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가 3개 제품에 545만개로 전체의 54%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애경이 2개 제품으로 171만개 17%로 두 번째로 많았다. LG가 110만개 11%로 세 번째였고, SK가 2개 제품 54만개로 네 번째로 많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정부의 역학조사로 알려졌다. 이후 6년이 지나도록 정부는 몇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있고, 몇 개나 팔렸는지, 어떤 살균제 성분을 사용했으며, 어떤 독성을 지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등에 대한 사건의 기초적인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에 이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고 진상을 규명하려는 의지가 매우 부족하거나 아예 없다는 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을 초기에 담당했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그리고 이후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그리고 2016년에 와서야 진행된 검찰 수사 등의 관련기관 모두가 한결같이 소극적으로 이 사건을 대해온 결과다.
기초적인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1년 사건 초기부터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피해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특히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건의 기본적인 정보 파악에 신경을 써 왔다. 이 보고서는 지난 6년여간 이 문제에 관해 취합해온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2016년 국회 국정조사에 제출된 자료와 2017년 8월 국회 김삼화 의원(국민의당)실을 통해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한 것이다.
구체적인 가습기 살균제 관련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두 43개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이 중 24개 제품에 대한 성분·판매량·판매시기 등이 파악되었고, 9개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량만 파악되었으며, 10개 제품은 제품명과 일부 제조·판매사만이 파악된 상태다.
둘째, 43개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 중 판매량이 파악된 제품은 모두 33개로 1000만개에 근접한 998만714개가 판매되었음이 확인되었다. 판매량이 많은 제품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옥시가 3개 제품에 545만개로 전체의 54%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애경이 2개 제품으로 171만개 17%로 두 번째로 많았다. LG가 110만개 11%로 세 번째였고, SK가 2개 제품 54만개로 네 번째로 많았다. 이 중 LG가 110만개나 되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판매했다는 점은 새롭게 알려지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물질만 살균제 도매시장에 판매해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쳐온 SK가 사실은 두 종류의 제품 54만개를 직접 만들어 판매했다는 사실도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다.
셋째, 가습기 살균제 판매기간은 1994년 유공 가습기메이트(현재의 SK케미칼)를 시작으로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판매가 금지된 2011년까지의 18년 동안이다.
넷째, 판매량이 확인된 33개 제품 중 21개 제품에 사용된 살균제 성분이 파악되었고, 12개 제품은 여전히 성분 파악이 안되고 있다. 파악된 살균제 성분은 PHMG, CMIT/MIT, BKC(염화벤잘코늄), NaDDC, PGH, 고체형, 식물성 등 7종류다.
PHMG 성분은 옥시rb,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4개 제품이고 판매량은 모두 459만497개로 전체의 46%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CMIT/MIT 성분을 사용한 제품은 애경, SK, 이마트, GS, LG, 다이소, 헨켈 등 7개 제품으로 판매량은 259만7678개로 전체의 26%를 차지했다. BKC 성분은 옥시와 LG 2개 제품으로 판매량은 185만3986개로 전체의 18.6%를 차지했다. NaDDC 성분 제품인 엔위드는 판매량이 14만1413개였고, PGH는 세퓨와 아토오가닉 2개 제품으로 판매량은 1만9812개였다. 그 외 고체형 1개 제품과 식물성 2개 제품이 있고, 나머지 12개 제품은 살균성분이 파악되지 않았다.
다섯째, 모두 7개의 대형마트 자체상품(PB)이 확인되었다. 롯데마트 3종, 홈플러스(삼성, 테스코), 이마트, GS리테일, 다이소가 각각 1종씩이다.
피해자 50만명 중 5800명 정도만 신고
여섯째, 43개 제품 46개 사업자가 관련되었다. 이 중 대기업은 SK그룹의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2개, 롯데그룹의 롯데마트가 소속된 롯데쇼핑, LG그룹의 LG생활건강,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삼성그룹의 삼성물산, GS그룹의 GS리테일 등 6개 재벌그룹의 8개 대기업이다. 외국기업으로는 영국의 레킷벤키저와 테스코 2개, 독일의 헨켈, 덴마크의 케톡스, 아일랜드, 미국, 중국 등 6개 국가 10여개의 외국기업 및 다국적기업이 관련되었다. 중소기업은 최소 28개가 관련되었다.
일곱째, 2016년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이 꾸려져 이루어진 검찰 수사는 전체 43개 제품 중 PHMG 성분의 4개 제품(옥시rb, 롯데마트, 홈플러스, 홈케어 가습기클린업)과 PGH 성분의 세퓨 1개 제품 등 5개 제품뿐이다. 43개 제품의 11%에 불과하다. CMIT/MIT, BKC를 사용한 제품 등 38개에 대해서는 수사되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이루어진 5개 제품의 판매량은 460만7911개로 판매량이 확인된 전체의 46%이고, 나머지 54%는 검찰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7년 8월 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의거,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별 피해구제 분담금이 강제로 징수된다. 21개 제품 18개사에 모두 1250억원이 징수된다. 분담금이 많은 순서로 살펴보면, 옥시rb가 674억원으로 가장 많고, SK가 2개 계열사에 모두 341억원으로 두 번째이며, 애경 92억원으로 세 번째이다. 이후 롯데 43억원, 홈플러스 39억원, LG 32억원, 이마트 15억원의 순서다.
정부는 이제라도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에 관한 기본적인 조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종류와 성분 그리고 판매량은 매우 기초적인 정보다. 여기에 각 제품의 독성과 연도별 성분의 차이 여부 등도 진상규명에 꼭 필요한 정보다.
