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창 의원 “안 교수가 고향 부산에 출마해야 큰 정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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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에게 큰 정치하라 주장하는데 고향 부산에 출마해야 큰 정치인가요”

송호창 의원(46)은 잘 생겼다. 그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때 기사에 ‘훈남 변호사 국회 진출’이란 제목이 붙기도 했다. 갸름한 얼굴선에 그윽한 눈빛, 그리고 해사한 미소를 지을 때의 소년 같은 분위기는 멜로드라마 주인공 같다. 나 같은 아줌마들만은 그의 외모에 호감을 느끼지만 그의 정치철학과 삶의 방식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차분하게 하는 말이 설득력이 있어 신문과 방송에서도 자주 모습을 보였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송호창 의원 “안 교수가 고향 부산에 출마해야 큰 정치인가?”

그는 대중들에게는 촛불집회 변호사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의 영입으로 의왕·과천에서 지역구가 생긴 지 40년 만에 야당 깃발을 꽂더니 돌연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로 갔다.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 5일엔 안철수 전 교수가 곧 귀국해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병 재·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기자회견을 해서 더욱 안 전 교수의 최측근으로 각인됐다. 안 전 교수가 귀국해서 본인의 입으로 정치행보를 밝히겠다고 했지만, 송호창 의원으로부터 물어보고 싶은 말이 더 많았다. 안 전 교수의 정치만이 아니라 정치인 송호창의 행보도 궁금했다.

안철수 전 교수의 국회의원 출마선언 파장이 큽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사퇴한 것이 다시는 정치를 안 한다는 은퇴선언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대선후보에서 사퇴하지만 새정치의 꿈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4월이든 10월이든 정치활동을 다시 할 수 있는 계기가 반드시 올 것이란 각오를 밝혔었는데, 지금의 정치상황이 안 전 교수의 결단을 촉구한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도 취임 초부터 장관도 제대로 임명 못하는 등 박근혜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국정운영의 난맥상이라든지,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무기력함 등 한심한 정치상황이 안 전 교수가 이번 선거에 출마한 계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출마 지역구 논란도 뜨겁더군요.
“새로운 정치를 전국적 차원에서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상징적인 의미에서 서울을 선택했다고 봅니다. 안 전 교수의 고향이 부산이라며 부산에 출마하라고 하는데, 그분은 30년 가까이 서울에서 살았고 생활 기반도 서울이니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저도 대구에서 태어나고 부산과 인천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지난 10여년간 과천에서 살아서 과천·의왕 지역에 출마했어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서 안 전 교수에게 큰 정치를 하라고 주장하는데, 부산에 가야 큰 정치인가요?.”

그 지역구의 전 의원인 노회찬씨는 안 전 교수와 교감이 없었다, 왜 하필 자신이 공들여 진보정의당이 터잡은 지역이냐고 불쾌해 하던데요.
“안 전 교수와 노회찬 전 의원 사이에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두 분만의 일이라 저도 모릅니다. 지역구가 개인의 사유물이 아닌 이상 안 전 교수가 진보정의당의 사전 승인을 구해야 할 이유도 없지요. 다만, 제가 전에 노회찬 전 의원의 사면을 촉구한 기자회견을 한 것조차 이 지역 출마를 고려해 철저히 계획된 행동처럼 알려져 답답합니다. 정작 저와 노동운동 등을 같이하며 우정을 쌓아온 노 전 의원의 부탁을 받아 순수한 마음으로 한 것인데 그런 오해를 받다니….”

여론조사를 보니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 찬성보다 반대가 높던데, 당선을 확신합니까.
“아무리 작은 지역이어도 쉬운 선거, 당선을 장담할 수 있는 선거는 없습니다. 안 전 교수가 나오면 무조건 된다는 건 너무 쉽게 생각하는 이들의 말입니다. 선거를 한 번이라도 치러본 이들은 절대 그런 말을 못하죠. 안 전 교수가 아니라 안철수 할아버지가 나와도 누구라도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는 차원이 다릅니다. 대통령 후보는 이미지 홍보와 언론의 역할이 크다면 국회의원 후보는 지하철역 입구에서 명함 돌리며 인사하고 지역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현장정치의 바닥을 경험해야 해요. 준비와 각오가 천양지차입니다. 안 전 교수가 사퇴할 때 어떤 험난한 길이라도 갈 각오가 되어 있다고 했는데, 이번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하면서 그걸 몸으로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걸음마부터 떼기 시작해 밑바닥부터 시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또 지역구에는 이미 기성 정당인들과 조직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당연히 반대하는 여론이 높을 겁니다. 어찌 보면 기득권들일 수 있는 그들에게 새로운 후보의 등장은 반가울 리가 없죠.”

