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특별금고 만드는 되틀링 국내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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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틀링의 한 해 총생산량은 100개 미만 정도에 불과하다. 하나의 금고가 완성되기까지 최소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될 만큼 독일산 최고급 금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업체다.

외국의 액션영화를 보면 악당 캐릭터가 천문학적인 부를 가진 경영자나 유명 인사들의 금고를 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곧잘 볼 수 있다. 금고는 예부터 부와 권력을 지닌 자들이 가장 정성을 들여 투자하는 대상 중 하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외관부터 웅장하고 화려한 금고는 부를 과시하기에 좋은 수단이자 복잡한 보안 설계를 더하면 효과적으로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방패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되틀링(Do˙˙ttling)은 독일에서 4대째 금고만 전문적으로 제작해온 금고 업계의 롤스로이스로 통한다. 오직 수작업으로 완성한 하이엔드 금고의 대명사인 이들이 최근 국내에 공식 론칭했다.

되틀링은 금고제작자 에른스트 되틀링에 의해 1919년 벤츠의 고장으로도 유명한 독일 슈투트가르트 진델핑엔 지방에서 탄생했다. 금고 및 자물쇠 제작 가게에서 출발한 되틀링은 몇몇 독일 귀족 가문으로부터 금고 제작을 의뢰받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입소문이 나면서 유럽의 왕실과 상류층 인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고 제작업체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되틀링의 최고가 금고 중 하나인 그랜드 서클.

되틀링의 최고가 금고 중 하나인 그랜드 서클.

되틀링은 독일 슈바벤 지역에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 금고 제작방식을 현재까지도 고수하고 있다. 작은 트렁크 상자만한 금고서부터 벽장 크기만한 초대형 금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금고들을 오직 사전주문 제작방식으로만 공급한다. 다시 말해 아무리 인기가 있는 금고도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가죽 소재와 색상, 외부 장식 유형 등을 미리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독일인들 특유의 깐깐한 품질관리와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다각적인 노력의 결과 되틀링은 일각에서는 ‘전 세계 최상류층 0.1%의 금고’라는 별칭까지 얻게 되었다.

되틀링이 일반 금고에서부터 시계 전용 금고와 와인더에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된 것은 창립자의 4대손이자 1997년 가업을 이어받은 현 CEO 마르쿠스 되틀링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공방에서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자연스레 금고제작자의 길로 들어섰으며, 이후 20년간 수석 금고제작자이자 경영인으로서 되틀링을 세계적인 업체로 키우는 데 공헌한다.

되틀링 하면 또한 스위스 발레드주의 시계 명가 예거 르쿨트르와의 파트너십을 빼놓을 수 없다. 예거 르쿨트르의 최상위 컬렉션이자 하이 컴플리케이션 기술의 정수를 담은 히브리스메카니카 시리즈를 위한 특별 금고를 되틀링이 제작하게 된 것이다. 삼중 잠금장치와 최첨단 보안 센서까지 갖춘 히브리스메카니카 전용 금고는 무게만도 1.5톤에 달할 정도였고, 설치를 위해서는 되틀링 본사에서 직접 직원들이 파견될 정도였다. 더불어 특유의 개성 강한 스포츠 시계 컬렉션으로 일가를 이룬 위블로 역시 되틀링과 협업관계를 맺어 화제가 되었다. 되틀링은 위블로를 위해 탁상용 금고인 크립텍스와 21개 시계를 보관 및 와인딩할 수 있는 모포시스를 한정 제작했다.

참고로 되틀링의 한 해 총생산량은 100개 미만 정도에 불과하다. 하나의 금고가 완성되기까지 최소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될 만큼 독일산 최고급 금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몇 안 되는 업체다. 4대째 이어져온 전통의 장인정신과 최첨단 보안 시스템이 조화를 이룬 되틀링의 수제 금고 가치를 국내 소비자들은 과연 얼마나 알아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세훈 <타임포럼 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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