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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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을 묻는다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가장 큰 사회적 관심사는 ‘직업’과 ‘교육’ 문제에 집중된다. 이 두 가지 현안은 상호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상당수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며, 이에 따라 교육에도 근본적인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식 속에는 교육이란 직업을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암묵적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교육이 직업을 위해 복무하게 된 것은 인류의 장구한 역사 중 고작 근대 이후부터의 일이다.

수렵 채취 시대나 농경 시대의 초창기까지만 해도 인류에게 교육이란 생존을 위한 과정이었다. 불 피우는 방법을 배우고, 사냥을 배우고,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구분하는 요령을 배우고, 농사짓는 방법과 가축을 길들이는 방법을 배우는 모든 교육과정은 인간에게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중세 시대로 접어들자 교육은 신분 분화에 따른 정체성 형성으로 초점을 옮겼다. 왕족과 귀족들은 자신의 신분에 부여된 예법을 배우고, 글을 익히며 지배층으로서의 정체성을 대를 이어 재생산했다. 농노와 노예들은 운명적으로 타고난 신분에 부여되는 복종의 규율과 기술을 익히며 피지배층으로서의 정체성을 재생산했다. 그러다 근대적 질서의 등장과 함께 교육은 비로소 직업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되었다. 학교의 공간 및 운영체계가 작업장과 흡사한 형태로 구현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정의되는 지능정보사회는 문명사적 측면에서는 탈근대 사회이기도 하다. 문명사의 진화에 따라 ‘생존’에서 ‘정체성’을 거쳐 ‘직업’으로 변천해 왔던 교육의 초점도 탈근대 사회에서는 또 다른 과제로 옮겨갈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미래 교육 담론은 여전히 직업과의 관련성 속에서 논의되고 있다. 물론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춘 새로운 인재의 육성, 정답을 잘 찾는 인간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인간의 양성 등 미래 사회에 요구되는 새로운 교육 목표들이 제시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조차도 직업적 차원에서 인공지능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인재상에 불과하다.

그 결과 미래 교육에 대한 현재의 논의 수준은 다음 두 가지로 특징된다. 첫째, ‘교육’이라 쓰고 사실은 ‘학습’이라 읽는다. 교육환경, 교육시스템, 교육제도 전반의 혁신과 재설계로 논의가 확대되지 못한 채, 특정 교과목의 필요성 유무에 대한 논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시킬 것이냐의 문제 또는 인공지능 자동번역 시대에 외국어 교육이 더 이상 필요한가의 문제 등에 치우친 논의가 대표적이다. 둘째, ‘새로운 교육’이라 쓰고 사실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교육’이라 읽는다. 그동안 미래 교육 담론은 빠르게 변화하는 IT 기술의 트렌드 변화에 종속되어 왔다. e러닝, m러닝, u러닝 등 신조어들이 끊임없이 명멸을 거듭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각기 명칭은 다르지만 결국은 모두 새로운 IT 기술을 기존 교육에 덧씌운 것일 뿐, 미래 사회에 요구되는 새로운 교육 목표나 새로운 교육 내용의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향후 보다 근원적인 미래 교육의 설계를 위해서는 직업을 위한 교육이 아닌 다른 무엇을 위한 교육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부터 찾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려면 교육 스스로가 먼저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춰야 한다. 미래의 새로운 직업도 직업을 위한 교육이라는 기존의 굴레에서 벗어나야만 제대로 보일 것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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