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가수로 환영 못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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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없고 터무니없다. 배우 클라라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싱글 ‘귀요미송2’는 허망하고 조잡스러운 리메이크의 극을 보여준다. ‘귀요미송2’는 여가수 하리가 그보다 한 달 전에 출시한 원곡을 철저하게 답습한다. 사운드의 볼륨만 커졌을 뿐 모든 편곡이 하리의 노래와 동일하다. 오직 가수만 달라졌다. 리메이크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가치인 재해석과 변화를 조금도 발견할 수 없다. 무성의하고 쓸모없으며 맹랑하다.

클라라의 노래에서는 불순한 의도가 심히 풍겨난다. ‘귀요미송2’는 2013년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려 유명해진 ‘1 더하기 1은 귀요미’를 근간으로 한다. 원작의 큰 성공으로 탄력을 받은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단디는 인기의 재현을 노리고 두 번째 버전을 만들었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이 전작에 미치지 못하자 클라라를 앞세운 것으로 판단된다. 클라라의 발랄한 이미지에도 맞고, 특별한 가창력을 요하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클라라가 하리보다 인지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클라라 역시 이 작업으로 자신의 활동을 폭넓게 선전할 수 있으니 노래 취입에 선뜻 동의했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이들의 야합으로 같잖은 노래가 재출품됐다.

싱글 '귀요미송2'를 발매한 배우 클라라. | 코리아나클라라 제공

싱글 '귀요미송2'를 발매한 배우 클라라. | 코리아나클라라 제공

클라라는 깊게 생각했어야 했다. 일종의 자기 검열을 거쳤어야 했다. 어떻게든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기 위해 전통 놀이인 ‘우리 집에 왜 왔니’와 술자리 게임 구호 등을 맥락 없이 버무려놓은 저열한 노래를 그 어떤 새로운 가공도 하지 않은 채 무심히 부르는 것을 고민했어야 마땅하다. 그녀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자신이 내세울 것은 과장된 표정과 유치한 연기가 전부임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노래를 부르지만 가수로 느껴지지 않는 슬픈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 일 전에도 경악스럽게 허망한 적이 또 있었다. 하우스 룰즈의 ‘인비테이션’(Invitation), 모바일 드라마 <러브포텐-순정의 시대> 사운드트랙에 참여하며 디스코그래피를 기재해 온 클라라는 2014년 11월 본인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힙합풍의 발라드 ‘겁’을 발표해 본격적으로 가수 데뷔를 선언했다. 하지만 매력 없는 싱잉과 무게만 잡기 급급한 어설픈 래핑을 행함으로써 부족한 자질만 자랑한 꼴이 됐다. 영상 화보에 지나지 않았던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서도 그녀는 육감적인 몸을 드러내는 것이 본인의 장기임을 재차 말할 뿐이었다.

싱글 '귀요미송2'를 발매한 배우 클라라. | 코리아나클라라 제공

싱글 '귀요미송2'를 발매한 배우 클라라. | 코리아나클라라 제공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출시한 ‘해피 해피 송’(Happy Happy Song) 역시 가수로서의 재능은 나타나지 않았다. 설정된 깜찍함을 전반에 퍼뜨렸지만 듣기 좋은 준수한 가창력을 선보이지는 못했다. 게다가 성탄절 분위기에 편승하는 불성실한 리메이크이기까지 했다. ‘해피 해피 송’은 그녀의 사촌이 속한 밴드 미스터파파의 오리지널을 다시 부른 것으로서 캐럴 멜로디를 살짝 곁들이는 얄팍한 방식으로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렸다.

배우가 인기를 발판 삼아 가수로 데뷔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웬만한 음치가 아닌 이상 치밀한 믹싱과 녹음 후의 보정으로 그럴 듯한 노래를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날림으로 획득한 타이틀은 무가치하다. 섬세한 표현력, 음악에 대한 탐구심, 자기가 하는 장르나 스타일을 향한 주체적 이해가 배어나야 신실한 가수로 인정받는다. 클라라가 가수로서 환영받을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한동윤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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