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가장 시급한 환경문제는 초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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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말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건강관련 환경문제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환경보건문제는?” 사람들의 반응은 무엇이었을까? 1위는 ‘초미세먼지 대기오염 해소를 위한 차량 2부제 도입’이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매년 연말에 여러 환경단체 및 지역주민단체들과 공동으로 하는 행사가 있다. ‘환경보건시민대회’ 또는 ‘환경피해자대회’라는 이름의 환경피해자를 위로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일종의 송년모임이다. 이 자리에서는 그해 국내외에서 가장 중요했던 환경뉴스를 선정해 발표한다. 또 현안이라고 판단되는 여러 가지 환경보건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환경뉴스 선정과 환경문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전국 1000여명의 휴대전화 소지자를 대상으로 정식으로 실시한다.

이미 4년 전부터 초미의 관심

2013년에 실시한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 여론조사에서는 1위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과 수산물 안전문제였다. 2위는 연이은 원전사고와 원전비리 문제였고, 3위는 4대강 사업 후유증, 4위는 중국발 스모그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였다. 2014년의 ‘환경문제 중 가장 중요한 사건’ 여론조사 결과는 1위 4대강 사업 환경파괴 책임문제, 2위 427개 기업의 산업폐수 해양투기 문제, 3위 초미세먼지 대기오염 스모그 문제였다. 2015년의 ‘올해의 환경문제’ 여론조사 결과는 어땠을까? 1위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증가 및 항의활동, 2위 원전지역 암 관련 정부 연구가 엉터리였음이 밝혀진 사건, 3위 겨울철 스모그 및 중국발 대기오염 문제였다. 국제환경문제에서는 1위 폭스바겐 경유승용차 배출가스장치 조작사건이, 2위는 세계보건기구가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사건이 뽑혔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3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을 찾은 아빠와 딸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 연합뉴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3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을 찾은 아빠와 딸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 연합뉴스

불과 4개월 전에 실시된, 2016년에 가장 중요했던 국내외 환경뉴스는 무엇이었는지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1위는 경주 지진에 따른 원전 안전성 논란이었다. 2위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일명 녹조라떼 수질오염 논란, 3위는 스모그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 4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검찰 수사 및 국정조사, 그리고 5위는 폭염에 따른 에너지 소비 급증 및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논란이었다. 국제부문에서는 중국 베이징 스모그 대기오염 문제가 1위에 올랐고, 폭우·폭염 등 기상재난에 따른 지구촌 대형참사가 2위, 현재진행형인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유증이 3위였다.

요즘 초미의 관심사인 초미세먼지 대기오염 문제를 말하려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미세먼지 대기오염 문제는 2013년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중요한 환경문제 앞쪽 순위에 올랐다. 2015년 말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건강 관련 환경문제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환경보건문제는?” 사람들의 반응은 무엇이었을까. 1위는 ‘초미세먼지 대기오염 해소를 위한 차량 2부제 도입’이었다. 2위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막기 위한 스프레이 제품 흡입독성시험 의무화’다.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0% 이상이 찬성했다.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시 차량 2부제 도입 정책’ 71.3% 찬성, ‘배출장치 조작 폭스바겐 경유승용차 강제리콜’ 75.7% 찬성, ‘기술 결함이 발견된 국산 경유승용차 리콜’ 76.9% 찬성 등이다.

연일 미세먼지 예보가 ‘나쁨’인데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마스크를 써보지만 황사마스크는 먼지가 새어들어와 효과가 없다고 하고, 입에 착 달라붙는 마스크는 숨쉬기가 곤란해진다. 이 와중에 환경부는 뜬금없이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로 부르고 미세먼지는 부유먼지로 부르겠다고 한다. 이유인 즉 국제적으로 전문가들이 쓰는 용어로 통일한다는 건데, 실은 영어식 표현을 고집하는 일부 교수들의 주장에 불과하다. 뭐라고 부른들 무슨 대수인가? 그렇게 부르면 심각한 문제가 덜 심각해지는가? PM2.5라는 생소한 용어가 아주 작은 미세먼지임을 뜻해 초미세먼지라고 불러서 언론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있는데 웬 엉뚱한 짓인지 모르겠다.

“중국 대사 불러 대책 촉구하자”

일반시민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입자인 초미세먼지라는 용어가 더 쉽게 와 닿는다. 초미세먼지가 폐포 깊숙이 침투해 미세먼지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이 알려지고 실제 초미세먼지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대기오염 스모그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대중의 경각심이 더 높아졌다. 이를 고려할 때 이제 와서 굳이 명칭을 통합할 필요가 없고, 초미세먼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대기오염 전문가 양반들은 훨씬 더 작은 미세먼지인 PM1.0은 뭐라고 부를 거냐고 걱정한단다. 아직 측정방법조차 나오지 않은 문제인데 극초미세먼지라고 하면 왜 안되는가. 모두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최예용의 환경보건 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21) 가장 시급한 환경문제는 초미세먼지

환경부와 서울시 등이 그나마 거의 유일하게 하는 게 오염도를 미리 알려주는 문자서비스다. 서울시나 경기도 등 자치단체와 환경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대기오염 예보 문자서비스를 신청했는데 거의 매일 ‘내일 나쁨’이라서 이제는 무감각해질 지경이다. 어쩌란 말인가? 숨을 쉬지 말란 말인가? 그나마도 이 문자서비스는 겨우 2만여명의 신청한 사람들에게만 전달된다. 그것도 야간에 발령되는 주의보는 자는 데 불편을 준다며 아침에서야 알려준다. 근래에 발령된 몇 차례의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밤 9시가 넘어서 발령됐다. 얼마 전에 환경부가 발표한 차량 2부제 정책은 엉터리 대기오염 정책의 결정판이었다. 환경부의 조건대로라면 지난 2년간의 심각했던 오염상태 중에서 차량 2부제를 단 한 차례만 하게 된다. 비난이 빗발치자 뒤늦게 4월 5일부터 발령요건을 강화했지만 공공차량과 공무원 차량에 한정해 수도권 차량 100대 중에서 1대도 채 해당되지 않는다. 사실상 안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4년여 전인 2013년도 12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의 대기오염 관련 항목과 결과를 살펴보자. ‘서울 주재 중국대사 불러 대책 촉구, 대통령 중국 방문으로 대기오염 국제협약 체결 등 환경외교 필요하다’ 94.2% 찬성, ‘차량배출가스는 미세먼지 발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차량 부제로 자동차 운행 제한하자’ 82.5% 찬성, ‘미세먼지 관리기준 강화하라’ 93.5% 찬성, ‘경유택시 도입 여부’ 60.8% 반대가 주요 결과다. 요즈음 많이 거론되는 내용들이 아니던가. 이미 4년 전에 압도적인 여론은 적극적인 대기오염 대책을 요구하고 있었던 거다. 이런 내용들도 있었다. ‘세계보건기구나 유엔환경계획에 요구해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96.1% 찬성, ‘건강과 환경피해에 대해 국내외 법적 소송을 통해 피해배상 요구하자’ 90.3% 찬성.

대단하지 않은가? 필자는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놀라웠다. 그만큼 사람들은 스모그와 미세먼지 대기오염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당시 이 여론조사 결과는 모든 언론에 전달되었고 일부 언론이 소개했다. 그때 환경부와 서울시 등 관계기관의 당국자들이 이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시민 10명 중 8∼9명이 찬성하는 정책들이다. 만약 같은 내용으로 요즈음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찬성률은 더 높을 것이다. 다수 시민들이 원하고 바란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 간다. 추진하지 못할 이유가 하등에 없는 정책들이고, 모두가 박수 칠 일들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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