예를 들어, 최근 진행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SK케미칼이 원료로 제공한 PHMG의 성분과 독성이 2005년을 전후해 달라졌다는 주장은 꼭 확인되어야 할 내용이다. 또한 분담금 징수대상에서 제외된 홈워시 등 12개 제품의 경우 독성조사가 전혀 안된 상태다. 독성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영국, 독일, 덴마크, 미국, 중국기업 관여
CMIT/MIT, BKC를 사용한 제품 등 수사되지 않은 38개 제품과 판매량이 확인되었지만, 수사되지 않은 전체 판매량의 54%에 해당하는 제품들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2~4차 판정이 이루어졌고, 전체 판정자가 2000명을 넘었다. 3000명이 넘는 4차 피해접수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와 판정이 진행 중이다. 이 중 검찰이 수사하지 않은 CMIT/MIT, BKC 성분의 제품 피해자가 다수 있다. 검찰은 이들 피해자가 사용한 제품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
현행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은 제조·판매사들의 피해구제 분담금을 1250억원으로 제한해놓고 있다. 정부의 공식 피해접수창구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의하면 2017년 8월 11일까지 신고된 피해자는 모두 5803명이다. 이 중 사망자는 21.2%인 1230명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피해자가 현재까지 신고된 사람들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환경부가 한국환경보건학회에 의뢰한 피해규모 조사연구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후 병원 치료를 받은 피해자가 30만명에서 50만명으로 조사되었다. 이 중 1~2%만이 피해자로 신고된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구제분담금의 상한을 없애고 징벌조항을 추가해 구제법을 개정해야 한다. 더불어 피해자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11년 8월과 2012년 2월 두 차례의 정부 조사 발표 때는 LG가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았다는 내용이 없었다. LG의 가습기 살균제 ‘119가습기세균제거’는 오래 전인 1997년부터 2003년까지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5년이 지난 후 2016년 8월부터 3개월 동안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에서 밝혀진다. 무려 5년 동안 LG는 자신들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았다는 사실을 철저히 함구해온 것이다. 그리고 올해 8월 9일부터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시행되면서 각 제품별·회사별로 피해구제계정에 의한 분담금이 판매량에 근거해 책정되었다. 이러한 내용을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국회를 통해 파악했는데, LG의 119가습기세균제거는 무려 110만개나 판매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회사별 판매량 순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양이다. 올해 6월 피해자와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SK와 옥시를 비롯한 제조·판매사 11개를 대상으로 매주 월요일에 각 회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을 때 LG 측은 ‘자신들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관계없다’, ‘우리가 왜 살인기업이냐’, ‘우리는 문제된 성분을 사용하지 않았다’, ‘우리 제품의 피해자가 없다’는 등의 주장을 해왔다. 그러면서 두툼한 관련 자료를 보내왔다. 필자는 8월 14일 광화문의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위해 LG 가습기 살균제 ‘119가습기세균제거’에 대한 팩트체크를 마련했다.
팩트체크 1 미국 환경청(EPA)이 ‘가습기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강조한 살균성분 염화벤잘코뉴(BKC)로 만든 것이 바로 LG의 119가습기세균제거다. LG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인 BKC(염화벤잘코늄)와 관련하여 미국 환경청이 만든 재등록 적합성 평가자료의 위해성 평가항목에 ‘집에서 사용하는 항세균제품의 경우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가습기의 호흡노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except for the inhalation exposure from the humidifier)’고 되어 있다. 미국 환경청 보고서 12페이지의 표 6d ‘가정용 적용사례의 위해성 요약’을 보면, LG의 119가습기세균제거에 든 ADBAC를 ‘바닥재에 사용해 어린이가 놀 때(child playing on floor)’, ‘카펫에 사용해 어린이가 놀 때(child playing on carpet)’, ‘옷감에 사용할 때(clothing)’, ‘공기 탈취제(air deorderizer)’, ‘수영장에 사용할 때(swimming)’, ‘입에 무는 도구에 사용할 때(introduction mouthpiece)’ 등의 경우 ADBAC 살균성분의 독성이 안전범위인 MOE 값 100을 넘어 안전하다. 그러나 가습기(humidifier)에 사용할 경우의 흡입독성(inhalation MOE)은 성인 MOE 값이 10, 어린이 MOE 값이 4로 100보다 훨씬 위험한 독성을 나타낸다. 이 내용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계속 조사해온 환경독성학자 이종현 박사는 “미국 환경청 보고서의 의미는 LG가 사용한 BKC 살균성분은 가습기에 넣어 호흡기로 노출되는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팩트체크 2 LG의 119가습기세균제거는 호흡독성 안전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2016년 국회 국정조사 때 증인으로 출석한 LG생활건강의 이정애 부사장을 상대로 하태경 의원이 질의한 내용에 그대로 나와 있다.
팩트체크 3 LG는 1997~2003년 7년간 이 제품을 110만개 판매해 옥시싹싹, 애경 가습기메이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았다. 이 때문에 LG는 32억원의 피해구제분담금을 내야 한다.
팩트체크 4 환경부의 연구용역 가습기 살균제 사용종류 조사에서 1228명 조사대상자 중 8.2%가 LG 제품 사용자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LG 119 사용 후 병원 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2만4900명에서 4만1500명으로 추산된다. 실제 환경산업기술원에 신고되어 최근까지 판정받은 2196명의 피해자 중 LG 119를 사용한 피해자는 5명이고 이 중 1명은 사망자였다.
이로써 LG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반박되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