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뜨거운 ‘이우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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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 완공을 목표로 대구시가 추진 중인 이우환 미술관(가칭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지난 11일 미술관 건립 추진 4년 만에 처음으로 이우환 작가까지 참석해 건립설명회를 열었지만, 쟁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찬성하는 이들은 세계적인 명성의 미술관을 통해 국제 문화예술 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이나 일본 나오시마처럼 문화콘텐츠를 활용해 지역문화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술관 설계를 맡은 안도 다다오와 이우환이라는 브랜드, 세계적인 작품들은 ‘관광자원’으로서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2011년 12월 작품 ‘Dialogue’를 완성하기 위해 붓작업을 하고 있는 이우환 화백 | 대구시 제공

2011년 12월 작품 ‘Dialogue’를 완성하기 위해 붓작업을 하고 있는 이우환 화백 | 대구시 제공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지속 투자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관광효과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지역에서 평생 활동하며 많은 업적을 남긴 대표작가에 대한 연구와 지원은 외면한 채 연고가 희미한 이우환 미술관을 세우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빚에 허덕이고 있는 대구미술관의 정상화와 근현대미술관 건립 등 내실부터 다지는 것이 순서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흥미로운 건 찬성이든 반대든 현재의 작품 구입 예산으로는 미술관 운영에 적잖은 어려움이 존재할 것이라는 예상만큼은 공통적이란 점이다.

대구시는 올해 말 착공 예정인 ‘이우환 미술관’ 건립비용에 총 297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국비 119억원을 제하더라도 178억원에 달하는 건립비용은 대구시가 부담해야 하며, 연간 운영비 12억~15억원 역시 온전히 대구시 몫이다. 여기에 100억원으로 책정된 초기 작품 구매비도 끌어안아야 한다. 문제는 작품 구입비 100억원이 그리 많은 금액이 아닌 데다, 앞으로 얼마나 큰 비용이 지출될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현재 호명된 ‘이우환과 그 친구들’의 작품은 한 점당 가격이 수십억원이 넘는 게 예사여서, 작품 20~30여점을 매입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우환 미술관이 제1종 미술관으로 분류되려면 박물관진흥법에 따라 100점 이상의 작품이나 자료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연구·보존 차원에서 꾸준히 소장품을 사들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우환조차 “솔직히 작품 구입비로 얼마나 많은 돈이 들지는 계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우환 화백(왼쪽에서 두번째)이 11일 대구시청에서 ‘이우환 미술관’(가칭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대구시 제공

이우환 화백(왼쪽에서 두번째)이 11일 대구시청에서 ‘이우환 미술관’(가칭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대구시 제공

반면 초기 구입비 포함 건립비 약 400억원이면 민간투자로 만들어져 2030년까지 원리금 896억원을 갚아야 하는 대구미술관의 운영 개선에 상당한 보탬이 될 수 있다. 현대미술의 발상지라는 대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자원으로 유용함은 물론 이인성, 이쾌대 등 지역을 텃밭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예술가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기록하는 데에도 적지않은 액수다.

대구시의 재정자립도는 매년 하락하고 있다. 이에 많은 이들은 사료적, 교육적, 예술향유 측면을 생각하면 미술관을 짓는 게 좋지만 그게 반드시 지금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건 빌바오와 나오시마의 성공을 예로 삼아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해온 대구시가 그들의 성공이 단지 명성 때문만이 아니라 구겐하임재단과 베네세재단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알고 있는지, 과연 미술관 운영에 필요한 현실적인 체력과 환경, 투명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사실에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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