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의 아바타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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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의 아바타였나

청와대 수석회의와 국무회의 자료까지 최순실에게 보고되는가 하면, 중요한 인사까지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으니, 그 동안 우리 국민은 두 명의 대통령 치하에 있었던 것이다. 망연자실 혼란스럽고 참담하고 참담할 뿐이다.

전여옥이라는 작가 출신의 정치가가 있었다. 한때는 우아한 미소만 지으며 말을 아끼는 것처럼 보이는 박근혜를 좋아해, 스스로 측근이 되었다. 그런데 따라다녀 보니 아니었다. 맹탕이고 가짜였다. 결국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떠나면서 용기를 내어 박근혜에 대한 솔직한 자기 견해를 밝힌다. 자기처럼 또 오판해서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기 전 일이었다. 그때 그가 남긴 말은 지금도 ‘전여옥 어록’이라는 이름으로 떠돌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인용해 본다.

“박근혜 위원장의 자택 서재를 둘러보고, 박 위원장의 지적 인식능력에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서재에 일단 책이 별로 없었고, 증정 받은 책들만 주로 있어 통일성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여기가 서재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박근혜는 늘 짧게 대답한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등. 국민들은 처음에는 무슨 심오한 뜻이 있겠거니 했다. 그러나 사실 아무 내용 없다. 어찌 보면 말 배우는 어린애들이 흔히 쓰는, ‘베이비 토크’와 다른 점이 없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식견, 인문학적 콘텐츠도 부족하고, 신문기사를 깊이 있게 이해 못한다. 그녀는 이제 말 배우는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하다.”

“박근혜 위원장은 자기의 심기를 요만큼이라도 거스르거나 나쁜 말을 하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그가 용서하는 사람은 딱 한 명, 자기 자신이다.”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서 보여준 여러 가지 행태가 이해가 간다. 써준 연설문도 잘 못 읽는다든가,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 등의 이유를 알 것 같다. 채동욱 검찰총장이나 문화관광체육부 공무원처럼 끝까지 찍어내는 그 지독함의 연원을 알 것 같다. 또 그녀는 왜 최순실에게 대통령으로서 최소한 자기가 직접 해야 할 일을 대신하도록 시켰는지 알 것 같다. 그녀는 병적인 자질 부족으로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이었다.

그래서 전여옥은 그의 어록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여러분,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쁜 놈입니다. 그러나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입니다.”

결국 우리 국민은 모두가 바보가 되었다.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와 그를 추억하며 맹목으로 따르는 TK 세력을 등에 업고, 북한을 이용해 ‘종북’이라는 칼을 휘두르며,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선거개입에 힘입어 부정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나마도 최소한의 양심으로 너무나 명백한 증거 때문에, 국정원 등 정부기관의 불법 선거개입을 수사하던 검찰 수장과 담당 수사검찰관을 비열한 방법으로 찍어내고 국정원장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갔음에도, 사건은 부정 당선자에 의해 축소되고 대충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언젠가는 재심이 이루어져 역사의 심판을 받을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이 조직적 불법 관권개입 선거 하나만으로도 상식적인 민주국가에서는 당선 무효로 충분하다. 이미 박근혜는 자격이 없는 대통령이었다.

노동자의 생존권과 농민의 쌀값 보장 등을 외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렸고, 시골에서 올라온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국가폭력에 의한 살인이었다. 정황과 증거가 명백한데도 경찰은 거짓으로 일관했고, 관련 기관이 총동원돼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가가 오히려 국민을 살해하고 원인을 조작했으니, 결국 그 책임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져야 한다. 대통령은 취임선서에서 그렇게 하기로 구체적으로 서약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것만으로도 탄핵 감이다. 거기다가 생때같은 어린 영혼을 304명이나 한꺼번에 수장시켜 죽이고도 책임자 처벌이나 재발 방지대책 마련은 차치하고, 그 원인규명조차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 불량국가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이 져야 할 무거운 것이다.

정상적인 국정운영 시스템 무너져

명백한 여러 범죄 혐의자인 우병우 민정수석을 감싸며 수사를 방해할 때부터 우리는 눈치챘다. 공범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럴까 싶었다. 그리고 청와대라는 거대하고 막강한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 하나 조직적으로 체계에 맞게 작동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가장 신경 쓰고 무겁게 여겨야 할 국민 여론조차 무시하며 제멋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무렵 터진 것이 전경련이 개입한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의 부정 설립과 운영에 관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최순실의 등장이었다.

지금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박근혜는 오랜 세월 최순실의 아바타로 살아온 것이 명백한 것 같다. 최순실이 사용하던 태블릿 PC의 파일들만 보더라도, 대통령 선거 기간 박근혜의 연설 원고까지 마지막으로 최순실이 손을 봤고, 인수위 시절 중요한 인사와의 면담 시 당선자가 해야 할 말조차 최순실이 결정했다. 취임 후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요란스럽게 갈아입던 옷들도 최순실의 안목과 취향이었고, 청와대 수석회의와 국무회의 자료까지 최순실에게 보고되는가 하면, 중요한 인사까지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으니, 그동안 우리 국민은 두 명의 대통령 치하에 있었던 것이다. 망연자실 혼란스럽고 참담하고 참담할 뿐이다.

그렇게 박근혜의 무능과 비정상적인 행동을 틈탄 최순실에 의해 국정이 농단당하는 동안, 정상적인 국정운영 시스템은 무너지고 말았다. 국민의 요구에는 귀 막는 불통정권이 될 수밖에 없었고, 세월호 참사에서도 한 명도 구조 못하는 무능정권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 정당한 요구를 하는 노동자·농민을 탄압해 백남기 농민을 경찰을 앞세워 살해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포악정권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국민경제는 파탄의 구렁텅이로 빠졌고, 국가안보는 불안을 넘어 위태로운 지경이 되었다. 최순실의 아바타 박근혜 치하의 지난 3년 8개월의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 지경에 이르러 박근혜 대통령이 할 일은 스스로 자격 없음을 인정하고 총체적 난국의 책임을 지고 하루빨리 물러나는 일이다. 그 길만이 마지막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더 이상 국민을 창피하고 비참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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