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우리 아이들의 학교가 여전히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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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인 학교 석면관리 문제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교직원의 석면 노출 위험으로 전가된다. 석면문제의 특성상 일반먼지와 구분되지 않고, 석면이 의심된다 하더라도 비석면과 구분되지 않으며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치된다.

지난해 8월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여름방학 중에 진행된 학교 석면 철거의 문제점에 대해 소개했다. 지난 겨울방학에도 전국 수백여곳의 학교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석면 철거가 끝난 전국 초·중·고교 16개에 대해 1~2월 동안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는 지난여름 때와 거의 같았다. 서울에서는 중구의 흥인초·동작구의 강남초·성북구의 석관초·도봉구의 미양초 등 초등학교 4곳을, 경기도에서는 부천시의 원종초와 상지초·고양시의 화수고 등 3곳을, 부산에서는 사상구의 초등학교·서구 고교·사하구 초등학교 등 4곳을, 경상남도에서는 거제시의 초등학교 2곳을 각각 조사했다.

교실과 복도, 운동장 등에서 채취한 조각, 먼지 등 124개의 고형시료를 채취해 전자현미경으로 정밀분석했다. 석면이 검출된 시료는 모두 78개로, 검출률은 평균 63%였다. 석면함유가 의심되는 시료를 채취하지만 석면검출률이 절반을 훨씬 넘었다. 거의 모든 학교에서 석면이 나왔다. 석면의 종류는 모두 백석면이었다. 모든 학교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 수 없어서 일부만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지만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진행됐거나 예정인 서울, 경기, 인천, 부산, 경남 거제 등 5지역의 606곳 학교의 석면문제가 모두 비슷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결과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불에 타지 않고 강한 산성 물질과 알카리 물질을 견디며, 가볍고 저렴한 특징 때문에 오래전부터 건축물의 내화재, 단열재로서 지붕, 천장마감 등에 널리 사용돼 왔다. 특히 학교와 같은 공공건물에서는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석면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왔다. 그러나 석면이 발암물질임이 알려지면서 한국은 2007년부터 시작해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금지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3월 2일 부산환경운동연합 4층에서 열린 학교 석면공사 오염조사 결과보고 기자회견에서 백석면이 검출된 시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들은 석면 철거공사가 끝난 부산지역 4개 학교를 임의로 선택해 석면 검출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 연합뉴스

부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3월 2일 부산환경운동연합 4층에서 열린 학교 석면공사 오염조사 결과보고 기자회견에서 백석면이 검출된 시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들은 석면 철거공사가 끝난 부산지역 4개 학교를 임의로 선택해 석면 검출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 연합뉴스

전체 학교의 70% 이상이 석면건축물

그러나 석면 사용 금지 이전에 사용한 석면건축물들의 안전관리가 큰 문제로 남아있다. 특히 학교의 경우 전체의 70% 이상이 여전히 석면건축물이다. 이들 건축물이 노후화됨에 따라 석면먼지가 교실과 복도를 오염시킨다는 지적에 따라서 각 교육청에서는 예산을 확보해 관내 학교의 석면을 제거하고 있다. 석면 철거과정의 위험성 때문에 학부모와 교직원 및 환경단체의 요구로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방학을 이용해 석면 철거가 진행 중이다.

석면 철거는 공사과정 중 석면오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돼야 한다. 그동안 석면 철거과정에서 숱한 석면문제가 발생해왔지만 여전히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대한민국 교육계의 석면문제 깜깜이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져 학교 석면을 해결하기 위한 예산이 조금씩 배정돼 석면 철거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안전관리를 소홀히하면 석면문제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단순한 학교 건축물의 개·보수공사 정도로만 여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 석면 철거예산을 내려보내기만 하고 안전문제는 나몰라라 하고, 각 지역의 교육청은 다시 해당 학교에 예산을 배정하고 철거업체를 통한 공사용역을 발주만하고 안전문제는 도외시한다.

