 27m, 여자는 20m 높이 다이빙 플랫폼에서 열린다. /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수영대회 하이다이빙 경기에서 한 선수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하이다이빙은 남자 27m, 여자는 20m 높이 다이빙 플랫폼에서 열린다. /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시합 후 경기장 철거하는 알뜰 대회

광주 수영대회는 알뜰 대회로 치러진다. 경영과 다이빙,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열리는 오픈워터 경기장을 제외한 모든 경기장은 땅이나 체육관에 수조를 설치한 ‘임시시설’로 만들었다. 경영과 다이빙이 열리는 주경기장은 2015년 광주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 경기장으로 사용됐던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을 활용한다. 광주시와 대회조직위는 3393석이었던 수영장 관람석을 임시로 1만648석으로 늘렸다.

수구 경기는 남부대 축구장에 수조 2개와 4340석의 관람석을 설치했다. 하이다이빙도 조선대 축구장에 임시시설로 완공됐다. 아티스틱수영 경기장은 실내체육관인 염주종합체육관 바닥에 수조 2개를 들여와 만들었다. 모든 경기장은 FINA의 공인인증을 받아 경기를 치르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임시로 지은 시설들은 경기가 끝나면 모두 철거된다. 경기장을 만드는 데 606억원의 비용이 들어갔지만 국내에서 수영이 비인기 스포츠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구시설로 지었을 때보다 경제적이다.

광주 수영대회 슬로건은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 TO PEACE)’다. FINA와 대회조직위는 북한이 참가할 경우 대회의 의미를 더욱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은 다이빙과 아티스틱수영 등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2017년 수영대회에서는 경영과 다이빙·아티스틱수영에 참가해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종합 2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북한은 대회 참가신청 마감일이었던 6월 12일까지 신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FINA와 조직위는 개막일 전까지만 참가의사를 밝히면 북한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여자 수구의 경우 북한에 ‘단일팀’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이 선수단과 함께 응원단을 보낼 경우를 대비해 숙소 등도 준비해 뒀다.

대회 개막이 다가오면서 입장권 판매도 늘고 있다. 36만9000장의 경기 입장권 중 지난 25일까지 26만1000장이 판매돼 70.7%의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하이다이빙 입장권 6500장이 가장 먼저 매진됐고, 오픈워터 입장권도 모두 팔렸다.

눈과 입으로도 대회를 즐길 수 있다.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각종 문화행사가 이어진다. 5·18 민주화운동의 주요 사적지를 거치는 ‘5월 버스’를 통해 역사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다. 맛깔난 남도 음식을 소개하는 ‘맛 지도’도 제작해 배포된다.

<광주·강현석 전국사회부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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