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의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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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 뮤지컬 공연가에서 가장 인기 높은 두 가지 형식을 꼽으라면 답은 간단하다. 바로 무비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신작 중 열에 여덟은 두 형식 중 하나일 정도로 많은 무대가 등장하고 소비되고 있다. ‘향수’와 ‘복고’가 유행인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 시간 남짓한 무대에서 낯선 이야기를 새로운 음악으로 소비해야 하는 부담 없이 익숙한 소재의 이야기나 음악을 다시 즐기는 즐거움이 요즘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이유다.

하지만 예술에서는 발상의 전환, 새로운 사고와 인식이 진보를 이뤄내게 마련이다. 그래서 인기 장르나 형식도 적절히 뒤섞거나 새롭게 충돌시켜 더 흥미로운 형식적 실험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등장한다. 무비컬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주크박스의 묘미도 함께 추구하는 부류의 작품들이 재미난 사례다. 말 그대로 ‘일석이조’의 복합적인 흥행 전략이 돋보이는 극적 구성이라 할 만하다.

뮤지컬 <프리실라>의 해외 공연 모습 | 설앤컴퍼니 제공

뮤지컬 <프리실라>의 해외 공연 모습 | 설앤컴퍼니 제공

올 여름 우리나라에서 선보일 <프리실라-퀸 오브 더 데저트>가 전형적인 사례다. 원작은 1994년 발표된 호주 영화 <사막의 여왕 프리실라의 모험>이다.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으로 나왔던 휴고 위빙, <메멘토>의 가이 피어스 등이 출연한 영화는 호주의 사막 횡단 버스 여행 속에서 주인공인 틱이 친구들과 함께 겪게 되는 일련의 모험과 여정을 보여준다. 로드 무비 형식의 이야기는 틱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며 진행되는데, 여장을 즐기는 남성 동성애자 혹은 여장 남자를 의미하는 드레그 퀸인 그에겐 사실 몇 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던 8살짜리 아들 벤자민이 존재한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그것이다. 어린 아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어떻게 설명할지가 두려웠던 주인공은 고민에 빠지지만, 의외로 아무 편견 없이 아버지로 받아들여주는 아들과의 감동적인 대면은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어낸다.

뮤지컬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6년이다. 기본적인 콘셉트는 영상의 무대화에서 출발했지만, 오히려 무대라서 더 재미있어진 부분도 많다. 드레그 퀸 퍼포먼스 특유의 화려함이 그렇다. 영화에서도 큰 평가를 받았던 무대 의상이 무대에서는 더욱 흥미롭게 재연된다. 여기에 360도를 LED로 치장한 버스 세트, 갖가지 화려한 비주얼 특효 등이 추가되면서 무대만의 재미는 한층 배가됐다.

뮤지컬 <프리실라>의 해외 공연 모습 | 설앤컴퍼니 제공

뮤지컬 <프리실라>의 해외 공연 모습 | 설앤컴퍼니 제공

드레그 퀸 퍼포먼스는 일반적으로 배우가 직접 노래를 부르기보다 립싱크를 활용한다는 점에 착안, 무대 위의 여장 남자들도 우스꽝스레 과장된 무대매너를 선보이며 한바탕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백미를 이루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뮤지컬로 각색되면서 <프리실라>는 잘 알려진 왕년의 대중음악들을 극 안에 녹여 담아내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특성을 선택했다. 어차피 작품 안에 콘서트로 담겨지는 형식이니 억지춘향식 줄거리로 짜맞출 필요도 없다. 덕분에 무대에서는 펫샵 보이스의 ‘고 웨스트’, 신디 로퍼의 ‘걸스 저스트 워너 해브 펀’, 그리고 한국에서도 여러 가수들이 리메이크했던 ‘아이 윌 서바이브’ 등 주옥같은 명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 공연장을 찾아보면 어깨를 들썩이며 환호하고 즐기는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아예 파티 차림을 하고 ‘즐기러’ 무대를 찾는 관객들도 많다. 우리 관객들에겐 어떻게 다가갈지 올 여름 극장가에서의 만남이 사뭇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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