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너머 어렴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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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앓이 떠오르는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의 흥행 이후 수많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등장하고 있다. 동전을 넣으면 왕년의 인기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상자인 주크박스처럼 무대가 흘러간 옛 추억의 대중음악들을 극적인 얼개에 맞춰 재연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일반적으로 뮤지컬을 즐기는 공연 관객뿐 아니라 원래 그 음악을 좋아했던 팬들도 즐긴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이자 배경이다.

써미튠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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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중들의 추억이 얽힌 노래들로 만든 뮤지컬 작품이 최근 대학로에서 막을 올렸다. <창문너머 어렴풋이>라는 제목만 봐도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밴드 산울림의 노래들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아니 벌써’ ‘너의 의미’ ‘개구쟁이’ 등 수많은 히트곡들을 무대에서 라이브로 들려주는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의 형식적 틀을 활용하고 있어, 밴드 음악을 즐기는 재미를 톡톡히 재연해낸다.

산울림은 기타와 보컬을 맡았던 김창완, 베이스 기타와 보컬을 맡은 김창훈, 드럼을 치던 김창익 세 형제가 만든 그룹이다. 1977년 데뷔 이후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으로 선풍을 일으킨 이래 김창익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2008년까지 13개의 앨범을 발표하며 인기를 누려왔다. 그 시절 많은 청춘들이 그러했듯이, 산울림도 대학가요제에 출전하려 의기투합했던 것이 팀 결성의 계기가 됐다. 훗날 서라벌레코드사에서 데뷔 앨범을 발표하면서 산울림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는 후문도 있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노래들 외에도 ‘청춘’(7집), ‘내게 사랑은 너무 써’와 ‘회상’(8집), ‘너의 의미’(10집)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만큼 수많은 히트곡들을 발표해 국민 가수로서의 명성을 얻게 됐다.

소극장에서 라이브 연주를 근간으로 하는 뮤지컬 <창문너머 어렴풋이>는 감성 복구 뮤지컬이라는 별칭을 사용하고 있다. 노래뿐 아니라 무대에서 구현되는 이야기는 복고와 향수의 이미지들을 가득 담고 있다.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라기보다 차분하고 착하게 전개되는 무대 위 이야기는 마치 산울림의 음악과 닮아 있다. 덕분에 관객들도 자신들만의 추억 속 산울림과 조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창시절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 예컨대 친구들과 어설프게 연주하며 함께 했던 밴드 활동, 말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던 가슴 시린 삼각관계의 경험들과 만나게 된다. 유독 노랫말의 울림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의 추억이 담긴 콘텐츠답게 눈이나 귀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특히 커튼콜에 등장하는 마지막 앙코르는 정말 콘서트 현장의 그것처럼 가슴을 뛰게 만든다.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산울림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박수치고 환호한다. 선율과 가사가 그 자체로 예술이고, 작품이고, 뮤지컬이다. 산울림의 음악은 마치 추억과 만나는 가을 여행 같은 느낌마저 전달해준다. 반가운 노래들이 더욱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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