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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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민주당 전 선대본부장

안철수 교수가 대선후보에서 사퇴할 때 그 뒤에서 박선숙 선대본부장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왜 박영선 의원이 생각났을까. 문재인 후보의 선대본부장이기도 하지만, 안철수·박선숙 두 사람과의 인연이 각별해서일 게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5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기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본부장은 민주당 후보였다. 당시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시장에게 통 큰 양보를 하지 않았다면 박원순 시장이 그렇게 쉽게 시장이 될 수 있었을까. 또 박원순 시장이 시장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안 교수 역시 이번 대선후보로 등장할 수 있었을까. 만약 박영선 본부장이 그 때 서울시장이 되었다면 정치활동에 소극적이던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국회의원이나 대선후보로 나섰을까….

박선숙 안 캠프 본부장과의 인연도 그렇다. 동갑인 이들은 18대 국회의 최고 여성의원이었다. 이들은 전략통·저격수로 불리며 일당백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들의 운명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엇갈렸다. 박선숙 선대본부장이 먼저 눈물을 흘렸다.

이미 2007년에 대선을 경험했고 이번에 안철수 후보와의 협상에도 깊숙하게 관여한 박영선 전 선대본부장에게서 대통령 선거의 핵심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여성 최초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은 것도 화제였는데,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선정한 2012년도 국정감사 우수의원에 선정됐다. 상임위원장이 이 상을 받은 것은 NGO 모니터단의 14년 활동 사상 처음이라고 들었다.
“아마도 사법개혁(검찰개혁)에 대한 열정과 적극적 국정감사 활동 덕분인 것 같다. 법무부 국정감사 당시 국감위원과 자리를 바꿔 직접 질의를 하는 등 진행자나 조율자에 국한된 기존의 상임위원장 역할에 파격을 준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11월 23일 시상식에서도 큰 나무들이 햇살을 다 가리지 않도록, 중산층과 서민들에게도 따뜻한 ‘법의 햇살’, ‘정의의 햇살’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중들에게는 국정활동보다 청문회 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직감도 필요하고 그 사안에 대해 항상 흐름을 따라 자료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 증인이나 참석자의 답변을 들어보면 어느 부분에서 거짓말을 하는지 안다. 대부분은 눈빛이 흔들린다. 김태호 총리후보 청문회 때도 박연차씨와 같이 행사장에 나왔다는 제보가 들어왔는데 양쪽 지인들로부터 확인받았다. 그 질문을 하니 대답을 못하더라.”

민주당 공동선대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무엇인가,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는 정권교체와 대한민국 정의를 바로세우는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왜 필요한가. 양극화 현상이 깊어져 성장 불균형이 되어 국가 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 측이 내세우는 ‘준비된 대통령’이란 구호가 왜 엉터리인지는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을 보면 안다. 박 후보는 성장만 외쳤지 공정한 룰을 만들지 않는다. 앞으로 잘하겠다며 사후약방문을 하겠다는데 그걸 어떻게 믿는가. 또 정의사회 구현에 가장 중요한 것이 검찰개혁이다. 난 법사위에서 4년, 법사위원장으로 1년간 일하며 검찰 조직의 심각성을 느꼈다. 검찰은 조직문화 차원에서 힐링이 필요한 곳이다. 벤츠 검사에 이어 뇌물 검사에 성 검사의 등장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중수부 해체를 두고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라. BBK와 내곡동 사저 수사, 재벌 봐주기 등에서 검찰의 태도는 도를 넘었다. 물론 정치검찰은 1%에 불과하다. 하지만 99%의 평검사들이 자신의 조직 정화운동에 나서지 않는다. 권력에 눌려 말 한 마디 못하는 건 비겁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평검사와의 대화 때 기개 있게 말하던 그 검사들이 어디에 갔나. 5년간 침묵했던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검찰만큼 정치개혁도 중요하지 않은가.
“세대교체와 시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돈 선거를 걷어낸 것을 MB가 후퇴시켰다. 최시중·이상득 등의 실세 비리사건은 정경유착의 옛날로 회귀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건을 보고도 박근혜 후보는 대체 뭘 했는가.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 불 보듯 훤하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는 나라가 맑아지지 않는다. 행정부도 함께 개혁해야 한다.”

5년 전 대통령선거 때도 정동영 후보의 최측근이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무엇이 다른가.
“당시엔 사실 당선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종편 채널 약속 등 MB가 보수언론과 깊은 인연을 맺어 여론을 호도했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이 있었다. 지금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세상이 많이 바뀌고 시대가 흘러갔음을 느낀다. 선거운동 방식도 옛 방식으로는 안 된다. 이 사회의 주도세력이 30~40대임을 알아야 한다. 민주당은 2010년부터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의 정책을 만들었다. 이게 새누리당의 공약이기도 한 것을 보면 우리가 방향을 맞게 정한 것 같다.”

