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 사냥꾼 비오리, 남의 물고기를 노리는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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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새 중에는 잠수해 먹이를 구하는 녀석들이 많다. 수생식물을 채취해 먹는 새들이 있는가 하면 물고기를 사냥해 먹는 새들이 있다. 이 가운데 큰 물고기 사냥꾼 가마우지와 행동이 비슷한 비오리는 부리 끝이 가마우지처럼 구부러져 있다. 날카로운 톱니 같은 이빨을 가지고 있어 생김새가 악어 입과 닮았다.

비오리는 날개치기도 빠르지만 수면 위를 물장구치며 달릴 수 있다. 또한 물속으로 들어가 물고기를 잡을 만큼 다재다능한 잠수부다. 하지만 비오리의 잠수를 주목하는 녀석들이 있다.

힘겨운 잠수를 하며 잡은 물고기를 갈매기가 빼앗으려 하자 비오리가 필사적으로 달아나고 있다.

힘겨운 잠수를 하며 잡은 물고기를 갈매기가 빼앗으려 하자 비오리가 필사적으로 달아나고 있다.

갈매기는 비오리가 잡아 올린 물고기를 빼앗으려 물에 떠다니는 비오리를 추적하며 공중에서 비행한다. 또한 강가의 나무나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참수리와 흰꼬리수리 같은 맹금류도 비오리를 잡아먹기 위해 지켜보고 있다.

갈매기가 비오리의 입에 물린 물고기를 빼앗으려 집요하게 물 밖에까지 따라나왔다.

갈매기가 비오리의 입에 물린 물고기를 빼앗으려 집요하게 물 밖에까지 따라나왔다.

비오리는 먹이 사냥을 위해 길게 호흡한 후 물 속으로 잠수를 반복하다가 힘겹게 잡은 물고기를 입에 물고 물 밖으로 올라온다. 아니나 다를까.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갈매기가 비오리 입의 물고기를 빼앗으려 달려든다. 비오리도 힘겹게 잡은 물고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달아나면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하지만 갈매기의 순발력을 비오리가 제압하기란 쉽지 않다.

자유로운 날갯짓을 위하여 비오리도 수시로 목욕을 하며 깃털관리를 하고 있다.

자유로운 날갯짓을 위하여 비오리도 수시로 목욕을 하며 깃털관리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숲속의 깡패가 까치라면, 바다나 강의 깡패는 갈매기가 아닌가 싶다. 물 밖에서 이뤄지는 갈매기와의 힘겨루기는 피할 수 있지만, 비오리가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만을 기다렸다 달려드는 맹금류의 발톱은 피하기 쉽지 않다. 그들은 비오리가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노린다. 비오리가 잦은 잠수로 순발력이 떨어질 즈음 쏜살같이 날아가 날카로운 발톱을 펼쳐 물 밖으로 나오는 비오리를 움켜쥐고 날아간다. 비오리는 잠수를 잘하지만, 그 때문에 맹금류들의 표적이 되어 목숨을 잃게 된다. 그러니 비오리의 잠수는 목숨을 걸고 이뤄지는 것이다.

비오리가 물속에서 잡은 물고기를 물고 물 밖으로 나와 다른 곳으로 달아나고 있다.

비오리가 물속에서 잡은 물고기를 물고 물 밖으로 나와 다른 곳으로 달아나고 있다.

비오리는 강이나 호수가 있는 곳이면 서식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의 번식과정을 목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매년 강원 동강에서는 갓 태어난 새끼들을 이끌고 활동하는 것이 목격되고 있다.

<이재흥 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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