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미술행사 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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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에는 국제미술행사가 줄을 잇는다. 그야말로 풍년이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여는 건 ‘SeMA 비엔날레’(옛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로, 9월 2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펼쳐진다. ‘귀신, 간첩, 할머니’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양혜규, 배영환을 비롯해 17개국 42개 팀이 준비한 미디어아트, 설치, 영상,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박찬경씨가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주제는 아시아의 역사와 전통, 냉전 및 여성을 통한 기억과 시대상을 상징한다.

‘SeMA 비엔날레’ 개막 3일 뒤엔 ‘광주비엔날레’가 문을 연다. 광주비엔날레는 창설 20주년 기념 특별전에 내걸릴 예정이었던 홍성담 작가의 박근혜 대통령 풍자그림 <세월오월>에 대한 광주시의 ‘검열’ 파문으로 특별전 책임 큐레이터가 사퇴하고 작가들의 작품 철거가 이어지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는 주제 아래 39개 국가에서 10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한국 작가로는 이완, 옥인콜렉티브, 이불, 구정아, 성능경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영국 테이트모던 큐레이터인 제시카 모건이 진두지휘한다. 11월 9일까지.

정서영 작가의 SeMA 비엔날레 출품작 <달에서 달까지>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정서영 작가의 SeMA 비엔날레 출품작 <달에서 달까지>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9월 20일부터는 전시감독 선정 문제로 촉발된 지역 미술단체의 보이콧 선언과 오광수 운영위원장의 사퇴 등 전례 없는 진통을 겪고 있는 ‘부산비엔날레’가 막을 올린다. ‘세상 속에 거주하기’(Inhabiting the World)를 주제로 한 올해 행사에는 전 세계 30개국 160개 팀의 작품 380여점이 부산시립미술관, 부산문화회관, 고려제강 수영공장 등에 내걸린다. 비엔날레 아카이브전, 아시안 큐레토리얼전 등 2개의 특별전도 개최된다. 프랑스 기획자 올리비에 케플랑이 총감독을 맡은 부산비엔날레는 11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이밖에도 9월 12일 시작해 10월 19일 폐막하는 ‘대구사진비엔날레’를 포함해 국내 첫 조각 비엔날레인 ‘창원조각비엔날레’(9.25~11.9),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8.29~11.30) 등이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진다. 역사와 주제는 다르지만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베트남 작가 쯔엉 꽁 뚱의 SeMA 비엔날레 출품작 <요술정원>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베트남 작가 쯔엉 꽁 뚱의 SeMA 비엔날레 출품작 <요술정원> |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다소 실험적인 비엔날레 한편에선 일반인들도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아트페어와 블록버스터급 전시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오는 9월 24일 시작해 29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A·B홀에서 이어지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경우 생기 잃은 미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전의를 다지는 중이며, 예술의 전당에서는 <20세기, 위대한 화가들>전과 <에드바르트 뭉크>전이 9월과 10월에도 이어진다. 10월 9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특별전 <피카소와 천재화가들>도 눈여겨볼 만한 전시로 꼽힌다. 피카소, 세잔, 고흐, 모네, 고갱, 마티스, 칸딘스키 등 68명 작가의 85점이 소개된다.

비록 작가의 생애 정점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작품이 드물고 인상파나 입체파 위주의 식상한 콘텐츠의 재탕이라는 평가와 함께 <뭉크>전에서처럼 가방 검사와 같은 깐깐함이 되레 정서적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없진 않지만, 세계 유명 작가의 작품을 직접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상업전시들의 인기는 지속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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