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규모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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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가 있었던 가정에서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비율은 16.5%, 없었던 가정에서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비율은 2.7%로 약 6배의 차이를 보였다. 7세 이하의 아이가 있었던 가정에서는 13.9%, 없었던 가정에서는 2.4%였다.

가습기 살균제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람은 2017년 4월 말 현재 5566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피해 구제를 위한 판정, 그리고 근거가 되는 노출 및 의료 이용 관련 자료를 수집, 정리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전국적으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인구와 피해인구에 대해서는 단편적으로 추정한 사례가 있지만 보다 더 정확하게 추정하기 위한 노력은 제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최근 환경보건학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범위 확대를 위한 질환 선정 및 판정기준 마련’으로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환경부의 용역사업 내용 중 일부분으로 수행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 비율 조사 결과

매우 기초적인 2개의 조사가 수행됐다. 하나는 전국을 대표하는 일반인 표본을 대상으로 방문면접조사를 통해 대상자의 가정 내에서의 가습기 및 가습기 살균제 사용 비율을 산출하는 것이었다. 조사대상은 1차 1500명, 2차 1501명으로 총 3001명이었다. 다른 하나의 조사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관련된 특성을 조사하고, 건강피해 경험을 조사한 것이다. 이 조사는 온라인 조사 형태로 수행됐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는 1555명이었으나, 개별적인 건강피해 경험과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노출시간은 모든 가족에 대해 답하여 총 3993명에 대한 자료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과 환경운동단체 회원들이 2016년 12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 피해자 사망자 수가 적힌 대형 팻말을 들고 정부의 책임 수사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과 환경운동단체 회원들이 2016년 12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 피해자 사망자 수가 적힌 대형 팻말을 들고 정부의 책임 수사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전체적인 누적 가습기 사용 비율은 25.8%, 가습기 살균제 사용 비율은 6.7%로 나타났다. 연도별 가습기 살균제 사용 비율은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2005년에 1.2%로 가장 높았다. 이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과 SK가 만들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 판매량 자료에서 2005년에 가장 많은 매출량을 보인 것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1년 동안만 사용한 경우는 21.7%, 2년 동안만 사용한 경우는 23.8%였다. 임산부가 있었던 가정에서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비율은 16.5%, 없었던 가정에서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비율은 2.7%로 약 6배의 차이를 보였다. 7세 이하의 아이가 있었던 가정에서는 13.9%, 없었던 가정에서는 2.4%로 동일하게 약 6배의 차이를 보였다.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종류를 묻는 질문에 총 1555명 중 327명(21%)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1228명 중 64%가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 37%가 애경 가습기 메이트, 27%가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 23%가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13%가 롯데마트 와이즐렉을 썼다고 답하였다. 시판된 22가지의 제품 모두에 대해 사용자가 존재하는 점이 흥미로운데, 가장 적게 사용된 제품은 클라나드로서 0.5%였다. 가습기 살균제를 주로 구입한 구입처는 대부분 대형마트(90%)였으며, 가정 외의 장소로는 직장(사무실, 연구실 등)에서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41%, 병원 15%, 학교 8%, 산후조리원3%, 요양원 2%로 조사되었다. 가정에서 주로 사용한 공간으로는 침실이 52%, 거실이 45%로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가한 일반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와 정부에 신고된 피해신청자 자료의 노출 강도를 비교하면, 일주일 평균 가습기 사용일, 하루 평균 가습기 사용시간 분포, 1일 평균 취침 시 노출시간, 가습기 살균제 투입 주기 모두 피해신청자에서 노출 강도가 더 강한 것을 알 수 있다. 단, 1회 투입 시 가습기 살균제 투입량은 뚜껑으로 한 번 투입하는 경우가 약 50%로 동일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노출의 세기가 건강피해와 연관성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해 주며, 피해신청자를 포함한 일반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노출 수준의 분포를 조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엄마, 숨이 안 쉬어져’](39)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규모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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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의 건강피해 경험

