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면 좋지 아니한가 ‘스터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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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카페는 단순히 함께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공간에서 미래를 고민하고 진로를 모색하는 공간이 됐다. 한 발 더 나아가 공부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장소로 변하고 있다.

당신은 공부하러 어디로 가십니까? 과거라면 도서관이나 독서실이 당연한 답이었겠지만 시절이 달라졌다. 왁자지껄한 카페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노트북 컴퓨터를 쓰는 것이 대세인 까닭에 충전기를 꽂을 수 있는 전원장치를 갖추고 무선랜뿐 아니라 복사기 등 간단한 사무용 기기를 갖춘 곳도 점차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이를 위한, 공부하기 위한, 공부하는 장소로 스터디 카페가 보편화됐다. 등장한 지 불과 10년 안팎이지만 스터디 카페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공간으로 굳게 자리를 잡았다.

청소년기에 라디오를 틀거나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다가는 어른들의 핀잔을 듣는다. 당연히 공부는 조용한 곳에서 집중하며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그런 통념도 깨어졌고, 공부 공간도 변화했다. 직장인 유모씨는 중요한 일을 할 때 가끔 카페를 찾는다고 한다. “집중이 잘 됩니다. 집과 회사와는 다른 분위기가 생각을 더 자극하고 산만한 듯한 주변이 오히려 일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끔 급한 일이 있으면 일부러 카페를 찾아갑니다.”

카페와 공동 학습공간이 함께 있는 스터디 카페.

카페와 공동 학습공간이 함께 있는 스터디 카페.

학생·직장인 공동 작업공간으로 애용
과연 소란한 카페가 집중과 공부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일까. 어떤 이들은 너무 조용한 곳은 집중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카페나 군중이 있는 공간이 생각하고 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잡음의 일종인 백색소음을 집중력 향상에 활용하는 휴대폰 앱도 인기를 끌고 있고, 카페 소음을 들려주는 학습 관련 앱도 등장했다. 백색소음과 함께 시냇물 흐르는 소리며, 거리 소리 등의 환경소음을 계속해서 들려주는 집중력 도우미 웹도 카페 공부족들이 애용한다. 카페에 갈 수 없다면 집이나 사무실 공간을 카페와 같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스터디 카페는 카페 분위기에 강의실과 학습공간을 더한 복합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한쪽에는 카페 홀, 다른 쪽에는 작은 방들을 갖추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할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나이나 직업도 천차만별입니다. 비용도 카페보다는 저렴한 편입니다. 공동작업에 필요한 대형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등도 갖추고 있어서 몸만 와도 되는 것이 장점입니다.” 스터디 카페에서 일하는 권모씨의 설명이다.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공간을 쓸 수 있어 학생들과 직장인이 공동 작업공간으로 자주 활용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조별 과제가 늘었고 기업에서 팀별 발표가 많아진 것도 스터디 카페를 찾는 이유가 됐다. 취업이나 진로 정보 등을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누가 찾아와도 이유를 묻지 않는다.

이용요금은 한 사람당 시간제 요금을 적용한다. 몇 명의 인원이건 각각 시간당 요금만 지불하면 된다. 팀이 왔지만 계산은 각자 따로따로 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스터디룸이 주수입원인 카페는 커피 등 기본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반면 카페 성격이 더 강한 곳은 음료와 먹을거리를 파는데, 이것저것 따지면 룸별 이용료가 더 싸게 먹히는 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스터디 카페는 젊은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집중되어 있다. 홍대, 신촌, 종로, 강남역 일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 카페를 겸하고 있는 곳도 많다. 지역적인 성격도 스터디 카페에 깊게 배어 있다. 영어회화 학원이 몰려 있는 곳에는 회화 학습 공간이 많다. 학원에서 공동 활용공간으로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공무원 시험학원이 몰려있는 곳은 입구에 각종 시험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붙어 있다. 모델 데생이나 소묘 등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스터디 카페, 항공사 승무원 지망생을 위해 전신거울과 워킹룸을 갖춘 스터디 카페도 있다. 이런 곳들은 전문 강사와 진로 상담을 하는 멘토들도 상주하며 이용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 자기계발 강좌를 정기적으로 여는 스터디 카페도 있고, 꽃꽂이 등 취미 강의를 무료로 하는 곳도 있다. 자기주도형 학습과 교수형 학습이 공존하고 있다. 그야말로 고객을 위해 맞춤 공간을 마련해 둔 것이 현재의 스터디 카페다.

정기적으로 취업과 자기계발 강연을 하는 스터디 카페도 있다.

정기적으로 취업과 자기계발 강연을 하는 스터디 카페도 있다.

