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펫의 이중생활>-반려동물에 지어준 이름들 ‘펫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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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고 있을 때 장난감은 무얼 하고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토이스토리>다. 크리스 리노드 감독의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내가 출근하고 없을 때 반려동물은 무얼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반려동물은 조용히 주인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 나름의 숨겨진 사생활이 있다.

뉴욕의 맨해튼의 한 맨션. 강아지 맥스는 자칭 뉴욕에서 가장 운이 좋은 개다. 주인 케이티가 사랑을 듬뿍 주기 때문이다. 완벽한 삶은 케이티가 어느날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 듀크를 입양하면서 깨진다. 맥스와 듀크는 뉴욕 한복판에서 싸우다 인식표를 잃어버리면서 동물보호소에 끌려간다. 둘은 반려토끼인 ‘스노우볼’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스노우볼은 인간들에게 버려진 반려동물 집단인 ‘성난펫들’의 리더로 인간에게 복수를 꿈꾼다. 맥스가 사라진 것을 뒤늦게 안 반려동물 친구들은 맥스를 찾기 위해 뉴욕 거리로 나선다.

[영화 속 경제]<마이펫의 이중생활>-반려동물에 지어준 이름들 ‘펫네임’

<마이펫의 이중생활>에는 뉴요커들이 키우는 다양한 펫들이 나온다. 주인공인 맥스는 ‘테리어믹스’(혹은 잭러셀 테리어)로 보인다. 맥스랑 같이 살게 된 듀크는 잡종견이지만 ‘비디어드 콜리’와 비슷하다. 맥스를 구하는 새침떼기 기젯은 ‘포메라니안’이다. 냉장고 앞에서는 이성을 잃는 식탐고양이 클로이는 ‘러시안 블루’와 닮았다. 세상 편하게 살고 싶어하는 겁쟁이 멜은 ‘퍼그’다. 맨해튼의 터줏대감인 할아버지견 팝스는 ‘바셋하운드’다. 효자손이 필요한 버디는 ‘닥스훈트’다. 주인이 없을 땐 로커로 변신하는 레오날드는 ‘푸들’이다.

맥스, 듀크, 기젯, 클로이 등 반려견들은 모두 이름이 있다. 반려동물에게 지어준 이름을 ‘펫네임’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이 특정상품에 지어준 애칭도 ‘펫네임’이라 부른다.

에스티 로더의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라는 에센스는 ‘갈색병’이라 불린다. 에센스를 담은 용기가 갈색이기 때문이다. ‘똥퍼프’는 물방울 모양 메이크업 스펀지를, ‘구슬파우더’는 알알이 구슬 형태의 파우더가 담긴 겔랑 제품을 말한다.

스마트폰도 ‘펫네임’으로 불린다. 갤스2(갤럭시S2)의 상품명은 SHV-M250S다. 전지현폰(SCH-B660), 권상우폰(SCH-V740), 김태희폰(LG-LP5200), 이효리폰(SCH-V600), 송혜교폰(KTFT-X8000) 등도 있었다. 캐논 카메라 5D MARK 시리즈는 오두막2, 오두막3로. 인피니티 G 시리즈는 ‘쥐돌이’라 불린다.

광고모델의 이름을 붙인 상품도 있다. 라네즈 ‘투톤 립 바 쥬시팝’은 ‘송혜교 립스틱’으로 불린다. 애경 ‘에이지투웨니스 에센스 커버팩트’는 ‘견미리 팩트’다. 이 팩트는 “딸과 나눠쓴다”는 후기가 많아 ‘모녀팩트’라는 펫네임도 생겼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수딩 앤 모이스처 알로에베라92% 수딩젤’은 ‘짐승젤’이라 불린다. 써도써도 줄어들지 않는 짐승같은 용량을 가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펫네임이 붙는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을 많이 받는다는 의미다. 코카콜라는 코크, 버드와이저는 버드로 불린다. 모토로라는 모토. 맥도날드는 맥디스(McD’s)로 불린다. 한때 흰색 티코는 ‘각설탕’으로, 빨간색 티코는 ‘깍두기’로 불렸다.

전략적으로 마케터들이 펫네임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GS홈쇼핑의 MD들은 ‘데싱디바 매직프레스’를 판매하면서 ‘1초 성형네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제품명이 친숙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붙이면 곧바로 아름다운 손톱을 가질 수 있다’는 뜻으로 ‘1초 성형네일’이라는 펫네임을 붙였다는 후문이다. 펫네임은 스포츠마케팅, 심지어 도시 브랜드에도 광범위하게 쓰인다. ‘무적함대’(스페인축구팀), ‘레블레’(프랑스축구팀)이나 ‘스플래시 히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빅애플(뉴욕의 별칭) 등이 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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