현장의 학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교장과 교감, 그리고 행정실장 등 책임자들이 석면문제에 대해 문외한인 상태로 단순히 석면 철거가 진행되는 현장을 감시·감독하지 않는다. 이러한 행태가 지난 1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시설을 관리하는 행정인력이 1~2년에 한 번씩 4시간 석면교육을 받지만 학교에서의 석면건축물의 안전관리와 특히 석면공사에 대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내용이 담보되지 않고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사용역에 감리가 없는 경우도 있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혀 기능하지 않는다. 석면 철거업체는 전문화되지 않은 영세업체로서 비용절감과 공기단축을 위해 석면 안전관리는 뒷전이다.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19) 우리 아이들의 학교가 여전히 위험하다

이러한 엉망인 학교 석면 관리문제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교직원의 석면 노출 위험으로 전가된다. 석면문제의 특성상 일반먼지와 구분되지 않고, 석면이 의심된다 하더라도 비석면과 구분되지 않으며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치된다. 학교에서의 석면문제 발생은 인근 지역사회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학교 석면문제 인근지역 확산 우려

석면 오염 모니터링 방법의 법적인 항목은 실내에서 대기를 포집해 현미경으로 분석하는 방법이지만, 한두 곳에서 서너 시간 동안의 대기포집 방식으로는 학교 건축물의 오염 여부를 알려주지 못한다.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은 공사 직후에 교실과 복도 등에서 석면 함유 의심조각과 바닥먼지를 수거해 분석해보는 방법이다. 먼지에서 석면이 소량이라도 검출된다면 실내대기를 오염시킨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조각에서 석면이 검출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교 현장에서 석면문제가 의심되거나 앞서 조사한 결과와 같은 석면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석면철거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끝난 현장에서 석면 오염이 확인되면 노동부 위험상황 신고전화(1588-3088)로 알려 수사권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바로 나와 작업을 중지시키고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석면 철거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된 철거업체나 감리업체는 석면 오염문제업체 리스트를 작성해 향후 관공서 석면 관련 공사 입찰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현재 진행되는 형식적인 석면교육을 평소의 석면 학교건축물 안전관리와 해체·제거현장에서의 안전관리가 가능하도록 대폭 개선해야 한다. 넷째, 석면교육은 교육청의 책임자 및 담당부서 전원과 학교의 행정책임자인 교장·교감·행정실장이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이들로 하여금 교사·학부모·학생들에게 석면 안전교육을 시행토록 해야 한다. 다섯째, 석면건축물이 있는 학교에서는 학부모 대표, 교사 대표,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석면안전감사단을 구성해 안전감시활동을 일상적으로 진행토록 하고 교육당국은 이를 지원해야 한다.

여섯째, 이번 조사 중 서울 강남초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석면 철거 후의 공기 중 조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돼 사실상 서류상으로만 안전하다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 현재 석면조사 법적 항목인 대기시료 조사 이외에 흡착먼지 조사를 병행토록 해 대기시료 조사 방법이 갖는 제한점을 개선해야 한다. 일곱째, 건물 실내 천장재를 공급하는 건축자재 생산업체는 비석면 천장재와 기존의 석면 천장재와 육안으로 쉽게 식별이 가능하도록 무늬를 분명히 다르게 하고 비석면자재라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 현재는 비석면 천장재와 석면 천장재의 무늬가 같거나 비슷해 구분이 되지 않아 혼선을 일으키고 석면 자재 사용 여부 및 석면 오염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시료조사를 하게 되거나, 석면 자재를 비석면 자재로 혼동하여 문제를 키울 우려도 있다. 교육청과 학교는 비석면 자재임이 분명히 구별되는 제품을 사용토록 해야 한다.

석면에 오염된 교실과 복도를 이미 이용해 학생과 교직원이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된 석면섬유를 인위적으로 제거할 방법은 없다. 석면에 노출된 자가 흡연 등 다른 폐암 발병원인에 노출될 경우 폐암 발병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학부모와 교사들이 적극적인 안전지도를 해야 한다. 학교 이외의 환경에서는 학원건물과 재개발현장 등이 추가적인 석면 노출 우려가 큰 곳이다. 임시조치로 석면 천장 부위에 페인트나 코팅을 하도록 하고, 빠른 시일 내에 비석면으로 안전하게 교체토록 해야 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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