취업준비와 영어 공부가 주로 많아
“손님들 대부분은 두 가지 공부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영어와 취업. 영어회화 공부하는 팀들이 많고, 취업 준비생들도 많이 찾아옵니다. 여러 명이 면접연습을 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봄가을 취업시즌에 손님들이 가장 많습니다.” 6년째 종로에서 스터디 카페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모씨의 설명이다. 카운터에는 빽빽하게 예약 스케줄이 적혀 있다. 평일 오후 시간에는 일찌감치 예약해야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취업준비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외국어학원 인근 스터디 카페에서 원어민 강사와 일대 일 회화 연습을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서영은씨는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사회에서 필요한 스펙을 쌓아야 하는데, 영어회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대 일 회화 연습을 위해 스터디 카페가 안성맞춤입니다.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아서 자주 이용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일찍부터 스터디 카페를 취업 준비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학원가 스터디 카페의 분위기는 거의 비슷하다. 홀에서는 노트북으로 취업 관련 사이트를 뒤지면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거나 취업조건을 서로 비교해 보고 필요한 내용도 체크하고 있다. 스터디룸에서는 영어나 중국어 회화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교실에서도 카페에서도 취업이라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반면 대학가 인근의 스터디 카페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스터디룸에서 독서토론을 하는 모습도 보이고, 연극대본을 함께 읽는 이들도 있다. 무엇인가를 열띠게 웅변하는 학생도 있다. 프리젠테이션 발표 연습을 하는 학생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방과 후 강의실이나 동료들의 자취방에서 함께하던 일들을 스터디 카페가 대체하고 있다.

서울 모 사립대학 교직원은 학생들이 학교 밖 공간을 찾는 이유가 대학이 교육적 가치보다 경제적 가치에만 치중한 결과라는 비판을 했다. “예전에는 공강 시간에 강의실에서 토론도 할 수 있었지만 지금 사립대학 대부분은 수업시간이 아니면 강의실을 개방하지 않습니다. 강의실은 강의만을 위해 사용한다는 주장이지만, 학생들이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세미나실 등은 극히 부족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방학 때는 기업에 돈을 받고 강의동을 임대하는 경우도 있어서 학생들을 위한 공간 부족이 더 심해진 현실입니다.” 결국 경제적인 논리 때문에 학생들이 필요한 충분한 교육공간을 제공하지 못하므로 스터디 카페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교직원의 주장이다.

“소위 언더라고 부르는 이념서적 독서회 활동도 스터디 카페에서 자주 합니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하든 카운터에서도 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돈을 지불하면 공간을 배타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일을 해도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간섭 받지 않습니다. 주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독서회나 토론회 모임에는 안성맞춤입니다.” ‘운동권’ 학생들도 스터디 카페를 종종 이용한다는 대학가에서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이의 주장이다.

저녁시간 서울 종각 옆 스터디 카페에 들어서자 카운터에서는 예약시간을 확인하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이 중에는 고등학교 학생도 있었고 넥타이를 맨 직장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곳의 장점은 카페와 스터디룸 공간의 대여뿐 아니라 다양한 강연과 공연 등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스터디 카페에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마이크임팩트 이지은 매니저의 설명이다. 카페 홀에는 서가가 마련되어 있어 책을 읽고 싶은 이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한쪽에는 정기적인 신간 발표회의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옥상 공간에서는 영화 상영과 밴드 공연도 이루어진다. 스터디 카페가 학습 공간 대여뿐 아니라 문화공간과 사회관계망의 형성에까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스터디 카페의 주이용자들은 취업준비생들이다.

스터디 카페의 주이용자들은 취업준비생들이다.

학교나 도서관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들
“직장인들은 스터디 카페에서 승진 시험공부를 합니다. 평생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때문에 여러 가지 강습 등 사회교육 공간으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스터디 카페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쪽 학습룸에서는 대학 입시를 위한 실기 공부를 하고, 다른 학습룸에서는 조별과제를 진행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옆에서는 취업 면접 연습하는 취준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승진시험을 준비하는 직장인도 있다.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직장을 얻기 위해, 직장에서 승진하기 위해, 결국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길을 찾으러 모이는 공간이 됐다. 일반적인 도서관이나 학교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 벌어지는 곳도 스터디 카페의 진면목이다. 공부는 더 이상 자아실현과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닌 것이 됐다. 생존을 위한 전투기술이 돼버렸다. 카페의 여유보다는 경쟁의 처절함이 스터디 카페에 집약돼 있는 것이다.

“스터디 카페의 장점은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공부가 됐건 개인적인 취미건 이곳에서는 공유하고 함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함께 고민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공헌형 스터디 카페를 표방하는 더빅스터디 정주헌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이슈는 청년문제에서 찾을 수 있고 청년문제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취업문제로 압축할 수 있다고 본다. 스터디 카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취업 카페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스터디 카페가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길을 갈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포부도 있다고 밝힌다.

이런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스터디 카페는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함께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공간에서 미래를 고민하고 진로를 모색하는 공간이 됐다. 한 발 더 나아가 공부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장소로 변하고 있다. 필요한 것을 배울 수 있는 학습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 크게 성장한 스터디 카페는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서 일정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용자와 함께 나누는 차별화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스터디 카페도 사회관계형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선인들이 이르길 공부는 평생 해나가는 것이며 사물의 이치를 알 때까지 멈출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태평성대가 아니라서 사물의 이치를 꿰뚫는 일은 요원하지만 생존과 생계를 위해 평생 공부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우리 시대의 그런 모습을 절실하게 보여주는 곳이 스터디 카페다.

<김천 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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