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공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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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달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뒤숭숭한 올해는 더욱 남다른 의미를 찾게 된다. 소중한 것은 항상 주변에 있고, 아이들과 추억을 쌓지 못하면 평생 후회로 남을 수 있다. 세계 공연가에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행사들이 있다. 영국 극장가의 ‘키즈 위크’(Kids Week) 행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공연장을 찾으면 아이의 티켓 값은 받지 않는 축제다.

단순히 돈만 안 받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이벤트와 행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길거리에서 열리는 하이라이트 인기 공연에서는 출연진이 직접 나와 인기 뮤지컬의 노래들을 들려준다. 격식을 차려 정식 의상을 걸치고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편한 복장에 즐거운 모습으로 무대에 나와 멋들어지게 노래를 불러준다.

‘키즈 위크’ 행사에 참여한 영국 어린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다. | 키즈 위크 홈페이지

‘키즈 위크’ 행사에 참여한 영국 어린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다. | 키즈 위크 홈페이지

이 행사에서 발급되는 ‘패스포트’는 눈에 띄는 아이템이다. 티켓 대신 아이들이 극장 매표소로 내밀게 되는 일종의 ‘확인서’다. 공연 세상으로 떠나는 환상 여행을 위한 아이들의 여권인 셈이다. 물론 여러 공연을 본 아이들이 더 많은 스탬프를 받게 되는 원리다. 도장을 많이 받은 아이들은 패스포트를 응모해 다시 경품이나 기념품을 받는 기회를 얻게 된다.

백 스테이지 투어나 분장시범도 인기를 끈다. 공연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무대 뒤의 메커니즘은 어떻게 전개되고, 특수효과는 어떤 원리로 구현되며, 얼마나 많은 다양한 역할의 사람들이 하나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함께 참여하는지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종연을 정해두지 않고 관객만 꾸준히 찾는다면 장기 공연을 기본으로 하는 웨스트엔드 공연가의 경우, ‘볼거리’와 무대의 환상을 위한 시각적인 ‘마법’은 보다 많은 대중을 꾸준히 극장으로 끌어모으기 위한 필수 요소로 여겨진다. 바로 그 마법 같은 무대 원리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으니 아이들에겐 여간 흥미로운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재미난 아이디어들도 많다. 영국 철도청과 연계해 이 기간 지방에서 런던을 찾는 가족단위의 관객은 기차여행 시 아이들의 운임을 받지 않도록 배려한다. 템즈 강변의 대형 호텔들에서는 가족 단위 관객들에게 아동용 침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키즈 위크’ 행사에 참여한 영국 어린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다. | 키즈 위크 홈페이지

‘키즈 위크’ 행사에 참여한 영국 어린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다. | 키즈 위크 홈페이지

아이들을 단순한 소비자로만 여기는 것도 아니다. 최근 들어 목격되는 또 다른 흥미로운 변화는 아이들을 무대로 직접 끌어들이는 프로덕션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이 관객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예술영재의 조기 발굴과 문화 교육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최근의 성공사례가 바로 뮤지컬 <마틸다>이다. 영국의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이 제작한 이 작품은 런던은 물론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도 막을 올리며 글로벌 흥행을 이뤄냈다.

글로벌한 공연 환경은 날이 갈수록 속도를 더하며 급변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에겐 아직 먼 나라 이야기다. 당장 공연가 풍경만 봐도 그렇다. 고작해야 방학기간을 이용한 반짝 마케팅이 대부분이다. 예술은 감수성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가장 좋은 교육의 틀이다. 인문학적 가치가 삶의 질을 만들어내고, 문화와 예술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요즘 세상이다. 아이들을 위한 공연문화, 아이들의 공연문화를 꿈꿔야 한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인식의 변화를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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