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바다 ‘지적재산권과 공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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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요구 사이에는 일반적인 기준을 만들 수는 없고 사례에 따라 그때그때 판단하여야 할 테지만, 무조건 지적재산권 보호 중심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가수 김장훈의 영화 불법 다운로드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시작은 지난 2월 20일 김장훈이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설 연휴에 쉬는 날이라 ‘테이큰3’라는 영화를 다운로드받아 봤는데 자막이 생뚱맞게 아랍어였다’는 내용의 글을 장난스럽게 올린 것이었다. 이를 두고 아직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영화여서 인터넷 다운로드로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2월 23일 ‘자유청년연합’이라는 단체의 부대표인 함민우씨가 서울중앙지검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김장훈을 고발했다.

이에 김장훈은 즉각 돈을 내고 다운받은 합법 다운로드임을 주장했으나, 저작권자인 20세기 폭스사에서 아랍어 자막의 테이큰3를 인터넷 상에 배포한 적이 없다고 확인하면서 불법적인 콘텐츠를 다운받은 것이 입증된 모양새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공인으로서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김장훈이 저작권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는 의견부터,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이 진보적인 활동을 해온 김장훈을 혼내주기 위해 고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법적으로 보면 김장훈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을 전망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의 의견에 따르면 “김씨의 행위는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합법 다운로드’”라면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저작권법 제30조를 내세웠다. 해당 조항은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오픈넷은 “김씨의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주장은 현행법의 무지를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며 “김씨는 다운의 대가를 지급했기 때문에 불법성에 대한 명백한 인식과 고의가 있었다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가 영화를 내려 받은 웹하드 업체 A사에 대해서도 “미래창조과학부에 등록된 부가통신사업자의 웹사이트”라며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성능평가를 통과한 저작권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가수 김장훈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영화 ‘테이큰3’를 다운로드해서 봤다는 글. 자유청년연합은 2월 23일 저작권법 위반으로 김장훈을 서울 중앙지법에 고발했다. | 김장훈 트위터 캡처

가수 김장훈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영화 ‘테이큰3’를 다운로드해서 봤다는 글. 자유청년연합은 2월 23일 저작권법 위반으로 김장훈을 서울 중앙지법에 고발했다. | 김장훈 트위터 캡처

김장훈의 영화 다운로드로 논란 불거져
그러나 이도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픈넷이 근거로 내세운 저작권법 제30조는 합법적으로 저작물을 취득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따라서 김장훈이 불법적인 콘텐츠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검찰에서 입증한다면 처벌받을 수도 있다. 합법적으로 허가받은 웹하드 사이트라 하더라도 합법적인 콘텐츠와 불법적인 콘텐츠가 혼재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경험칙상 알 수 있고, 콘텐츠의 다운로드 가격 차이 등으로 구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저작권자의 피해가 극히 미미(영화 한 편의 저작권 수익은 몇백원 수준일 것이다)하기 때문에 실제 처벌에 이르기는 어렵긴 하겠지만 말이다.

어찌 보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지만 이를 통해 심각한 인터넷 정보생태계의 암울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그동안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이 무한 확장하고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온 것은 공유의 정신 때문이었다. 특정 정보나 콘텐츠를 개인이 독점 보유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공유함으로써 다양한 콘텐츠로 확대 재생산되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를 넓혀 온 것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 역사상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경우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고 다양한 형태의 패러디로 만든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더욱 인기를 얻었었다. 그러나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만든 패러디 콘텐츠는 원칙적으로 저작권법 위반이다. 보통은 암묵적으로 저작권자가 이를 승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말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짧게 편집한 방송 장면이나 드라마나 영화의 화면을 캡처해 요약한 콘텐츠들도 저작권법 위반이다. 아울러 이들 화면을 이용하여 만든 패러디들도 저작권법 위반이다. 미드나 일드의 자막을 만들어 올리고 공유하는 것들도 저작권법 위반이다. 다만 저작권자들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미드의 자막 공유에 대해서는 이미 저작권자들이 법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번 김장훈 고발 사례는 제3자가 이러한 저작권 침해의 처벌규정을 사적인, 또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거리에서 캐럴이 들리지 않는 것이 경기 탓이냐, 캐럴 저작권자의 권리행사 때문이냐로 논란이 많았었다. 혹자는 저작권 강화로 인해 더 이상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물론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헌법상 기본권이 충돌할 경우에는 이익형량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해결한다. 어떤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민에게 이익일 것이냐로 판단하는 것이다. 지적재산권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요구 사이에는 일반적인 기준을 만들 수는 없고 사례에 따라 그때 그때 판단하여야 할 테지만, 무조건 지적재산권 보호 중심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저작권 사용범위 표시하는 강풀 작가
우선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사람들을 위해 저작권의 사용범위를 표시하는 것이 불안을 제거하는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유명 웹툰작가 강풀은 자신의 웹툰 하단에 조그맣게 손바닥과 발바닥을 그려넣어 이를 알린다. 발바닥은 전체 콘텐츠를 퍼가도 좋다는 뜻이고, 손바닥은 부분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발바닥이 표시된 웹툰은 그대로 내용을 다운로드하여 자기 블로그나 SNS에 올려도 되고, 손바닥이 표시된 웹툰은 중간 중간을 잘라서 패러디하거나 요약하여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출처는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이런 표시방법을 통해 저작권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인터넷의 정보생태계도 죽이지 않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기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저작물들이 비즈니스가 되리라고 예측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저 공유하는 것이 좋아서 자신의 저작물들을 인터넷에 올렸고, 많은 사람들은 이를 무료로 향유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제 인터넷은 거대한 비즈니스의 장이며,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관여하고 있어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인터넷이 인류의 거대한 정보 창고와 공유 및 확대 재생산의 장으로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인식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윤원철 KINX 경영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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