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신청 시 이미 사망한 645명과 피해 인정 이후 2017년 3월 말까지 확인된 사망자 363명을 합하면 석면 피해인정자 2436명 중에서 사망자는 모두 1008명으로 전체의 42%에 달하고 생존자는 1428명이다.
한국에서 석면 문제는 2005년 이전에는 노동자들의 직업적 노출로 인한 직업병, 산업재해로 인식됐다. 2005년 재건축·재개발 지역에서의 환경성 석면 노출 문제가 불거지고 이후 지하철 석면, 폐석면광산 지역 주민의 석w면병 집단 검진, 베이비파우더 석면 파동, 학교 석면, 운동장 석면 등 일반환경에서의 석면 문제가 불거지면서 환경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모든 종류의 석면 사용이 금지됐지만 사회 문제, 환경 문제로서의 석면 문제는 사용 금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2009년 이전에 사용된 석면 건축물 중 공공건물과 학교의 경우 전체 건축물의 80% 내외로 많다. 학교의 경우 최근 전국적으로 석면 제거가 이루어지지만 아직도 60% 이상의 학교에서 석면이 사용 중이다. 사용한 지 20~30년이 넘어가면서 노후화된 석면 문제가 발생한다.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대규모 석면 철거가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석면 오염이 안전하게 통제되지 않고 있다.

전국에서 올라온 석면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개최한 2015 전국석면피해자대회에 참가해 석면 피해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2008년 환경단체와 노동단체, 석면 피해자 및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발족을 계기로 환경성 석면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됐고, 2009년 4개의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2010년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됐다. 또한 전국 주요 공장의 플랜트 노동자와 선박 노동자, 건설 노동자들에 대한 석면 피해조사도 본격화되었다.
석면피해구제법 7년, 4가지 질환 인정
석면피해구제법은 2011년부터 시행돼 올해가 시행 7년째다. 처음에는 대표적인 석면병인 악성중피종암, 석면폐암, 석면폐의 세 가지 질환만 인정하다 2014년부터 미만성흉막비후가 추가돼 현재는 네 가지 석면 질환을 인정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가 공식 인정한 후두암과 난소암은 한국의 석면피해구제법의 공식 인정 질환이 아니다. 환경부가 관리하는 법률이고 피해구제 실무는 한국환경공단이 맡고 있다.
2011년부터 2017년 3월까지 6년 3개월간 석면피해구제법에 의해 피해가 인정된 2436명의 연도별·질환별 피해 인정 흐름을 분석했다. 이 중 피해 신청 당시 사망자가 645명, 생존 환자가 1791명이다. 석면폐가 전체 2436명의 절반이 넘는 52%(1254명)로 가장 많고, 악성중피종은 35%(854명), 폐암은 13%(324명), 미만성흉막비후(4명)의 순이다.

건축 자재로 활용되는 석면. / 경향신문
사망자는 크게 두 경우로 나뉜다. 하나는 피해 신청 당시 이미 사망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 신청과 인정 당시에는 생존했지만 이후 사망한 경우다. 석면 질환이 특성상 매우 예후가 안 좋아 진단 후 잔여 수명이 매우 짧기 때문이다. 석면피해구제법에 의거한 피해 신청 당시 사망자는 645명으로 전체의 26.5%였다. 인정자 10명 중 4명은 신청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것이다. 질병별 사망자는 악성중피종 512명, 석면폐암 111명, 석면폐 22명이다.
해가 갈수록 사망자 수가 적어지고, 생존자는 늘어나고 있다. 2011~2012년의 경우 제도 시행 초기로 2011년 이전에 사망했던 피해자가 많아 유족들의 신청이 집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석면피해구제법에 의거, 피해 신고를 할 당시에는 생존한 환자였지만, 피해 인정 이후에 사망한 경우는 2017년 3월 말 현재 모두 363명으로 확인됐다. 6년 3개월 사이에 사망자가 56%나 증가한 것이다. 피해 신청 시 이미 사망한 645명과 피해 인정 이후 2017년 3월 말까지 확인된 사망자 363명을 합하면 석면 피해인정자 2436명 중에서 사망자는 모두 1008명으로 전체의 42%에 달하고 생존자는 1428명이다. 질병별 전체 사망자는 악성중피종이 72% 724명이고, 석면폐암 18% 181명, 석면폐 10% 101명, 미만성흉막비후 2명이다.
석면 질환의 특성상 치료가 되지 않는 불치의 질환이고 특히 중피종암의 경우 발병 후 생존기간이 1년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예후가 극히 불량하고 치명적이다. 석면피해구제법은 이러한 석면 피해의 특성을 고려해 긴급히 구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되었지만 사실상 사후약방문격인 셈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석면 피해자를 찾아내고 신속히 지원해야 한다.
 환경성 석면피해 사망자 1000명 넘었다](https://img.khan.co.kr/newsmaker/1224/20170502_61_02.jpg)
환경성 석면피해의 대책 10가지
환경성 석면 피해의 특징과 대책을 10가지로 제시한다.
1. 아직도 우리나라의 석면 질환자 발생은 증가추세에 있고 2040~2050년에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전국의 대규모 재개발과 재건축은 다른 나라에 드문 한국만의 석면 위험요인이다. 특별한 안전관리가 요구된다.
3. 석면피해구제법의 시행이 7년차이지만 아직도 제도가 알려져 있지 않다. 적극적인 제도 안내 및 석면질환 피해자 찾기가 필요하다.
4. 석면에 의한 폐암의 경우 악성중피종의 두 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석면폐암을 집중적으로 찾아내고 인정 기준도 넓히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5. 세계보건기구가 확인한 후두암과 난소암을 인정 질환으로 추가해야 한다.
6. 같은 석면질병인데 환경 노출로 인한 일반시민의 석면피해구제금이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보험금의 10~20%에 불과한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직업 석면병과 환경 석면병 지원 수준에 차이를 없애야 한다.
7. 소위 자연석면(NOA)의 경우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시적 안전관리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석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 현재 산업부서에 있는 광해관리공단과 관련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8. 환경성 석면 민원이 늘어나는데 정작 이를 담당할 정부 부처인 환경부는 석면 노출 현장조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제도 및 위험상황 신고전화와 같이 석면 위험신고를 접수하고 즉각적인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인력과 시스템이 환경부 일선조직에 갖춰져야 한다.
9. 환경성 석면오염 현장조사의 경우, 사방팔방으로 석면먼지가 날아가고 오염 발생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우며,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를 보이는 등의 특징 때문에 대기조사 외에 흡착먼지와 토양조사를 병행해야 하고 분석방법도 기존의 광학현미경에 전자현미경이 사용돼야 한다.
10. 이미 석면에 노출된 경우 추가적인 석면 노출을 방지하고, 직·간접 흡연 노출을 예방토록 하는 등의 건강피해를 줄이는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사회적인 인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