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사진 직접 찍는 셀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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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스튜디오 중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분야는 아기사진을 위한 스튜디오다.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사진으로 성장기록을 남기는 일이 유행을 타면서 유아용 셀프 스튜디오가 곳곳에서 문을 열었다.

사진을 통해 추억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빛바랜 사진 한 장으로 지나가버린 시간을 되돌아 볼 수 있고 사라져버린 과거의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고 백일이 되거나 중요한 기념일에는 사진을 남기는 일이 풍습이 됐다. 그렇게 남긴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우리는 아득한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예전 동네마다 있던 사진관들은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마을 어귀 커다란 진열장 너머 가족사진과 돌사진이 걸려 있던 풍경은 다시는 보기 힘든 지난 세월의 풍경이 됐다. 사진관의 거창한 원판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에 밀려난 지 오래다. 여전히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시간의 흔적을 남기며 추억거리를 만들어가지만 그 방식은 달라진 것이다.

전문장비를 갖춘 스튜디오에서 자신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셀프 스튜디오가 인기다.

전문장비를 갖춘 스튜디오에서 자신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셀프 스튜디오가 인기다.

부모가 직접 찍는 것도 소중한 의미

사진을 찍고 즐기는 과정도 달라졌다. 필름에 빛을 담고 현상과 인화를 기다리는 과정이 사라졌다. 원판 필름에 먹과 붓으로 잡티를 없애는 보정과정은 포토샵 처리로 자동화됐다. 울긋불긋한 피부도 컴퓨터를 거치면 뽀샤시한 얼굴이 된다. 인화지에 새긴 그림 같은 색깔도 필요없어졌다. 화면으로 확인하고 모니터로 즐긴다. 갖가지 디지털 기기들에서 즉시 보고 공유하고 즐길 수 있게 됐기에 옛날과 같이 기다리는 시간의 설렘도 생략됐다.

그럼에도 소중한 날, 좀 더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요즘의 젊은 부모들이 찾아가는 곳이 있다. 개인이 갖추기에 부담이 되는 전문장비를 갖춘 셀프 스튜디오다. 셀프 스튜디오는 사진 촬영에 필요한 전문장비를 준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공간연출도 마련하고 있다. 조명장비, 배경지, 세트와 각종 소품들, 그리고 카메라와 렌즈까지 빌려준다. 더러 전문가의 조언과 협력도 얻을 수 있다. 추억할 만한 날 가족이 함께 가서 사진을 찍으면 된다.

셀프 스튜디오 중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분야는 아기사진을 위한 스튜디오다.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사진으로 성장기록을 남기는 일이 유행을 타면서 유아용 셀프 스튜디오가 곳곳에서 문을 열었다. 아기를 위한 다양한 의상과 장난감 소품들을 준비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연출을 돕는다. “전문가가 찍는 사진보다는 못하겠지만 아이 사진을 부모가 직접 찍는 것도 소중한 의미가 있다. 또 가격면에서도 저렴하기 때문에 셀프 스튜디오를 애용한다.” 아기사진 전문 로이레스튜디오 강성호 대표는 저렴한 가격이 모든 면을 압도한다고 강조한다. 고가의 DSLR카메라(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와 렌즈가 없으면 빌려서 찍는다.

가족사진, 아이 사진 촬영 등에 따라 다양한 세트와 소품이 마련되어 있다.

가족사진, 아이 사진 촬영 등에 따라 다양한 세트와 소품이 마련되어 있다.

스튜디오마다 차이가 있지만 사진관을 이용할 경우 사진액자 하나와 포토앨범 제작비는 대략 20만∼30만원을 훌쩍 넘긴다. 부모가 스스로 사진을 찍고 제작할 경우 그 절반 또는 3분의 1 이하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카메라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아이 사진을 찍는 일은 기록 이전에 또 다른 즐거움과 추억거리이기도 하다.

“좀 잘못 나와도 원하는 사진을 찍을 때까지 계속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 핀트가 나간 사진도 추억이 된다. 내손으로 찍은 사진도 전문 포토그래퍼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셀프 스튜디오에서 백일사진을 찍은 한 젊은 아빠는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아의 경우 분위기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므로 엄마아빠의 손길이 닿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예전에 찍은 백일사진이나 돌사진들이 번쩍이는 조명에 놀란 표정 일색이었다면 최근 성장사진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이 많은 것도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한다.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아이와 노는 일이다. 사진 찍는 날은 놀이동산에 놀러가는 일과 다르지 않다.” 좋은 사진 한 장을 남기는 일보다 그 시간 동안 사진을 찍으며 교감하는 일 자체가 추억거리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건진 사진 한 장엔 아이와 나눈 행복한 시간을 고스란히 담기 때문에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셀프 스튜디오는 시간 단위로 임대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동안 편하게 포즈도 취하고 부모와 함께 찍는 사진도 남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감의 놀이문화가 됐다는 것이다.

가족사진, 아이 사진 촬영 등에 따라 다양한 세트와 소품이 마련되어 있다.

가족사진, 아이 사진 촬영 등에 따라 다양한 세트와 소품이 마련되어 있다.

고가의 DSLR카메라와 렌즈 빌려서 찍어

각종 육아동호회에서는 지역별로 사진 스튜디오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각 스튜디오별 특징과 조명 상태, 사진을 찍을 때의 요령과 이용요금 등 필요한 모든 정보를 나누고 있다. 아이를 잘 웃게 하는 노하우와 편안한 사진촬영을 위한 경험담도 공유한다. 예를 들면 아이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연광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등의 생생한 정보가 있다.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셀프촬영은 유행을 넘어 필수 코스가 되어 가고 있다. 원하는 사진들을 골라 포토북을 만드는 일도 기념사진 한 장으로 추억을 남기는 옛날과 달라진 사실이다.

