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집값 급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우울해 하고 있다. 주택가격의 급등은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주거비는 올라가고 미래에 가족을 구성할 젊은이들은 좌절해 결혼을 포기한다. 또 집값 상승은 불로소득을 낳고 근로의욕을 꺾어 경제 전체의 자원배분을 불건전하게 만든다. 그래서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금리인상의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주장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걱정한다. 정말 그럴까?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란 무엇일까?
중앙은행의 가장 큰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켜 돈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정부나 정치권의 영향에서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2차 대전 이후 확립된 인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까지 이런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았다.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을 한국은행 총재가 아니라 재무부 혹은 재정경제부 장관이 맡고 있었다. 그래서 금통위는 정부의 거수기에 불과했고 한국은행이 재무부의 남대문출장소라는 말까지 있었다. 임기가 정해진 한국은행 총재가 정권 의중에 따라 중간에 교체되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금통위 의장은 물론 한국은행 총재이고 금리 결정은 철저히 중립적으로 이루어진다. 총재 임기 역시 보장된다. 금리 결정에 대해 정부나 정치권은 언급조차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 독립성을 넘어 고립성까지 간 느낌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존중되고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금리의 방향에 대한 토론은 더욱 자유로워져야 하며, 국민경제가 지향하는 여러 가치를 반영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유동성과 금리는 물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역시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니 중앙은행의 독립성도 민주적 원리의 한계 내에서 허용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강하다.
더 중요한 점은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이나 좁은 의미의 금융시스템 안정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가격 안정이 왜 한국은행 금리 결정의 고려사항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그것을 고려한다고 해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부동산가격 안정은 금융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며,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한국은행도 이 목표 달성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
최근 금리인상 요구 목소리에 대해 한국은행은 ‘부동산가격 급등이 저금리 때문만은 아니다’라거나 ‘금리인상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대응했다. 하지만 누구도 저금리에만 책임이 있고, 금리인상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은행도 이런 중요한 정책 목표를 충분히 고려해서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할 뿐이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국민들의 삶이나 걱정거리와 떨어져 갈라파고스 섬처럼 남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