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배우 위기론’은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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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방송가 안방극장에서 ‘20대 여배우 위기론’이 거론된 적이 있습니다. 지상파와 케이블채널 드라마에서 20대 여주인공이 사라진 현상을 일컬었는데요. 송혜교, 손예진, 전지현, 한예슬, 김태희, 한가인, 한혜진, 신민아 등 2000년대 안방극장을 주름잡던 여배우들이 모두 30대에 올라서고 이들의 뒤를 이을 만한 인재들이 부족해지면서 나온 말입니다. 지난해부터 거론된 20대 여배우의 기근현상은 안방극장의 판도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언급한 것처럼 30대 여배우들의 기세가 더욱 높아졌고요, 최근에는 심지어 40대 여배우들도 안방극장에서 주인공으로 당당히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SBS <풍문으로 들었소>의 유호정(46)과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채시라(47)·도지원(49), 그리고 MBC <여왕의 꽃>의 김성령(48) 등이 이러한 경향을 이끌고 있습니다. 20대에서는 주인공을 맡길 배우가 줄어드는 데다 TV를 즐겨보는 시청자들이 40대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이에 부응하기 위해 안방극장 여주인공의 나이는 계속 높아졌습니다.

강소라, 고아성 | 경향신문 자료사진

강소라, 고아성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대 여배우의 기근은 예상됐던 상황입니다. 안방극장에 신인 여배우를 수급하는 과정이 왜곡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방송사들이 모두 공채 탤런트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신인을 오디션을 통해 뽑은 다음 단막극 조연 등으로 기본기를 익히게 한 후 주연으로 키우는 거죠. 지금 40대 이후의 여배우들은 당시 공채 시스템을 통해 안방극장에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방송사들이 공채 시스템을 예산을 이유로 중지했고, 이 기능을 기획사들이 대신하게 됐습니다. 한때는 ‘길거리 캐스팅’이 유행했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른바 ‘얼짱’이라고 불리는 비연예인 여성들에게 캐스팅 제의가 몰리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이 기능을 가수들이 담당합니다. 최근 연기를 시작하는 여배우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걸그룹 출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가수를 키우는 기획사들은 노래와 연기를 함께 가르칩니다. 한 그룹에 한 명씩은 연기를 염두에 두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반 거듭된 이들의 시행착오는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들에 대해 대중들이 색안경을 쓰는 결과로 이어졌죠.

신세경, 설현, 채수빈 | 경향신문 자료사진

신세경, 설현, 채수빈 |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러나 밤이 어두울수록 새벽은 가까이 온다고 했습니다. 2015년 상반기 들어 이러한 걱정은 점점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유쾌한 기대를 하게 됩니다. 안방극장에 재능 있는 20대 여배우들이 거푸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영화계에서도 김고은, 임지연, 이유영, 천우희 등의 20대 여배우들이 활약을 시작해 이러한 기대는 높아졌습니다.

현재 방송 중이거나 방송을 막 끝낸 지상파나 케이블 드라마들을 봐도 20대 여배우들의 활약은 완연합니다. MBC 월화극 <화정>에는 이연희,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에는 고아성이 출연 중입니다. 수목극 역시 SBS <냄새를 보는 소녀>의 신세경, MBC <맨도롱 또>의 강소라가 20대입니다. 금요일과 주말에도 KBS2 <파랑새의 집> 경수진, 채수빈 등이 있습니다.

이들 중 현재는 <오렌지 마말레이드>의 설현만이 걸그룹 출신입니다. 물론 걸그룹 출신 여배우의 기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MBC 주말극 <장미빛 연인들>의 시크릿 한선화, tvN <호구의 사랑> 애프터스쿨 유이 등은 부단한 노력으로 대중의 편견을 씻어낸 경우입니다. 안방극장 향후 10년의 대계, 20대 여배우들의 부활에 눈길이 모입니다.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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