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뮤지컬 영화의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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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화산업계의 화두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라 불리는 부가가치 창출 공식이다. 좋은 원작을 가져다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켜 돈벌이를 극대화한다는 의미다. 해리포터 소설을 활용해 게임이나 캐릭터 상품, 영화 등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머지않아 뮤지컬로도 만들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정말 관객 머리 위로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펼쳐질 쿼디치 게임 풍경이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영상과 무대의 만남은 흥미롭다.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뮤지컬 영화나 반대로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무비컬 등이 그런 사례다. 2차원의 영상이 감독의 의도에 따라 장면을 구성해나가는 연출의 예술이라면, 무대는 입체적인 공간에서 배우가 모든 것을 몸으로 구현해내는 연기의 예술이다. 비슷한 이야기라도 영상과 무대가 각기 다른 문법과 구조에 의해 구현될 때 제각각 별난 재미를 만들어내게 되는 이유다.

영화 <레 미제라블>

영화 <레 미제라블>

무작정 다른 장르를 가져다 똑같이 재연하는 것만도 아니다. 적절한 변화와 재구성, 맛깔스런 양념을 추가하는 것 역시 잊지 말아야 할 흥행 공식이다. 단지 배우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체질을 바꾸고 형태를 변화시키는 과감한 아이디어가 덧붙여지는 경우도 흔하다. 영화로 만들어진 ‘맘마미아!’를 보면 무대와 달리 특정 노래가 등장하는 위치가 바뀌거나 역할이 교체되거나, 아예 없던 노래가 새롭게 첨가되기도 한다. 영화를 가져와 무대용으로 재구성하는 무비컬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원작이었던 소설을 찾아 스크린에 등장하지 않았던 내용을 무대에서만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연말 극장의 최대 화제작인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 역시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감상하면 더욱 흥미로운 경우다. 원작은 물론 빅토르 위고가 1862년 발표한 소설이지만, 영화의 직접적인 단초가 된 것은 바로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무대용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1986년 초연된 이 작품은 1000석 이상 공연장에 막을 올린 대형 뮤지컬 중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연속 공연을 하고 있는, 그래서 자그마치 27년째 순항 중인 대형 흥행작이다. 지금도 런던 한복판의 퀸즈 극장에서는 좋은 자리의 당일 티켓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문화상품을 넘어 아예 관광자원으로까지 여겨지는 흥행 뮤지컬의 위력을 여실히 실감할 수 있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

뮤지컬 <레 미제라블>

성공적인 OSMU의 사례들이 늘 그랬듯, 이 뮤지컬 영화 역시 단순히 무대로부터 복제 수준에 만족하지 않았다. 노래의 템포나 선율의 재구성만이 아니다. 아예 무대에서 사라졌던 소설의 장면들이 덧붙여지기도 하고 삭제되기도 했다. 어린 코제트를 안고 수녀원으로 숨어드는 장발장과 자베르의 추격신이 대표적이다. 무대에서는 볼 수 없던 소설 속 이야기로 뮤지컬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명장면이다. 민중봉기의 노래인 ‘사람들의 노래가 들리는가?’는 민중 지도자인 라마르크 장군의 장례식에서 콩코드 광장의 혁명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덧붙여지며 더욱 생명력을 얻게 됐다. 뮤지컬 마니아라면 그야말로 감탄을 금하기 힘든 스크린 버전 최고의 장면 중 하나다.

뮤지컬은 우리말로도 번안돼 순항 중이다. 대구와 부산을 거쳐 4월이면 서울에서도 막을 올린다. 의외로 들릴지 모르지만 뮤지컬 영화가 무대의 흥행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효과적인 OSMU의 적용은 무대를 경험한 이들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이고, 영화를 본 사람들을 무대로 끌어모으게 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같은 이야기와 같은 음악이지만 맛이 다른 장르의 특성을 멋지게 살려낸 제작자의 혜안이 만들어낸 마법이다. 비슷한 도전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참고해야 할 모범사례임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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