가습기 살균제 사용 시 건강상 이상 경험을 한 응답자는 ①기존 질병이 악화된 경우가 231명으로 5.8% ②새로운 증세나 질병이 발생한 경우가 286명으로 7.2% ③기존 질병 악화와 새로운 증세나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가 38명 1.0%로 조사되었다. 이들 모두를 합산하면 555명으로 13.9%에 해당되는데, 이는 주관적으로 가습기 살균제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응답하였을 수 있으므로 실제로는 아니지만 설문응답에 건강이상 경험을 했다고 답한 경우들도 일부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병원진료 시 진단명 자료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후에 새로이 발생한 질병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경우에 한정하여 빈도를 산출하면, 228명 중 137명인 60.1%가 호흡기 질환으로 진단을 받았으며, 53명인 23.2%가 피부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히 높은 빈도로 답한 개별적인 호흡기 질환으로는 비염(34.2%), 천식(25.0%), 폐렴(10.1%) 등이었다. 이들 질병 또는 더 낮은 빈도로 조사된 질병에 대해서도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의 연관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추가 연구(예를 들어 동의하에 의료이용 자료를 연계하는 방법 등)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인구 규모 추정

이번 연구의 조사 결과 얻어진 가정에서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비율을 2016년 12월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인 5170만명에 적용하면 약 346만명이 가정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것으로 산출된다. 1994~2011년 인구 통계자료, 본 연구에서 조사된 연도별 가습기 살균제 사용 비율, 그리고, 겨울 한 철에 사용하는 비율을 대략 22%에서 46% 사이로 적용하여 누적 사용인구를 산출하면, 265만명에서 487만명으로 산출된다. 만약 22%와 46%의 산술평균 값인 34%를 적용할 경우 367만명이 산출된다. 연도별, 인구집단별, 지역별 가습기 살균제 사용 비율을 모두 적용하여 추정할 경우에도 유사한 수준으로 산출되는 것을 감안할 때, 가정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인구는 대략적으로 350만~4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 1월 6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한 형사재판 1심 선고공판이 끝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인 임성준군이 엄마의 손을 잡은 채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임군은 첫 돌이 지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으로 13년째 산소호흡기를 달고 생활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지난 1월 6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한 형사재판 1심 선고공판이 끝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인 임성준군이 엄마의 손을 잡은 채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임군은 첫 돌이 지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으로 13년째 산소호흡기를 달고 생활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의 건강피해 규모 추정

이 조사에서 3993명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중 555명인 13.9%가 건강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보건대학원에서 자동전화응답 방식으로 조사한 20.9%에 비해 3분의 2 정도 수준이다.

이 연구에서 산출한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수(350만~400만)에 건강피해 경험 비율(13.9%) 및 병원 진료경험 비율(10.1%)을 직접 적용하여 계산할 경우, 전체 건강피해는 49만명에서 56만명 정도가 산출된다.(표 2) 건강피해로 인해 병원 진료를 받은 경우로 한정하면 35만명에서 40만명으로 산출되는데, 새로운 증상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경우는 23만명에서 26만명, 기존의 질병 악화로 병원 진료를 받은 경우는 15만명에서 18만명이다.

새로운 증상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경우에 한정하여 주요 진단명(비염, 천식, 폐렴, 피부질환)별로 나누어 건강피해 규모를 추정하면 표 3과 같다. 즉, 비염의 경우 약 7만, 천식의 경우 약 5만명, 폐렴 약 2만명, 아토피·피부염 약 5만명으로 산출되었다.

필자가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규모를 추정하는 연구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이러한 조사는 2011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알려질 당시에 이미 수행되었어야 하는 기초적인 역학연구라는 것이다. 일반 인구에서 노출 및 건강피해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더 일찍, 더 충분히 확보했다면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건강피해 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논의가 지금처럼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경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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