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1월에 개관한 오메가 박물관은 2층 건물에 4000여점의 시계들을 전시하고 있다. 단일 시계 박물관으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오메가의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시계들만 모아놓았다.
어릴 적부터 시계를 좋아하고, 심지어 업으로 삼게 된 사람으로서 유명 시계 브랜드의 본사나 공장, 시계 박물관을 방문할 기회를 얻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다. 필자는 얼마 전 스위스 비엘에 위치한 오메가(Omega) 박물관에 다녀왔다.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시계 제조사의 하나이자 지난 몇 년간 매출 실적 또한 상위 톱3를 유지해온 명실공히 세계적인 브랜드인 오메가의 167년 역사를 한 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며, 약 3시간 동안 과거로의 타임머신에 오른 기분이었다.

스위스 비엘에 있는 오메가 박물관 전시실 내부 전경.
1984년 1월에 개관한 오메가 박물관은 2층 건물에 4000여점의 시계들을 전시하고 있다. 시계 외에 각종 무브먼트와 공구들, 서류, 설치물까지 헤아리면 그 규모는 아담하지만 속이 꽉 찬 박물관임을 알 수 있다. 오메가 박물관은 작고한 니콜라스 G. 하이예크 스와치 그룹 회장이 주도적으로 건립했으며, 2009년 말 재정비 공사를 거쳐 2010년 5월 재개관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단일 시계 박물관으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오메가의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시계들만 모아놓은 곳이다 보니 시계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건물 전체가 여러 전시실로 꾸려져 있고, 첫 번째 방에서는 브랜드의 설립자 루이 브란트가 제작한 회중시계용 무브먼트들과 그가 실제 작업을 했던 테이블도 볼 수 있었다. 그 외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제작된 다양한 시계들을 접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1894년 발표한 큼지막한 19리뉴(40㎜가 좀 넘는) 사이즈의 회중시계용 수동 칼리버는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역사적인 칼리버에 당시 처음으로 그리스식 표기인 오메가 로고(Ω)가 새겨졌고, 칼리버의 명성에 힘입어 이 즈음부터 브랜드명까지 오메가로 바꾸고 다이얼에도 오메가 로고가 등장하게 된다.
다음 전시실은 몇 가지 테마별로 구획돼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역대 스포츠 경기 계측용 시계들이 전시돼 있고, 26번이나 올림픽 타임키퍼를 맡은 회사답게 다양한 첨단 장비들까지도 마련돼 있었다. 그 맞은편 전시실에는 오메가의 다이버 시계 제조 역사와 노하우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펼쳐졌다. 1932년 발표한 최초의 다이버 시계 마린을 비롯해, 1948년 론칭한 첫 시마스터 시계와 1957년 론칭한 첫 본격 전문 다이버 시계인 시마스터 300, 1970년 출시한 600m 포화잠수 사양의 아이코닉한 플로프로프, 1995년부터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하며 ‘제임스 본드’ 시계라는 별칭을 얻게 된 시마스터 프로페셔널과 시마스터 플래닛 오션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또 다른 방에는 오메가의 클래식인 스피드마스터 컬렉션의 역사적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인간 모형과 함께 그대로 재현한 공간 안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반 세기 인연을 자랑하는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일명 ‘문워치’와 관련된 전시품들이 마련돼 있다. 문워치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이 착용하고 달을 밟아 전설적인 명성의 서막을 알렸고, 1970년 4월 아폴로 13호의 극적인 지구 귀환 과정에서도 진가를 발휘해 같은 해 오메가는 NASA로부터 시계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실버 스누피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박물관에 전시된 빈티지 시계들은 화석화된 유물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의 역사를 보여주는 증거물이자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창구가 된다. 오메가 박물관에서 오메가의 무한한 저력과 성장의 원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세훈 <타임포럼 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