[유인경이 만난 사람]송호창 의원 “안 교수가 고향 부산에 출마해야 큰 정치인가?”

안철수 캠프 측근에서는 어떤 조언을 했나요.
“여러 의견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 후 정치상황도 달라지고, 또 안 전 교수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도 바뀔 수 있어서 다양한 분석자료를 전달했지요. 하지만 최종 판단은 결국 본인이 한 겁니다.”

신당 창당설이 계속 나옵니다. 캠프 주요 멤버들이 다시 모이나요.
“신당문제는 안 전 교수가 귀국해 직접 설명할 내용입니다. 대선 당시엔 정말 자원봉사하는 마음으로 모인 것이어서 사퇴 후엔 다들 자기 생업에 종사하느라 헤어졌죠. 필요하면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모일 겁니다.”

한때는 안 전 교수가 청년들의 우상, 국민의 힐링 전도사였고, 구국의 리더로 여겨졌지만 일각에서는 화법이 애매모호하다, 이런 저런 사항에 눈치만 본다고 ‘간철수’라는 별명도 생겼습니다. 메시아인 줄 알았는데 속인이라는 기사 제목도 기억나네요.
“그건 기성정치의 잣대로 판단하기 때문일 겁니다. 아무리 의사, 벤처사업가, 교수로 성공을 했어도 그는 정치 신인입니다. 그런데 기존 정치인들과 언론은 이 신인에게 대권주자로서의 역량과 엄청난 리더십을 요구했습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정치개혁을 하리라고 기대하죠. 안 전 교수는 각 분야에서 다져진 역량이 있고, 보수와 진보를 떠나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통합해 보는 능력이 있습니다. 또 국민들에게 정치 지형을 바꾸겠다고 진심으로 설득할 힘도 있고, 단호한 결단력도 있습니다. 지켜보니 리더로서의 자격과 조건이 충분한 분이에요. 대통령 후보를 사퇴할 때 어떤 험난한 길이라도 가겠다는 각오를 보였고, 이번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며 몸으로 보여주겠다는 선언을 한 겁니다.”

