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우수의원’ 뽑힌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 대변인 “서민 불만 듣고 법 만들고 이런 근사한 직업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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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련) 의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실련이 선정한 국감 우수의원으로 뽑혔다. 법사위 위원인 서 의원의 활약은 올해도 어김없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매섭게 몰아붙였고, 이동통신사가 원가를 부풀려 엄청난 초과이윤을 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치하고 있다는 감사원의 감사기록을 파헤치기도 했다.

정기국회와 국감 기간 중에 새정련 원내 대변인까지 맡아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는 서영교 의원을 국회에서 만났다. 인터뷰 중에도 기자들의 질문 전화가 끊이지 않고, 각 방송사의 인터뷰 요청이 이어졌다. 그는 피곤함보다 엔돌핀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면 상 받은 것만큼 기쁘지 않나요.
“무척 영광스럽죠. 더구나 신뢰도가 높은 경실련이 선정한 결과니까요. 지난해에는 이슈 제기 능력과 대안 제시 능력을 중심으로 개혁성·전문성·공정성을 인정받았는데, 올해는 아마도 카카오톡 등 사이버 검열, 이동통신사 감사원 자료의혹 등을 제기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국감 우수의원’ 뽑힌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 대변인 “서민 불만 듣고 법 만들고 이런 근사한 직업 있나요?”

감사원 국감에서 이동통신사가 원가를 부풀려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는 사실을 터뜨렸는데 그런 자료는 어떻게 얻습니까.
“저 혼자 힘으로 만든 자료는 아닙니다. 한 언론사에 제보가 들어왔고 그걸 저와 함께 풀자고 해서 파악한 결과입니다. 이동통신사들은 3년간 약 23조원에 이르는 초과이윤을 냈습니다. 총괄원가에 포함되는 법인세 비용과 투자보수를 과다하게 인정해주거나 과다 지출한 마케팅 비용을 총괄원가에 포함해 통신요금에 전가하고 있는 것을 감사원에서 밝혀냈습니다. 통신요금이 비싼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감사원도, 미래부도 모른 척 눈 감고 넘어간 것입니다. 자료를 열람하면서 일일이 베꼈습니다. 그 자료를 이번에 공개한 것입니다. 통신비가 서민가정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데도 통신료는 내리지 않고 단통법 등으로 부담을 더 주는 상황에서 이 자료가 공개되었는데, 다행히 이동통신사들이 ‘통신비를 인하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해서 정말 보람을 느꼈습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질의하는 장면이 언론에 많이 노출돼 이번 국감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전 국민, 그리고 일본 언론마저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에 의혹을 갖고 있지 않나요. 그런데 김기춘 비서실장이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으로부터 ‘탑승자 전원 구조’가 오보라는 보고를 받고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져 김 실장에게 질문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보고를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왜 오후 5시 15분에 중대본에 와서 ‘구명조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든가’라는 뜬금없는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또 김기춘 실장이 왜 ‘대통령이 어디 있었는지 모른다’고 말해 혼란을 일으켰는지를 김 실장에게 따져 물었죠. 그건 국민들의 알권리이고 김 실장의 의무이니까 명확한 답변을 얻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김 실장은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적을)모른다는 건 정확한 위치를 말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더군요. 이해가 되십니까.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가적 참사 당시에 제 시간에 정확한 보고도 하지 않고, 또 언론에 애매한 표현을 해 대통령이 의혹을 받게 했습니다. 이 정부가 너무 한심스럽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 감사원 등 막강한 권력기관에 그렇게 서슬 퍼런 질타를 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옵니까.
“아휴, 저도 많이 두렵고 겁도 납니다. 국회의원 1년차에는 멋모르고 큰소리도 지르고 했는데, 이젠 ‘고소 당하면 어떻게 하나’ ‘피감기관에서 억하심정을 품고 신상털기를 하면 어쩌나’ 등등 걱정이 많아집니다. 박영선 의원도 측근의 계좌까지 추적당하지 않았습니까. 검찰 수사를 받는 동료 의원도 많고요. 하지만 결국 국회의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을 대신해서 정부나 각 기관들의 의혹을 파헤치고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기에 항상 마음을 다잡습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질의를 한 날은 대부분의 방송에 그 장면이 나온 모양입니다. 지역구 주민들이 ‘속 시원했다’ ‘고맙다’ ‘잘했다’ 등 격려를 해주셔서 참 기뻤습니다. 사실 제가 워낙 목소리가 커서 말이 잘 들리니 다른 의원들보다 방송에 자주 소개되는 덕도 있습니다.”

