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 60세 정년
‘정년 60세 연장법’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의원 197명 가운데 찬성 158명, 반대 6명, 기권 33명으로 통과됐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고용 불안정,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큰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궁금해서 몇 가지 기사를 검색해보니 어쩌면 당연한,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19대 국회의원을 ‘40~50대 남성 직업정치인’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기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300명의 신상을 공개했는데 50대가 142명으로 47%를 차지하며, 40대가 80명으로 27%, 60대 이상이 69명으로 23%를 차지한다. 이들이라면 세대의 직접적인 이익과 어려움을 실감하는 세대 정치인이란 말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정년연장법’이 통과된 지난 4월 30일 구인구직행사에 참여한 한 구직자가 이력서를 쓰고 있다. | 연합뉴스
조금 더 상상을 해보자. 베이비부머가 급속히 몰락해버리면, 예컨대 그들이 프랜차이즈 빵집을 차려 1~2년을 버티지 못하고 가게를 철수하거나, 편의점 인테리어와 카페 인테리어가 반복되는 횟수가 권리금과 함께 오를수록 가계는 파탄에 이른다. 그 불안은 누가 떠안게 될까? 그들에게 권리금 장사를 하고, 임대수익을 받는 건물주들은 아닐까? 부동산 가격을 유지시켜야 ‘너도 살고 나도 산다’는 명제는 베이비부머 안에서는 계급을 초월해 이루어지는 ‘세대 내 합의’는 아닐까?
정년 직전의 50대 월급과 사회 초년생의 월급을 비교해 그 일자리 하나면 몇 명의 청년 신규인력 창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다. 지금까지 펼쳐진 것은 ‘자녀가 취업을 못하니 부모가 계속해서 더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고, 부모 세대의 정년이 연장될수록 그 자녀 세대의 취업은 더욱 유예되는 풍경’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는지 파악되지 않은 386들이 권력을 독식했기 때문에 윗세대에게도 아랫세대에게도 자원이 분배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최근은 양상이 다르다. 이제 386은 힘을 잃었고, 자녀의 일자리조차 다시 가부장이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됐다. 베이비부머에게 있어 일자리란 다른 세대와 경쟁하는 의자 놀이가 아니다. 누군가 이 경제를 버티는 버팀목이 돼야 하는데 후세대가 그 역할을 맡을 자질이 검증되지 않았으니, 다시 산업역군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세대가 세대 내에서 자신들을 상대적으로 비교하고 경쟁하는 것에 비해 베이비부머는 뚜렷하게 자원과 사회적 역할을 분배하는 역할을 했다. 이것은 그들이 청춘이었던 시절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계급 구분 없이 성장을 경험한 이 세대가 서로를 비교한 기준은 아파트나 부동산뿐이었다.
![[2030 vs 5060]‘산업역군’ 가부장들의 귀환](https://img.khan.co.kr/newsmaker/1015/20130305_1015_46_1.jpg)
이 법안이 시행되면 생길 몇 가지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임금 피크제’를 적용한다고 한다. 정년을 채운 부모 세대가 나간 일자리에 청년 세대는 비정규직으로 고용될 것이다. 알바연대는 최저 시급 1만원을 대기업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 돈은 대기업에 다니는 아버지에게서 나와야 할까? 프랜차이즈 본사 입금분부터 계산하고 손을 닦는 점주에게서 나와야 할까? 결국 그 돈은 그 돈이겠지만 청년 세대에게 남는 것은 열악한 일자리뿐일 것이다. 통과된 법안의 이름은 ‘고용상 연령 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이다. ‘고용상 연령 차별금지’는 연장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