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한 인상 남긴 듀스 2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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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성과 신선함을 겸비한 춤부터 듀스는 남달랐다. 당시 활동했던 여느 댄서 출신 가수들처럼 이들의 무대 역시 무척 현란했다. 그러나 군무만 지속하지 않고 멤버 개인이 따로따로 춤을 추는 파트를 마련해 자유로운 분위기도 내보였다. 덕분에 시청자들로서는 마치 미국 흑인들의 거리를 브라운관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들 만했다. 독특한 의상도 음악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좋았다. 3개의 동그라미를 방사형으로 나열한 자신들의 로고를 옷에 새겨 개성을 확보했다. 그룹의 장기는 볼거리에 그치지 않았다.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을 전담한 이현도는 데뷔 앨범에 뉴 잭 스윙(‘나를 돌아봐’), 컨템포러리 R&B(‘알고 있었어’), 팝 랩(‘매일 항상 언제나’), 힙 하우스(‘세상 속에서 그댄’) 등 흑인음악의 다양한 장르를 구비해 놓음으로써 감상의 재미도 충족했다. 노래들은 스타일리시했을 뿐만 아니라 구성도 알찼다. 현진영의 백업 댄싱팀 ‘와와’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현도와 김성재는 1993년 대중의 눈과 귀를 빠르게 포섭하며 가수 변신에 성공했다.

그룹을 향한 응원과 환호는 2집 활동 때 몸집을 더한다. 전보다 더 격렬해진 춤, 표현 범위를 확장한 음악, 본토 힙합의 정취가 전해지는 풍성한 샘플링을 통해 듀스는 일반 대중과 흑인음악 애호가들의 지지를 두루 이끌어냈다. 또한 2집 수록곡 ‘고! 고! 고!’(Go! Go! Go!)에서 선보인 단순하지만 문장 끝에 두 음절을 맞춘 재치 있는 라임 조직은 한국어 래핑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결정적 본보기가 됐다.

1995년에 발표한 세 번째 앨범 <포스 듀스>(Force Deux)로 그룹은 고전미와 원숙함, 다채로움을 동시에 뽐냈다. ‘굴레를 벗어나’, ‘의식혼란’, ‘메시지’에서는 1970년대에 유행한 펑크 ‘funk’를 접목해 예스러운 생동감을 구현했다. 이와 함께 댄스홀 ‘Nothing But a Party’, 프랑스어 내레이션을 담아 감미로움을 배가한 슬로 잼 ‘In the Mood’, 재즈 랩 ‘반추’ 등으로 한 번 더 여러 양식을 다부지게 소화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듀스는 걸음을 거듭할수록 흑인음악의 정수로 향했다. 그럼에도 음악은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나를 돌아봐’에 이어 ‘우리는’, ‘굴레를 벗어나’ 등 모든 타이틀곡이 히트했다. 2집 뒤에 출시한 리믹스 앨범에 실린 ‘여름 안에서’도 마니아들이 좋아하던 뉴 잭 스윙 형식을 따랐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노래는 여름의 찬가로 등극해 지금까지도 여름만 되면 라디오 음악방송과 피서지에서 울려 퍼진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면 많은 것이 어설프게 느껴지게 마련이지만 듀스의 노래들은 그 냉혹한 가치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강고함과 말쑥함을 팽팽하게 두른 덕분이다. 한국의 힙합과 댄스음악은 듀스를 기점으로 급성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사회현상을 다룬 가사로도 듀스는 대중과 가깝게 호흡했다. 1990년대 가요계를 호화롭게 수놓은 중핵 그 이상으로 기억될 인물들이다. 그런 듀스가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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