지역과 시설에 따라 가격은 다양하지만 유아사진 스튜디오의 경우 단위 시간당 3만원에서 10만원선 정도의 이용료를 받고 있었다. 필요한 의상과 소품은 제공하고 경우에 따라 실비로 카메라를 빌려주는 곳도 있다. 촬영에 필요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다.

셀프 스튜디오를 이용하는 또 다른 고객은 쇼핑몰 운영자들이다. 상품, 특히 의류모델의 경우 배경 분위기와 조명이 상품을 살리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셀프 스튜디오를 빌리는 것이 효율적이다. 계절이 바뀔 때는 의류 촬영의 수요가 늘어 오전부터 새벽까지 이용하는 이들도 있었다.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사진 촬영에 최적화된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스튜디오는 공간이 넓고 기본조명이 충실한 곳이라고 한다.

“좋은 사진은 좋은 조명이 필수인데, 영세 사업자들은 촬영 전용 공간과 인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전문 촬영가에게 의뢰해서 셀프 스튜디오에서 상품사진을 찍는다. 상황에 따라 세트와 소품으로 분위기를 달리해서 찍어본다. 비용도 저렴하고 효과도 만점이다.” 오픈마켓에서 청바지 판매업을 하는 안모씨는 사진이 판매에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액세서리 등 집중 조명이 필요한 사진을 위해 받침대와 스포트 조명도 마련돼 있다. 취급하는 상품에 따라 인기 있는 스튜디오들도 따로 있었다.

증명사진 한 장으로 취업에 필요한 사진을 준비하던 일도 세태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젊은층에서는 자신의 외모를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프로필 사진 촬영이 유행하고 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과 분위기보다 자연스러운 사진이 더 낫다는 것이다. 셀프 스튜디오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프로필 사진 촬영이 가능한 최적지라는 것이 취업준비생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요즘에는 연예인 지망생이 아니어도 프로필 사진을 많이 찍는다. 찍는 김에 우정사진도 함께 찍을 수 있어 좋다. 추억도 되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래들 중에서 사진을 잘 찍는 친구는 몸값이 비싸다고 귀띔했다.

“특이한 케이스로 코스프레하는 분들이 자주 이용한다. 코스프레 경연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다.” 압구정동 SNP 셀프 스튜디오 관계자는 주요 고객으로 코스프레 마니아들을 꼽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나 영화 주인공의 의상과 분장을 따라하는 코스프레 동호회원들도 셀프 스튜디오 주요 이용자에 속한다는 것이다. 갖가지 포즈를 취해보고 조명을 바꿔가며 분위기 연출을 제대로 하기에는 셀프 스튜디오가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각종 의상과 장비를 갖춘 셀프 스튜디오의 인기가 높다.

각종 의상과 장비를 갖춘 셀프 스튜디오의 인기가 높다.

취미로 사진 찍다가 셀프 스튜디오 열어

고가의 카메라뿐 아니라 셀카를 찍기 위해 찾아가는 스튜디오도 있다. 최근 한복 고궁나들이가 유행하면서 경복궁과 창덕궁 주변 한복 대여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북촌에는 한복 대여와 사진촬영 스튜디오를 동시에 빌릴 수 있는 복합 공간도 생겼다. 한복을 빌려 입고 용상에 앉아 왕이 된 기분을 느끼고 사진까지 남길 수 있어 인기라는 것이다. “디지털카메라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관계자의 이야기다. 시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각종 세트와 소품도 함께 갖추고 있어서 인기가 높다.
준전문가급의 사진촬영 동호회원들에게도 셀프 스튜디오는 유용한 공간이다. 모델 초청 촬영회를 열기에 셀프 스튜디오만큼 효과적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조명 아래에서 원하는 포즈와 구도로 사진 촬영이 가능하기에 선호하는 편이다.

아마추어뿐 아니라 전문 포토그래퍼들에게도 셀프 스튜디오는 인기가 있다. 포스터나 화보 촬영 등 단발성 작업을 하기에 촬영시간만큼만 임대할 수 있는 셀프 스튜디오가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강남 일대의 셀프 스튜디오들은 전문가의 요구에 맞춘 시설을 갖춘 곳이 많다. 뿐만 아니라 동영상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를 임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배경색을 빼고 화면을 합성하는 크로마키 특수촬영이나 뮤직비디오 등의 촬영 때문에 실내 스튜디오를 임대한다는 것이다.

셀프 스튜디오도 전문화되고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추세이다. 유아촬영 스튜디오가 큰줄기를 형성하고 있지만 가족사진 촬영을 위해 세트를 갖춘 스튜디오, 각종 동호회원들의 촬영장, 한복 의상 촬영 세트를 갖춘 스튜디오, 홈쇼핑 상품 촬영 장소 등 점차 영역을 확산해간다.

“무엇보다 옛날보다 사진촬영이 쉬워졌다. 조명과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면 누구나 전문가급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사진 취미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점차 늘고 있고, 더 좋은 사진을 즐겁게 찍기 위한 공간으로 셀프 스튜디오가 자리를 잡고 있다.” 취미로 사진을 찍다가 셀프 스튜디오를 열었다는 이의 이야기에서 누가 왜 셀프 스튜디오를 찾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한 장의 사진이 백 줄의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남긴다. 그 순간의 기쁨과 슬픔을 전해주고 세월의 무상함과 시간의 값진 가치를 말해준다. 가족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아이의 빛나는 탄생을 위해, 즐거운 취미의 자취를 위해 사람들이 찾아가는 셀프 스튜디오는 오늘의 기술과 문화가 만들어 낸 새로운 공간이다.

<김천 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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