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요계 기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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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도 우리 대중음악의 굵직한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이돌 그룹이 전과 다름없이 큰 물결을 이룰 것이 뻔하다. 여기에 걸 그룹, 보이 밴드를 제작하는 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이 사계절 내내 브라운관을 장식하며 아이돌 그룹 붐에 풀무질을 해 댈 듯하다. 힙합은 경연 프로그램에 힘입어 가끔 음원차트 상위권을 장식하지 않을까 싶다. 근 몇 년간 반복되는 그림이다.

지난해 10월 데뷔한 10인조 보이 밴드 TRCNG는 신년 평일이 되자마자 새 싱글을 발표해 무술년 아이돌 시장의 격전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3일에는 남성 4인조 그룹 비스킷과 9인조 걸그룹 모모랜드가 새 EP를 출시했으며, 7인조 걸그룹 힌트가 데뷔 EP를 냈다. 이외에도 JYP 엔터테인먼트의 스트레이 키즈, 모스테이블뮤직의 하이컬러, YG 엔터테인먼트의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남자그룹 등 기존 팀과 신인 팀의 활동이 줄을 이을 예정이다.

보이그룹 TRCNG가 2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싱글앨범 <후 엠 아이> 발매 쇼케이스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Mnet

보이그룹 TRCNG가 2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싱글앨범 <후 엠 아이> 발매 쇼케이스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Mnet

해체하는 그룹도 여럿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로 달샤벳, 블락비, B1A4, 브레이브 걸스, 에이핑크, 보이프렌드, 스텔라, 마이네임 등이 데뷔 7년을 맞는다. 대부분 아이돌 그룹이 전속계약을 7년으로 한다. 때문에 그동안 성과가 미미했거나 매출 신장의 가능성이 낮은 팀은 7년을 기점으로 어쩔 수 없이 해산의 단계를 밟는다. 이들 중 절반은 지난 역사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방송국의 아이돌 그룹 제작 시발이 된 Mnet의 <프로듀스 101>은 올해 세 번째 시즌 방영을 예정해 둔 상태다. 이번에 <프로듀스 48>로 간판을 교체한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활동하는 그룹 제작을 목표로 세웠다. 2016년 I.O.I에 이어 작년에는 워너원을 배출하며 큰 관심을 이끌어냈기에 새로운 시즌도 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방송됐던 힙합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 Mnet

지난해 방송됐던 힙합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 Mnet

아이돌 그룹 제작 오디션 프로그램의 후발주자들은 존폐가 다소 애매하다. 작년 10월부터 전파를 탄 KBS의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과 JTBC의 <믹스나인>은 <프로듀스 101>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 프로그램은 단발로 그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연습생은 넘쳐나기에 다른 방송국이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이름만 바꾼 대규모 서바이벌 방송이 또다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Mnet의 <쇼 미 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 같은 힙합 경연 프로그램은 늘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왔다. 출연자들이 방송의 과제로 노래를 만들어 선보이면 발매 즉시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올해에도 프로그램이 제작된다면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송이 아니면 힙합은 음원차트 상위권에 들어서는 일이 거의 없다. 작금의 모습은 힙합의 부실한 자생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의 반복이기도 하다.

아이돌 그룹의 대홍수 속에서 중견 가수들은 영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해 새 앨범을 낸 엄정화, 이효리, 비 모두 차트 성적이 부진했다. 2015년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 출연해 새 생명을 얻었던 터보도 2017년의 추진력은 신통치 않았다. 한때 가요계의 중핵이었던 이들이 이제는 겨울철 빠른 속도로 저무는 해가 됐다. 과연 2018년에는 선배 가수들이 위신을 세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동윤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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