지난달 원내 대변인이 되었는데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새정련이 워낙 추락한 상태고 의원들도 저마다 목소리를 내는데 어떻게 한 목소리로 모아 대변인의 역할을 하는지요.
“우리 당이 최악의 상황까지 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뜻을 모아 수습하는 과정입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세월호 유가족들도 이제 우리에게 힘을 주려 하고, 정책의총에서도 각각 의견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격려하고 있습니다. 국감 기간은 야당의 색깔을 가장 선명하게 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에서 민생법안이라는 이름으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가 주가는 떨어지고 전셋값은 폭등했습니다. 정부 정책이 실패한 것이지요. 이런 때일수록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지적하고 감시하면 국민도 다시 새정련에 성원을 보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만큼 사명감도 큽니다. 다만 당의 업무와 국감 활동 등으로 물리적으로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정치학자나 평론가들은 새정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계파간 알력’을 꼽습니다. 한 보수일간지는 아예 과거 민주당 의원 126명에 대해 친노 55명, 비노 71명 등으로 각각의 계파를 분류하기도 했고요. 그 문건에 따르면 서 의원은 계파는 ‘범친노’, 이념성향은 ‘강성 진보’로 분류됐더군요. 동의합니까.
“정말 악의적인 자료였습니다. 새정치의 비전과 국민통합의 정신을 갖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한 지 하루 만에 이런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보도의 시점이나 내용으로 볼 때 새정련 출범에 위기를 느낀 특정 세력의 악의적인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었어요. 어느 정신 나간 국회의원이 ‘나는 무슨무슨 파’라고 떠들고 다닙니까. 이미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을 두고 언제까지 친노, 반노, 비노로 분류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굳이 저를 계파로 분류한다면, 서민을 먼저 생각하고 서민을 위해서 의정활동을 펼쳐가는 ‘서민파’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올해 발간한 의정보고서의 타이틀도 ‘서민의 대변인’, ‘서민의 영원한 다리, 서영교’ 등이었습니다. 서민이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법을 만들고 어려움을 들어주는 역할에 충실할 뿐입니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국감 우수의원’ 뽑힌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 대변인 “서민 불만 듣고 법 만들고 이런 근사한 직업 있나요?”

새정련 당내에서도 학생회장 출신 의원들에 대한 불만이 있더군요. 학생회장 경력으로 의원 배지를 달고도 자신들만 애국하고 자신들을 민주주의를 쟁취한 주인공으로 여긴다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천정배 전 의원 등 올드보이들이 공천에서 배제된 것도 학생회장 출신 정치인들의 ‘세대교체’ 요구 탓이란 분석도 있고요.
“오해입니다. 공천은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소신이었지 우리들은 그런 역할을 하지도 않았고, 관여도 않았습니다. 저는 이른바 486, 이화여대 라인, 친노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그룹’이 다릅니다. 이화여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주부대학, 무료도서 대여실 등 지역운동을 하다 새천년민주당이 창당하면서 정당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활동을 하다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486 그룹과는 다릅니다. 이화여대 출신이지만 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장을 맡다가 국회의원이 된 한명숙·이미경 선배님들과 달리 전혀 여성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춘추관장을 맡았지만 노사모도 아닙니다.”

왜 정치를 시작했습니까.
“오랜 지역활동 경험 후에 아무리 훌륭한 이상향도 구체적인 정치적·법적 대안 마련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결코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현실의 벽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 발기인으로 정당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그리고 부장, 부국장을 거쳐 2003년에는 당 부대변인, 2004년부터 3년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으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된 것은 친정어머님의 뜻을 따라서입니다.”

어머니의 권유로 국회의원이 됐다고요? 대부분 딸이 정치한다면 말리지 않나요.
“우리 어머니는 면목동 시장에서 40여년간 옷가게를 하셨습니다. 아줌마들이 입는 옷들을 파셨어요. 저도 중랑구에서만 44년을 살고 있는 토박이입니다. 어머니는 제가 심장판막증 수술을 하고도 학생운동으로 수배되었을 때도, 옥살이를 할 때도 ‘제발 데모하지 말고 시집이나 가라’란 말씀 대신 보약을 지어주시며 ‘운동 열심히 하고 민주화에 앞장서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친정살이를 한 덕분에 아이들도 어머니가 다 키워주셨죠. 제가 정당에 들어갈 때도 국회의원을 하라고 권하셨지만 당시엔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11년, 파킨슨병으로 몸이 굳어 거동조차 불편하셨던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영교야. 내가 너 정치 시키려고 40년을 기다렸어. 그런데 너는 아직도 망설이니? 얼마 안 남았다. 내가 죽고 나면 넌 후회할 거야. 시장에서 옷가게 하는 아줌마의 딸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줘. 여성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법을 만들어서 여성들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그래서 지역구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저보다 제 어머니를 보고 표를 주신 분들이 많아요. 경로당에 가면 할머니들이 ‘이 옷, 엄마 가게에서 산 거야’라고 말씀하시며 제 손을 잡아주신 덕분에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습니다. 어머니는 지난해에 돌아가셨지만 그래도 딸이 동네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보셨으니 제가 효도를 한 셈이죠.”

한 인터뷰에서 ‘정치를 해서 정말 행복하다’고 했는데 정말 국회의원이라 행복합니까.
“그럼요. 문제가 있어서 꼬인 부분을 짚으면 풀리는 것이 정치의 힘입니다. 일상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제 휴대폰에 ‘돈 빌려가라’는 문자메시지가 엄청 옵니다. 그 문자메시지 때문에 누군가 피해를 보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방지하는 법안을 만들고, 돈 꿔준 이들이 채무자의 가족까지 건드리면 안 되겠기에 그걸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듭니다. 그 결과 ‘피에타 3법’이라고 불리는 이자제한법, 불법채권추심방지법, 대부업법 등을 통과시켰어요. 서민지원법 66건을 대표발의, 465건을 공동발의했습니다. 서민들의 불만을 들어주고 법과 제도를 만들어 그들의 고민과 불편을 해결하고 불만을 해소해주는 것이 제 직업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근사한 직업이 있을까요.”

국회의원이 일부 대중들에게 ‘국개의원’으로 조롱을 받는 요즘, 이렇게 국회의원이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강조하는 정치인은 처음 봤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음덕도 음덕이지만 남편 장유식 변호사의 외조도 대단한 듯하다. 시댁식구들까지 아내의 지역구로 이사오게 할 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서 의원이 왜 항상 방긋방긋 웃는지 알 것 같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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