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주식회사-기업을 닮아가는 시민운동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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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저항 주식회사-기업을 닮아가는 시민운동단체

저항 주식회사
피터 도베르뉴 외 지음·황성원 옮김·동녘·1만4000원

기업을 견제해야 할 시민운동단체들이 기업을 닮아가는 행태를 비판한 책이다. 제목은 시민운동단체의 저항운동이 비즈니스가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민운동단체들이 출처와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금을 모으는 것이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대기업과 동반자가 되고, 특급 갑부들과 협력하거나 유명 인사들을 섭외하며 기업의 돈을 받고 자신의 브랜드를 빌려준다. 또 기업과 정부, 시민들로부터 많은 후원과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브랜드 가치’를 관리하려 애쓴다.

지은이가 사회운동단체들의 기업화되고 제도화된 모습 전부를 부정적이라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저항운동에 대한 국가의 탄압이 거세지고 운동의 기반인 시민사회가 개인화·파편화된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가 기업이나 국가의 후원에 크게 의존하면 의존할수록 시민들보다는 정부나 기업에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증명하려 애쓰게 된다.

그 결과 이들은 진보적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민감하고 충실하게 반응할 수 없게 되고, 이것은 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 이탈로 이어진다. 이는 결국 단체가 기업과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기업과의 협력 하에 이루어지는 캠페인이나 ‘착한 소비’와 같은 개인의 실천을 장려하는 ‘온건한 운동’만 남게 된다.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은 책의 추천사에서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을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단체나 활동가의 수가 늘어나고 정부나 기업과 손을 잡는 걸 시민사회의 성장이라 여기는 착각, 먼저 뛰어가 전문가들과 제도를 선점하는 것이 성과라 내세웠던 활동의 중간 결론이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저항 주식회사’의 함정에서 한국 시민단체 또한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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