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김재철이 구속되어야 할 10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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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 이후 MBC 경영진은 실력 있는 수많은 방송인들을 일부러 내쫓으면서 일터를 망쳤는데, 누군가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2017년 11월 10일 새벽,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영장담당 판사는 김재철 전 사장의 범죄혐의에 대해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가 대부분 수집된 점, 도주 우려가 없는 점” 등을 들어서 구속 필요성이 적다고 밝혔다는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김재철 전 사장은 이미 횡령 등의 전과가 있고, 주소를 수시로 옮겨 다니며 심지어 대포폰을 쓰며 증거인멸을 시도한 전력이 있는 핵심 피의자다. 이미 과거 정권 아래서 각종 범죄행위를 은폐했던 전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번 판결에 MBC 구성원들은 절망했다. 김재철 전 사장을 법이 심판하지 않는 현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판사가 밝힌대로 증거가 ‘대부분’ 수집되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남은 증거 수집에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인가, 아닌가. 나는 ‘대부분’이라는 단어에서 어떤 법적 엄정함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누가 그 대부분을 판단하는가. 2010년 이래로 무려 9명의 언론인을 해고하고 200명이 넘는 전문 방송인들을 징계·유배한 당사자다. 블랙리스트로 멀쩡한 진행자들을 내쫓았다. 이 모든 불법행위가 국정원 문서대로였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거대한 사실들 앞에 사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구속을 통해 더 큰 진실로 다가가야 한다. 판사는 어떤 근거로 증거가 ‘대부분’ 수집되었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MB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핵심 인물이라는 의심을 받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11월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 이준헌 기자

MB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핵심 인물이라는 의심을 받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11월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제시된 증거는 빙산의 일각

김재철 전 사장은 MBC 사장이 된 2010년부터 불법경영을 일삼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강력한 증거는 당시 김재철 사장을 임명한 김우룡 이사장에 의해 폭로되었다. 김우룡 이사장은 스스로 2010년 3월 “청와대에 가서 쪼인트를 맞고 와서 MBC 내 좌파를 청소했다”고 밝혔다. 사실 김 전 사장은 이미 그때 방송법 위반 등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 했지만 정권의 비호 아래 그냥 지나쳤다. 또다시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일까.

국가정보원이 밝힌 대로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MBC 장악 문건은 김재철 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작성되었고, 그대로 실행되었다.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를 하며 지시를 받았다. MBC 장악 문건의 핵심 당사자인 MB와 그 세력이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수시로 그들과 만나 불법행위를 논의했던, 그나마 피의사실이 확실한 김 전 사장을 구속하지 않고 그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김 전 사장이 중용했던 인사들은 퇴임 이후에도 MBC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김 전 사장 시절 부사장이자 인사위원회 위원장이었고 결국 MBC 사장을 차지했던 안광한 전 사장,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확실한 불공정 보도로 당시 정권 유지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김장겸 현 사장 등도 역시 핵심 피의자가 될 수 있고, 이들 사이에 어떤 공범관계가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권재홍·이진숙씨 등 불법행위에 가담한 MBC 고위 관계자들이 차고 넘친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사장을 놓아준다? 서로 짜고 치는 시간을 더 주라는 의미인가?

‘김 전 사장 구속’은 2011년 방송사(史)에 유례가 없는 170일 파업 이후 MBC 노동조합이 줄기차게 외쳤던 구호였다. 김 전 사장은 많은 개인 부패혐의가 있었다. 특히 내연관계가 의심스러웠던 무용가 정모씨와의 관계가 크게 부각되었다. 김 사장은 정모씨와 함께 주말에도 법인카드를 쓰고 다녔고, 법인카드로 가방을 사주는가 하면, 심지어 정모씨 어머니에게 선물을 사주기도 했다. 정모씨는 MBC와 수의계약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대형 공연을 올렸다. 정모씨가 소유한 무용단은 큰 기회였고, 회사는 거꾸로 손해를 보았다. 심지어 김 사장은 정모씨 동생을 MBC 직원으로 특별채용했다. 김 사장은 정모씨와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구입했고, 일본 내 온천 호텔에 같은 날 함께 투숙했던 기록도 공개되어 그 특수관계는 입증하고도 남았다. 결과는? 이 모든 피의사실에 대해 겨우 벌금형을 받으며 면죄부를 받았는데, 권력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재철 사장 시절에 MBC 회사 측은 ‘트로이컷’이라는 보안 프로그램을 직원들 몰래 직원들이 쓰는 컴퓨터에 심어놓았다. MBC 사측이 직원들을 불법감청했다는 강력한 증거들이 나왔지만, 솜방망이 수사 끝에 유야무야되었다. 이와 같은 행위가 김재철 사장 이후 7년간 반복적으로 이뤄졌는데, 권력의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이라도 검찰, 경찰, 방송통신위원회 등 비호세력들 간의 관계를 밝혀내야 한다. 김 전 사장 구속은 그 출발점이다.

직원들을 불법감청한 증거들

11월 1일, MBC 백종문 현 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그는 이미 검찰에 의해 자택이 압수수색된 상태였다. 근 10년간 국가정보원이 지시한 대로 MBC를 초토화시키고 승승장구했던 그였는데, 특히 “최승호(PD)와 박성제(기자)를 이유 없이 해고했다”는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어도 뻔뻔했던 그였다. 그 이유 없는 해고를 실행했던 최종 책임자가 바로 김재철 전 사장이었다. 김 전 사장은 검찰이 적시한 이유 외에도 각종 불법해고와 부당노동행위의 핵심 피의자다. 그를 풀어주는 것은 이런 증거들을 인멸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재철 전 사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을 때 그는 “해고와 징계는 담당 임원들이 했으니, 나는 모르는 일이었다” “국정원 직원은 김우룡 당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만났지, 나는 아니다”라며 4년간 MBC 사장을 지낸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허언들을 날렸다. 스스로 ‘바지 사장’임을 주장하며 명백한 피의사실조차 부정하는데, 그런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전영배 MBC C&I 사장은 “김재철 사장에게 당시 국정원 문건을 전달했고, 대부분 김 사장이 처리했다”는 증언을 했다고 알려졌다. 전 사장은 김 전 사장의 핵심 측근이자 이동관 전 청와대 수석과도 특수관계에 있다.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김재철 전 사장은 전 사장과 통화를 시도하면서 증언 내용을 수집하고 증언을 번복하게 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미 증거인멸 시도의 흔적이 명백한데 그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김재철 사장 시절부터 공영방송 MBC의 공정성과 신뢰도는 추락을 거듭했는데, 세계 방송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김 사장 이후 MBC 경영진은 실력 있는 수많은 방송인들을 일부러 내쫓으면서 일터를 망쳤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일부러 회사를 망쳤다면 배임행위에 가깝다. 이 총체적 범죄행위를 핵심 당사자인 김재철 전 사장을 구속하지 않고 어떻게 밝힐 수 있겠는가?

이 모든 정황증거들에도 불구하고 김재철 전 사장의 첫 번째 영장은 기각되었다. 실망은 이르다. 검찰은 다시 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김재철 구속영장 기각은 검찰이 적시하지 않았던,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다시 조명되는 계기가 되고, 그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결국 김 전 사장과 그 측근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심판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김재영 MBC PD (PD수첩 등 연출, 현재 송출업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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