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와 가짜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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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가짜뉴스와 가짜 기독교

가짜뉴스가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SNS가 발달하면서 뉴스의 생산 및 유통이 쉬워지며 생긴 사회적 현상 중 하나입니다. 초기에는 과장과 언어공격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정치권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횡행하더니 최근에는 반대집단을 곤경에 빠뜨리고 그 반사이익으로 자기 집단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단결시키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10월 2일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가짜뉴스가 창궐합니다. 유튜브, SNS 등 온라인에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사생활이나 민감한 정책현안은 물론,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한 턱없는 가짜뉴스까지 나돕니다.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입니다.”

<한겨레신문>은 두 달 남짓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했습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기법을 통해 생산자와 전달자의 실체를 찾아 나섰습니다. 가짜뉴스를 연구해온 전문가 10여명의 도움을 받으며, 가짜뉴스 생산·유통에 직접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만났답니다. 놀랍게도 극우와 기독교가 만나는 곳에 ‘가짜뉴스 공장’이 있었습니다. 그 중 ‘에스더기도운동(에스더)’이 대표적인 단체로 지목됐습니다.

기독교방송의 변상욱 대기자가 자기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기독교발 가짜뉴스 ㅡ 명칭은 허위날조뉴스, 악성허위뉴스로 에스더란 단체 위의 머리를 쳐야 합니다. 정보기구·사법기구 출신의 노회한 보수기독인들이 콘텐츠와 방향을 제공하고 있고, 대형교회 보수목사와 교수들이 회유돼 동조하고 있고, 기독교 선교조직이 일부 리더에 의해 동원되고 있습니다.”

역시 대형교회입니다. 대부분의 대형교회들이 부의 대물림을 위해 교묘한 방법으로 담임목사 직을 세습하더니, 이번에 MBC <PD수첩>에 의하면 명성교회가 800억 원이나 되는 엄청난 현금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니 기가 막힐 뿐입니다.

또 대형교회 중심으로 동성애 등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며 그들의 평화축제를 폭력으로 방해하는 집단행동을 보며 변두리 작은 교회 어느 목사는 절규합니다. “기독교가, 교회가 나 살자고 소수자들을 죽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어쩌다 한국 기독교가 이 모양이 되었을까요? 욕심으로 가득 찬 사악하고 못된 지도자들의 구령에 맞춰 무지몽매한 신도들은 단체로 칼춤을 추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형교회 중심 보수기독교에는 진리만을 추구하며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예수 없는 기독교는 가짜입니다. 가짜가 만들어내는 뉴스 또한 가짜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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