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혜택도 ‘부익부 빈익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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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 60세 정년

40여년 전 일이다. 친척 어른의 환갑잔치에 간 적이 있다. 아들·딸·며느리와 사위, 그리고 손자·손녀들이 만수무강을 빌며 큰절을 올리던 모습이 생생하다. 만 60세가 되면 환갑잔치를 하는 것은 당시 미풍양속이었다. 부부가 해로하며 자식들도 잘 키웠으니, 주변에 ‘나 이렇게 잘 살았소’라고 자랑하는 행사이기도 했다.

요즘 동네 노인정에서는 70세가 되어야 입장이 가능하단다. 70대 초반이면 방 끄트머리에 앉아 이런 저런 잔심부름을 해야 한다. 그야말로 애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80줄에 들어서야 제법 큰소리도 내고 노인 취급을 해준다고 한다. 요즘은 ‘0.8 원칙’을 적용한다. 나이에 0.8을 곱해야 한 세대 전 나이와 같다는 말이다. 요즘 80살이 30~40년 전 60대와 비슷하다는 뜻이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60세 정년 연장법’이 통과됐다. 2016년부터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사업체에 적용되고, 2017년부터는 300인 미만의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저출산·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 사회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며 세계적인 추세로 봐서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더욱이 지난해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항이기도 하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약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면서 2004년 65세 이상 인구가 8.7%로 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이 7% 이상)에 진입했다. 현재의 속도라면 2018년에 고령사회(14% 이상), 2026년이면 초(超)고령사회(20% 이상)가 될 전망이다.

한국과 인구 및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가 1192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19%를 차지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은 이미 19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했고, 2006년에는 일하기를 원하는 직원을 65세까지 회사가 고용하도록 의무화했다.

‘60세 정년 연장법’을 바라보는 재계와 노동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재계는 정년의 연장과 임금체계의 조정(임금 피크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만큼 청년취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정년 연장을 핑계로 임금을 줄이는 처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정년 연장법의 실질적 혜택을 받는 계층이 전체 근로자의 10%를 조금 넘는다는 점이다. 즉 공무원과 공공기관 그리고 막강한 노조가 버텨주는 대기업 근로자가 주요 수혜대상이다. 결국 정년 연장의 혜택에도 ‘부익부 빈익빈’의 불공정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1년 현재 한국의 근로자 1680만명 중 164만명만이 노조에 가입해 노조조직률이 9.8%에 불과하다. 또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 중 94.5%가 정년제를 채택하고 있는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는 20%가 채 되지 않는다. 동종업체 종사자 중 상당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의 또 다른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2030 vs 5060]연장 혜택도 ‘부익부 빈익빈’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60세 정년 연장법’이 당초 입법 취지에 맞게 시행될 수 있도록 남은 3년 동안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임금체계, 청년취업의 확대, 수혜대상의 확장, 그리고 편법운용의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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