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소장품 모처럼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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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 명품들이 대거 나온 특별전이 옛 문화의 짙은 향기를 전하고 있다.

국내 사립미술관 중 소장품 수준이나 규모 등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간송미술관과 호림박물관이 각각 특별전을 열고 있다.

간송미술관 특별전은 특히 의미가 남다르다. 간송은 문화로 광복운동을 펼쳤다. 일제강점기 동안 민족문화의 부흥을 위해 일본인들이 빼돌리거나 이미 수장한 문화재들을 전 재산과 공력을 들여 수집, 간송미술관을 세웠다. 간송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된 ‘간송문화-문화로 나라를 지키다’ 특별전은 개막과 더불어 이미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71년 첫 전시 이래 지금까지 간송미술관에서 해마다 두 차례 제한돼 열리던 전시가 나들이를 나온 데다, 간송미술관의 ‘보물’들이 대규모로 출품됐기 때문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설립 기념전이기도 한 전시회는 최근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 내 디자인박물관에서 1·2부로 나눠 9월 말까지 선보인다.

6월 15일까지 이어지는 1부는 ‘민족문화재 수호자’로 불리는 간송 전형필(1906~62)의 수집 일화가 녹아든 명품들이 중심이다. 평소 보기 힘든 명품 감상은 물론 명품 속에 녹아든 간송의 수집·보존의 정신까지 읽을 수 있다.

해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중 ‘단오풍정’(국보 제135호) /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해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중 ‘단오풍정’(국보 제135호) /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한글을 만든 원리와 사용에 대한 해설 등을 실은 ‘훈민정음’(국보 70호·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고려상감청자를 대표하며 사진 등으로도 익숙한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 중국풍을 극복하고 조선 고유의 화풍인 진경산수화를 창안한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 중 ‘단발령망금강’ 등, 조선후기 사람들의 풍속을 생생하게 담아낸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국보 135호) 중 단오 풍속을 표현한 ‘단오풍정’ 등이 대표적이다. 또 추사체를 확립한 추사 김정희의 ‘침계’, 세련된 형태와 절제된 화려함으로 이름난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294호), 원숭이 모자가 눈길을 잡는 ‘청자모자원숭이연적’(국보 270호) 등도 있다. 그야말로 한국 미술사를 빛내는 명품 중의 명품들이다. 이 중 ‘훈민정음’은 첫 일반 대중전시이며, 길이가 818㎝에 이르는 대작 ‘촉잔도권’도 전면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전시장을 돌다 보면 민족 문화를 지켜내 지금 우리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간송의 노력, 갖가지 수집 일화가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떡매병’이라 불리는 백자호(왼쪽)와 백자 입호. /호림박물관 제공

‘떡매병’이라 불리는 백자호(왼쪽)와 백자 입호. /호림박물관 제공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백자 중에서 항아리만을 엄선한 ‘백자호-너그러운 형태에 담긴 하얀 빛깔’전을 열고 있다.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1차(6월 21일까지), 2차(6월 26일~9월 20일)로 나눠 열리는 특별전에는 각각 90여점이 나온다. 1차 전시에는 백자항아리 가운데 순백자 항아리만 공개된다. 조선시대 순백자 항아리만의 특별전은 최초다. 2차 전시에는 청화·철화백자호가 나온다.

조선왕조 500년 전 시기에 걸쳐 빚어진 백자호는 둥근 모양의 원호, 상부는 부풀어 있지만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입호로 나눠진다. 원호 중 높이 40㎝ 이상의 경우 넉넉하고 풍만한 보름달을 닮아 일명 ‘달항아리’로 불린다.

반면 입호는 백자 미학의 한 축을 담당해 왔지만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입호의 진가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백자호’전은 조선 선비를 닮은 백자 특유의 멋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자리다.

<도재기 경향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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