왜 그런 오해를 받았을까요.
“우선 안 전 교수의 화법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은 여의도 화법과 달라서일 겁니다. 예의 바르게, 상대를 배려하면서 말을 하면 기존 정치권의 올드한 말투와 사고에 익숙한 이들이 ‘정치인답지 않다’고 비난을 하더군요.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도 정치개혁의 과정일텐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해서 온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이야기입니다만, 대선 당시에 안철수 캠프의 불협화음이 자주 오르내렸습니다.
“우리 캠프는 다른 정당과 좀 달랐습니다. 기성 정치인들이 아니라 안 후보의 생각과 태도, 새정치를 하려는 것에 크게 공감한 이들이 모였죠, 어떤 이들은 먼 지방에서 올라와 여관에 한 달간 머물며 선거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처럼 열정과 의지는 뜨거웠지만, 큰 선거를 치를 능력이 따라가지 못했던 면이 있었을 겁니다. 캠프에서 후보가 지향하는 바를 100%, 120%로 보여주도록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부족한 것을 인정합니다. 다른 후보들은 몇 년 전부터 측근들이 정당에서 조직 관리를 해왔지만 우리는 출마선언한 후 불과 60일 정도 활동했으니 물리적으로도 한계가 있었죠. 거의 자원봉사자들의 모임 같았지만 그래도 두 달 만에 ‘안철수의 약속’이란 500페이지에 가까운 정책 요약집을 만들어 우리들도 놀랐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들의 부족함이 후보 이미지와 후보 역량 부족으로 비쳐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안 전 교수나 송 의원이나 모두 새정치를 강조하는데 ‘새정치’의 의미가 뭔가요.
“한마디로 ‘책임정치’입니다. 그동안 너무 무책임한 정치, 정치인이 많았어요, 국회 내에서의 의사결정도 그토록 많은 전문가와 능력자들이 있어도 정작 아무것도 못하는 구조로 흘러왔거든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와 정책이 필요한데, 자기 세력이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일만 하니 개혁이 안 되는 겁니다. 당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이 대부분 기득권을 가진 몇몇이 하니까요. 그런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 새정치의 기본입니다. 소수의 기득권자들이 당권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을 내려놓고 여럿이 힘을 합해 한 발 더 앞으로 나가는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 총선 때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도 지역구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당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 집행부 몇몇이 했잖습니까. 새로운 비전과 대안으로 경쟁하고 국민에게 선택받아 신뢰받는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이 새정치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새정치보다 정당개혁이 우선이란 말인데, 그럼 이상적인 정당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
“정당의 기능은 국민들의 의사와 요구를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가장 근거리에서 유권자이자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서 그것을 정책에 반영하고 그 요구가 의회를 통과해 법으로 만들어지는 것, 그런 시스템과 소통구조가 된다면 이상적인 정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교육받아 준비된 능력 있는 새로운 신진 정치인들이 정당에 등장하는 수급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당은 국민들과 거리가 너무 멀어요. 수십만명이라는 당원들의 정체도 잘 모르겠어요. 각 정당의 지역구가 있는 이유는 주민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됩니다. 무엇보다 정치인을 선발하는 공천권이 몇 사람에게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당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송호창 의원 “안 교수가 고향 부산에 출마해야 큰 정치인가?”

국회의원 출마로 따지자면 정치생활 1년차가 됩니다. 밖에서 정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국회의원으로 본격적인 정치를 한다고 했는데, 막상 현실정치는 어떻습니까.
“생각보다 힘듭니다. 기존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국민들의 바람이 이뤄진다고 판단해 정치를 시작했는데,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언론의 거부감이 굉장히 강합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면 기존의 틀과 방식대로 ‘아, 다음 수순은 이것이겠구나’라고 예상하고 물어봅니다. “그게 아니라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면 ‘그러면 안 된다’라고 해요. 마치 프로메테우스의 침대처럼 기존의 규범과 틀을 정해 놓고 규격에 맞지 않으면 잘라버리려 해요,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커졌으면 침대를 늘여야 하는데 다리를 자르라는 셈입니다. 그런 상황을 볼 때마다 왜 정치를 하는가란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국감에서도 대기업 회장이나 금융 관련 고위직을 증인으로 소환해봤자 오지 않아요. 고발하면 벌금 몇백만원인데 재벌 총수에겐 너무 미미한 액수이죠. 정말 무기력한 제도여서 환멸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도 과천·의왕지역에 최초로 야당 깃발을 꽂았습니다. 지역주민에게도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뭔가요.
“아마 지역주민들이 새로운 경험을 해서일 겁니다. 우선 선거 당시엔 네거티브를 안 했어요. 기존 정치인들은 지역민들을 만나면 이걸 해주겠다, 저걸 해주겠다 약속만 하고 또 행사장에도 얼굴만 비치고 가버리는 경우가 많죠. 저는 지역주민들이 제게 더 많이 이야기를 듣도록 하고 제 의견을 나눕니다. 보수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방문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면 다들 공감해주십니다. 탈당을 한 후에 무소속이라 사실 더 편하기도 합니다. 당의 각종 회의에 참석하거나 행사에 쫓아다니는 대신에 혼자 공부하고 지역 문제를 더 심도깊게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안철수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해도 참여하지 않을 건가요.
“그건 일단 당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정치에 들어온 이유는 다른 정치인들과 똑같이 처신하고 정치인으로서의 스펙을 쌓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상식에 맞는 정치, 책임정치, 그리고 정치개혁을 위해 민주통합당도 떠났던 사람입니다. 정말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하고 싶은데, 현실의 벽이 너무 두껍습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찬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볕이지만, 우리 정치의 낡은 옷을 벗기는 것은 송호창 의원이나 안철수 전 교수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일 수 있을까. 부디 우리 정치계에도 햇볕이 가득하길….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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