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30년, 주제가에 얽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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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988 서울 올림픽이 3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가 처음 개최한 올림픽이었기에 그 의의나 그 시절 풍경을 되새기는 움직임이 각계에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올림픽 비화를 엮은 단행본을 발간했으며, 서울역사박물관, 소마미술관은 올림픽과 관련한 전시를 진행 중이다. 9월 16일 KBS는 서울 올림픽의 명과 암을 진솔하게 조명한 특집 다큐멘터리 <88/18>을 방영했다. 올림픽이 다시 찾아온 듯하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자료사진

올림픽은 스포츠 축제로 그치지 않았다. 공식 주제가와 개막을 앞두고 열기를 지핀 노래들 덕에 일반 대중도 일상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올림픽은 대중음악에도 재미있는 흔적을 남겼다. 1980년대를 경험한 팝송 애호가들은 독일 댄스 그룹 징기스칸에서 활동한 헝가리 뮤지션 레슬리 만도키와 헝가리 댄스 그룹 뉴턴 패밀리의 에바 선이 부른 ‘코리아’(Korea)를 들어 봤을 것이다. 둘은 1986년 열린 제8회 <서울국제가요제>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연인이 됐다. 이들은 사랑의 오작교가 된 한국을 특별하게 기억하고자 ‘코리아’를 취입했다. 마침 올림픽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코리아’는 자연스럽게 올림픽과 한국을 홍보하는 음악으로 자리잡게 된다. 노래는 1988년 일본 걸그룹 소녀대, 가수 박혜령이 리메이크해 더욱 널리 알려졌다.

올림픽은 지난 히트곡을 한 번 더 대대적으로 퍼뜨렸다. 정수라가 1983년에 발표한 ‘아! 대한민국’은 건전가요(박정희 정권이 사회 정화라는 미명하에 음반에 의무적으로 싣게 한 통속성을 배제한 노래)였음에도 밝은 멜로디와 긍정적인 가사를 지녀 큰 인기를 얻었다. 활기찬 기운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노랫말은 올림픽을 치장하는 데에도 적합했다.

전자음악을 접목한 트로트 ‘아모르파티’가 발표한 지 4년 만인 2017년 뒤늦게 관심을 끌면서 젊은 세대에게도 유명해진 김연자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그녀가 1986년에 발표한 ‘아침의 나라에서’는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MBC의 공동 공모를 거쳐 1986 서울 아시안 게임 때부터 공식 주제가로 사용됐다. 하지만 1988년 1월 조직위원회가 느닷없이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그룹 코리아나가 주제가를 부르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작곡가 조르조 모로더가 만들고, 코리아나가 부른 ‘손에 손잡고’는 확실히 ‘아침의 나라에서’보다 근사했다. 신스팝의 성분을 갖춰 세련미를 나타냈으며, 아레나 록의 요소도 보유해 장엄함도 풍겼다. 간주의 북과 신시사이저 연주는 동양적인 분위기, 힘차게 태동하는 기운을 연출한다. 작품은 훌륭했으나 선정 과정은 좋지 못했다. 조직위원회는 주제가 제작·보급에 드는 비용을 모두 부담하며, 판매량 100만 장부터는 장당 3%의 인세를 조직위원회에 지불하겠다는 음반사 폴리도어(폴리그램)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1987년 9월 계약을 체결한다. 폴리도어는 소속 가수인 코리아나가 올림픽 주제가를 부르면 더 큰 수익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을 테다. 조직위원회도 돈까지 벌 수 있으니 폴리도어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 과정에서 김연자는 자본주의의 피해자가 됐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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