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한파로 인하여 한강의 물결이 멈추면서 철새들도 고달픈 생활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10여년을 겨울이면 낯설지 않게 찾아오는 천연기념물 제243-3호 참수리 가족도 그 어느 해 겨울보다 힘겹게 보내고 있다. 재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어린 새끼를 데리고 지난해 11월 초에 찾아왔지만, 요즘은 이들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미사리 주변이 대부분 얼어붙으면서 물고기나 물새 사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물 흐름이 빨라 얼지 않는 한강 상류 팔당댐 아래 여울목 등에서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장시간 한강 가운데 바위에 앉아 있던 참수리가 날개를 펼치고 수면 위로 아슬아슬하게 저공비행하며 이동을 하고 있다.](https://img.khan.co.kr/newsmaker/1163/20160216_88_01.jpg)
장시간 한강 가운데 바위에 앉아 있던 참수리가 날개를 펼치고 수면 위로 아슬아슬하게 저공비행하며 이동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물새들도 모여든다. 물고기도 사냥을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다른 맹금류도 주변 높은 나무 곳곳에 앉아 여울목을 응시한다. 여울목은 물새들이 한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장소이지만 맹금류에게 잡아먹히기도 하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장소인 것이다. 어쩌다가 큰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뛰어올랐다가 얼음판 위로 떨어지거나, 동사한 물새들의 사체가 발견되면 맹금류들이 달려들어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혹한으로 강이 얼어붙게 되면 새들 중에 강자일지라도 삶이 고달프게 마련이다.
![참수리가 누치로 보이는 큰 물고기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하고 있다.](https://img.khan.co.kr/newsmaker/1163/20160216_88_02.jpg)
참수리가 누치로 보이는 큰 물고기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하고 있다.
![물고기 사냥에 성공한 참수리가 물고기를 발톱에 움켜쥐고 날아오르고 있다.](https://img.khan.co.kr/newsmaker/1163/20160216_88_03.jpg)
물고기 사냥에 성공한 참수리가 물고기를 발톱에 움켜쥐고 날아오르고 있다.
고달픈 환경에서 새끼를 데리고 온 참수리 어미들은 먹이를 사냥하게 되면 새끼에게 넘겨줄 법도 한데, 거의 다 먹어치운다. 어린 참수리는 어미 곁으로 다가가지 않고 주변에서 소리만 낸다. 서열 의식이 철저하다고 볼 수 있다. 어미는 부스러기 정도를 남겨두고 사라진다. 새끼를 냉엄하게 기르지 않고서는 맹금류로서 살아남지 못함을 일깨워 주기 위한 어미의 마음일 것이다. 어미가 사라지면 어린 참수리는 부스러기를 주워먹기 위해 다가간다.
![참수리 부부 중 한 마리가 누치로 보이는 물고기를 사냥해 먹고 있는 동안 다른 한 마리는 남겨주기만을 기다린다.](https://img.khan.co.kr/newsmaker/1163/20160216_88_04.jpg)
참수리 부부 중 한 마리가 누치로 보이는 물고기를 사냥해 먹고 있는 동안 다른 한 마리는 남겨주기만을 기다린다.
![[생태줌인]참수리가 혹한기를 대처하는 방법](https://img.khan.co.kr/newsmaker/1163/20160216_88_05.jpg)
새들은 태양의 온기가 스며들 때 날기를 좋아한다. 참수리 가족도 맹추위와 바람이 부는 등 일기가 좋지 않은 날에는 활동을 멈춘다. 햇살이 잘 들고 바람이 차단되는 검단산 중턱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날개를 접고 긴 시간 휴식에 들어간다. 참수리 가족은 같이 한 곳에 모여 있기보다는 각각 멀리 떨어져 있다. 간간이 소리를 주고받으며 소통을 한다.
<이재흥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