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앨리스와 그의 시대-한국 역사 소용돌이의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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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현앨리스와 그의 시대-한국 역사 소용돌이의 희생양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정병준 지음·돌베개·2만원

일본 식민지 시절 주요 광복운동 인사인 현순 목사의 맏딸로 광복운동, 재미 한인 진보운동에 헌신한 현앨리스의 비극적 삶을 다룬 책이다. 현앨리스는 2000년대 초반 매체를 통해 ‘한국판 마타하리’로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현앨리스가 ‘마타하리’와 거리가 먼 인물이었으며, 당대의 비극적 소용돌이의 희생양이었다고 말한다.

1955년 북한에서 김일성은 최대 정적인 박헌영을 숙청한다. 그 과정에서 현앨리스가 1920년 상하이 시절 박헌영의 ‘첫 애인’이자 미국 정보기관의 첩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실상 박헌영과 현앨리스는 어릴 때부터 광복운동의 꿈을 함께 키워온 오누이 같은 사이였으며, 사랑과 결혼의 대상도 서로 달랐다고 말한다.

1930년대 현앨리스는 미국 공산당 당원이었다. 해방 후인 1945년 말 그는 미군정 민간통신검열단 소속으로 도쿄를 거쳐 한국에 들어온다. 그러나 1946년 박헌영을 면담했다는 이유로 북한의 첩자로 몰려 그는 미국으로 추방된다.

추방된 그의 소망은 좌익 친구들을 따라 북한으로 가는 것이었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현앨리스는 체코를 거쳐 1949년 평양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박헌영이 현앨리스에게 도움을 준 것이 빌미가 되어 박헌영까지도 미국 스파이로 규정돼 제거됐다.

지은이는 현앨리스가 “일본제국의 신민, 미국의 시민, 남한의 국민, 북한의 공민 중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이질적이고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고 말하며 “일본의 입장에서 그는 ‘위험한 좌익 혁명분자’였고, 미군정의 눈에는 좌익과 소통하는 ‘악마적 존재’로 비쳤으며, 북한에서는 ‘미 제국주의의 고용간첩’으로 낙인찍혔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는 공존 불가능한 극단적 스펙트럼이 투과됐던 한국 근현대사가 그에게 강요한 것이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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