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감독 최종 후보 3인은 유럽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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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국내외 후보 47명 중 외국인 3명을 우선협상 대상자 1~3순위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남미 출신들은 영어에 능통하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 지도자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침체에 빠진 한국 축구대표팀을 구할 새 선장이 외국인 지도자로 결정됐다. 2007년 8월 사퇴한 핌 베어벡(58·네덜란드) 전 감독 이후 7년 만에 외국인 감독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55)은 7월 31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차기 대표팀 사령탑 선임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기술위원회는 ①대륙별 선수권대회 지휘 경력 ②홈 앤드 어웨이로 진행되는 월드컵 지역예선 지휘 경험 ③월드컵 본선 16강 이상의 성적 ④K리그와 연계를 위한 클럽축구 지도 이력 ⑤대표팀 경기가 없을 때 국내 지도자 교육프로그램 수행 가능 여부 ⑥인성 ⑦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70세가 넘지 않도록 현재 나이 66세 이하 ⑧영어 구사능력 등 8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기술위원회는 1박2일간 마라톤 회의 끝에 국내외 후보 47명 중 외국인 3명을 우선협상 대상자 1~3순위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연봉 협상을 해야 할 텐데 정보를 노출하면 협상과정에 불이익이 예상된다”며 구체적인 후보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다음주 1순위부터 차례로 비공개 협상에 나서고, 늦어도 9월 초 A매치까지는 계약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7월 31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은 3명의 외국인 감독으로 압축됐다는 기술위원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7월 31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은 3명의 외국인 감독으로 압축됐다는 기술위원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네덜란드 마르바이크가 1순위?
최종 후보 3인은 베일에 싸여 있다. 거스 히딩크(68)와 본 프레레(68), 딕 아드보카트(67), 핌 베어벡(58) 등 그동안 4명이 거쳐간 네덜란드 출신 감독들이 이번에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을 지낸 이용수 위원장은 네덜란드 출신 히딩크 감독과 찰떡궁합을 선보이며 4강 신화를 이뤄냈다.

네덜란드 출신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62)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준우승으로 이끈 명장이다.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사령탑으로 2001~200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정상에 올랐고, 송종국(35)·이천수(33)와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송종국 MBC 해설위원은 “2002년 페예노르트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31·네덜란드)는 타고난 골잡이인데 당시는 개인 위주로 축구를 했다”며 “마르바이크 감독님이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집에 가라’고 했고, 진짜 한 달간 집에 갔다 와서 열심히 하더니 진정한 공격수로 변신했다”며 마르바이크 감독의 지도력을 높게 평가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52)은 지난해 6월 홍명보 전 감독(45)을 선임하기 전 마르바이크 감독도 후보군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바이크 감독은 네덜란드를 이끌고 유로 2012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지난 2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높은 몸값이 걸림돌이다. 마르바이크 감독은 네덜란드 사령탑 당시 연봉 27억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56·멕시코)의 연봉 25억원보다 높다. 벨기에 프로팀 헹크가 마르바이크 감독 영입을 추진 중인 것도 변수다.

네덜란드 출신 프랑크 레이카르트 감독(52)도 후보로 꼽히고 있다. 레이카르트 감독은 스페인 클럽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고 2005~200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11년부터 3년간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을 역임해 아시안컵 경쟁국인 중동축구에 대한 이해도 높다. 현재 맡고 있는 팀은 없지만, 마르바이크 감독처럼 높은 연봉이 걸림돌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감독 시절 3년간 1100만 달러(약 113억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그리스의 16강행을 이끈 페르난도 산토스 감독(60·포르투갈)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010년 오토 레하겔 후임으로 그리스 지휘봉을 잡은 산토스 감독은 유로2012에서도 그리스의 8강 진출을 견인했다. 파나티나이코스·AEK 아테네(이상 그리스), 벤피카·포르투(이상 포르투갈) 등 다수의 프로팀을 지휘해 경험도 풍부하고, 그리스 프로리그에서 4차례 올해의 감독에 뽑히기도 했다.

차기 대표팀 감독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 | AP연합뉴스

차기 대표팀 감독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 | AP연합뉴스

산토스? 카마초? 라예바치?
브라질 월드컵 후 그리스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연봉도 50만 유로(약 7억원) 수준으로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59·스페인)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카마초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이끌었지만 한국과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해 탈락했다. 2011년 8월 중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지난해 6월 태국에 1-5로 진 뒤 경질됐고, 잔여 연봉과 위약금 지급문제를 놓고 중국축구협회와 분쟁 중이다. 중국에서 연봉 800만 달러(약 82억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프랑스 지휘봉을 잡고 준우승을 차지한 레몽 도메네크 감독(62·프랑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나를 8강에 올려놓은 밀로반 라예바치 감독(60·세르비아)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라예비치 감독은 적극적으로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남미 지도자 중에서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코스카리카의 8강 돌풍을 이끈 호르헤 루이스 핀투 감독(62·콜롬비아) , 브라질 월드컵에서 콜롬비아를 8강으로 이끈 호세 페케르만 감독(65·아르헨티나) 등도 후보군이다. 하지만 남미 출신들은 영어에 능통하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 지도자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외국인 감독 선임에 앞서 늘 고비용 문제에 직면했다. 2011년 대표팀 사령탑 선임 당시 외국인 지도자 연봉을 약 100만 달러(약 10억원) 정도로 책정했다. 이 위원장은 “기술위원회에서 연봉은 고려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높은 연봉을 줘야 할 분도 있을 수 있다”며 “이것은 축구협회의 몫이다. 앞으로 협상이 난항을 겪거나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 축구 관계자는 “세계적 명장을 모셔오려면 동반 코치 연봉·체재비 등 1년에 약 50억원이 든다. 축구협회 1년 예산의 10분의 1 정도로 큰 금액이다”라고 말했다.

기술위원회는 3명의 우선협상 대상자와 계약에 실패할 경우 원점부터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감독 선임을 하지 못한다면 오는 9월 5일 열리는 베네수엘라와 평가전, 9월 9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은 감독대행 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 위원장은 “국내 감독에게 한시적으로 맡기거나 감독을 제외한 코칭스태프를 임명해서 그들에게 맡기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린 일간스포츠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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