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요즘 자녀 키우는 게 너무 힘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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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어렸을 때는 “밥만 굶기지 않으면 알아서들 잘 컸다”고 탄식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사건들을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면 정말 자식 잘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이 “요즘 자녀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리고 자신이 어렸을 때는 “밥만 굶기지 않으면 알아서들 잘 컸다”고 탄식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사건들을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면 정말 자식 잘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수 있다. 전도가 양양한 한 정치인도 자녀가 여러 번 비행을 저질러 정치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막상 부모 교육을 하다보면 자녀들의 몸의 건강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마음 건강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는 부모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자녀에게 어떤 교육을 하셨습니까?”라고 질문하면 거의 대부분의 부모들이 “별로 특별히 한 것이 없다”고 대답하면서 놀라기까지 한다. 마음의 건강도 부모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어야 유지될 수 있다.

최근에는 마음의 건강을 ‘복원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복원력’은 역경이나 위협, 트라우마 등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적응하고 이겨내는 능력이다. 어렸을 때 처음 보고 너무 신기했던 장난감이 오뚝이였다. 생긴 것은 볼품이 없었지만 이 녀석은 넘어지면 또 일어나고 넘어지면 또 일어났다. 심리학에서도 오뚝이의 원리가 중요하게 연구되고 있다. 그리고 결국 ‘성공적인 삶은 오뚝이 같은 삶’이라는 결론도 얻었다.

배가 파도를 뚫고 항해하는 모습. / pixabay Comfreak

배가 파도를 뚫고 항해하는 모습. / pixabay Comfreak

‘성공적인 삶은 오뚝이 같은 삶’이란 결론

배가 바다를 안전하게 운항하는 데도 복원력은 필수적이다. 높은 파도와 거센 바람을 헤치고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항상 기우뚱거리며 앞으로 나간다. 간혹 심하게 흔들릴 때는 곧 침몰할 것처럼 겁이 나지만 곧 다시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이런 힘을 복원력이라고 부른다. 우리 삶은 호수에서 안전하게 운항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태풍도 불고 집채만한 파도가 몰아치기도 하는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풍이나 파도가 몰아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파도나 폭풍 속에서도 결국 평형을 되찾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복원력을 키우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자연현상은 우리가 통제하거나 피할 수 없지만, 우리 마음속의 복원력은 노력하면 얼마든지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살면서 폭풍을 만나지 않을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날씨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듯이, 자녀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역경도 부모가 다 해결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자녀가 복원력을 갖도록 키울 수는 있다. 복원력은 자녀가 어려움이나 심리적 고통을 겪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서적 고통이나 슬픔은 우리가 중요한 심리적 내상이나 개인적 상실, 혹은 다른 사람의 상실이나 심리적 내상을 들을 때조차도 느낀다. 다만 어려움이나 고통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은 얼마든지 키워줄 수 있다.

미국의 부모들도 자녀들이 강한 복원력을 가지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인기 심리학 잡지인 <사이콜로지 투데이> 최근호에서는 어떻게 자녀들이 강한 복원력을 갖도록 교육할 수 있는지에 대해 좋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 그 내용을 소개한다.

첫째, 사회적 관계망을 단단하고 넓게 만들도록 한다. 역경에 처했을 때 이겨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회적 지지와 도움이다. 무엇보다 먼저, 자녀들에게 친구를 사귀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면, 제4차산업사회에서는 ‘머리’는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영역, 예를 들면 공감하는 능력이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고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20세기를 지배했던 ‘지식산업’ 시대에서 미래에는 ‘감정산업’의 시대로 빠르게 이행한다. 이제는 공부 잘해서 별장을 가지는 사람보다 별장을 가지고 있는 친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

둘째, 다른 사람을 돕는 기회와 경험을 많이 하도록 해준다. 복원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자신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이 역경을 이기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듯이, 다른 사람이 역경을 이기는 것을 직접 본다는 것과 특히 자신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자신의 역경에서 이길 수 있는 큰 힘을 준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활성화해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주는 것이 좋다.

셋째,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한다. 자녀들은 겉으로는 어른처럼 행동하지만 심리적으로는 미래에 대해 불안하다. 불안한 생활을 안정적으로 느끼도록 하는 손쉬운 방법은 계획을 세우고 규칙적인 일과를 유지하는 것이다. 규칙적인 일을 통해 자녀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해도 당황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오던 규칙적인 생활방식을 통해 이겨낼 수 있다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자녀는 부모의 인정을 먹으며 자란다

넷째,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끊임없이 걱정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자녀에게 걱정하는 대신에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 사태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적당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휴식은 일을 잘 끝낸 후에 갖는 것보다 일을 잘 끝내기 위해 갖는 것이 더 좋다. ‘잘 노는 것’도 일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동시에 휴식을 통해 통찰을 얻어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창조성은 비구조화된 활동을 하면서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 성취 가능한 목표를 세우도록 한다. 목표 지향적인 삶은 산다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들이 합리적인 목표를 세우고 한 번에 할 걸음씩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비록 그것이 하찮은 걸음일지라도 성취했을 때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듯이 복원력을 기르는 데 칭찬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인정욕구’는 어린이도 가지고 있다,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은 성취하지 못한 일보다 성취한 일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성공한 것에 초점을 맞추면 역경에 처했을 때 이겨나갈 수 있는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여섯째, 사태를 장기적이고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도록 가르친다. 자녀가 매우 고통스런 사태에 직면했다고 해도 상황을 더 큰 관점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도록 도와준다. 비록 자녀가 어려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수 없을지라도 현재의 상황 너머에 미래가 있다는 것과 그 미래는 좋을 것이라는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관점은 좋은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어려운 시간에도 계속 정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마지막으로, 긍정적 자기관을 갖도록 해준다. 자녀들이 과거에 역경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이겨냈던 방법을 기억하게 도와준다. 그리고는 이겨내는 과정에서의 도전과 노력들이 그에게 미래의 도전들을 다룰 수 있는 힘을 갖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자녀들이 자신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적절한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도록 부모가 본보기를 보여준다. 농작물이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라듯이, 자녀는 부모의 인정과 애정을 먹으며 자란다. 오늘 한 번 더 자녀의 얼굴을 미소 띤 얼굴로 쳐다보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한성열·서송희 부부의 심리학 콘서트 ‘중년, 나도 아프다’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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