정책이 비슷한데 꼭 민주당이 집권해야 하나.
“새누리당은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통산업과 관련한 법사위의 진풍경을 예로 들겠다. 대형마트 SSM법이 지경위를 통과해 법사위에서 1년간이나 묶여 있었다. 교묘하게 반대하며 대기업이 그 사이에 침투할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유통산업법 원안은 밤 10시부터 아침 10시까지 폐점하는 것인데 새누리당에서는 밤 12시까지 영업시간 연장을 주장했다. 밤 12시까지 하면 유명무실해진다. 재벌들의 로비 때문이다. 누가 서민들과 골목상권을 위한 정당인가. 검찰개혁도 검찰 예산을 한 푼도 못 깎겠다고 하고, 검사가 청와대에 갈 때는 사표를 내야 하는 것도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새누리당의 이중적 태도를 확실히 알려야 한다. 이 선거는 귀족 후보와 서민 후보의 대결이디.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 정책을 집행할 후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봐야 한다.”

문재인 후보도 변호사이고 최근 집에서 쓰는 고급의자가 화제가 됐다.
“문 후보의 부모님은 이북에서 피난내려온 분들이다. 막노동과 행상으로 자식들을 키우셨고, 문 후보는 어렵게 사법고시에 합격해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동안 소박하게 살며 서민의 아픔을 아는 정직한 사람이다.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새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이 되어 서민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와 비교하면 과거와 미래의 대결이다. 재벌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 박 후보가 아버지가 만들고 키운 재벌을 물리칠 수 있을까. 경제도 이젠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재벌들이 만든 구름층이 너무 강해 경제 생태계의 순환을 막고 있다. 재벌의 연결고리를 끊고 경제 생태계에서 중소기업이나 골목상권이 숨쉴 수 있게 해야 한다. 박 후보 주변사람들을 보면 다 기득권층이다. 다 친재벌들이다. 그러니 재벌과 결별하라고 주장한 김종인 박사를 내팽개치지 않았나.”

많은 이들이 이번 대선을 유령의 대결이라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유령들이 대리전을 펼친다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의 딸이지만 문 후보는 노 대통령과 다르다. 이미 김대중, 노무현을 넘어섰다. 옆에서 지켜보니 가장 큰 장점이 국정에 5년간 깊이 간여해서 모든 정책이 머릿속에 다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당의 정책들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검토했던 것들이 많다. 그때 시기상조라고 덮어둔 것들이 많고,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고 큰 성과를 내야 할지 알아 시행착오를 하지 않을 것이다. 또 국민들이 친노세력에 배타적이긴 한데 그분들도 가장 원하는 것이 자신들의 권력창출이 아니라 정권교체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5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기대”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후보의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고 후보 일정과 TV토론에 주력할 생각이다. 문 후보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는다. 메시지팀에서 원고를 만들어줘도 그걸 토대로 할 뿐 새벽 2~3시까지 직접 꼼꼼하게 다듬고 고친다. 모두 본인의 생각이고 본인의 말이다. 이번 선거는 5년 전에 비해 전국 골목골목을 누비는 스킨십보다는 국민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메시지, 그들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 또 문 후보는 ‘일자리 대통령’임을 강조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 공약은 공허하다고 당에서도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기업체에 일자리를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중장년층에게 교육과 훈련 기회를 주어 국가가 재취업이나 고령화시대를 살펴줄 것이고, 김대중 정부 시절의 벤처기업 육성처럼 창업투자를 유도할 정책을 다듬고 있다. 중소기업이 80~90%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중소기업 지원을 아이디어 보호 등의 다각적 분야에서 지원할 것이다. 이런 것을 널리 알리려 한다.”

능력 있는 언론인 출신으로 얼마든지 조용하게 살 수 있는데 왜 이토록 거친 정치를 하나.
“처음에 얼떨결에 시작했지만 이제 소명의식을 느낀다. 내 아이를 비롯한 미래사회에 희망을 주고 싶어서다. 그게 정치를 하는 이유다. 공정하고 기회균등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 벌써 아버지의 직업이 아이의 학교와 취업까지 결정짓는 사회가 되지 않았나. 17대 국회의원 시절엔 재벌개혁, 18대 때는 검찰개혁에 주력했다. 이 두 가지가 이번 대선의 화두가 되었으니 내가 흐름을 잘 잡은 셈이다. 물론 나도 아내로, 엄마로, 여성으로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런데 BBK사건 폭로 이후에 각종 위협에 시달리며 가족과도 떨어져 살고 개인적 행복과 거리가 먼 삶을 산다. 이번 단일화 협상 기간에도 너무 집중해서 온몸이 아팠지만 내가 아파도 국민들이 희망을 갖도록 하고 싶다.”

이번 대선에 여성 대통령 후보가 4명이나 등장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로 나오기도 했지만 정치권에서도 박 의원을 대통령감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 뜻이 있나.
“정치는 무겁게 움직여야 한다. 사실 지난 서울시장도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생각에 거부하다가 숙고 끝에 나갔지만 막상 선거 준비를 해보니까 감당할 규모였다. 시장 출마선언문도 30분 만에 작성했다. 내 마음속에 그림이 그려졌었나보다. 누구나 대통령이 되려는 이들은 자신이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철학이 있고 시스템 구상이 되어 있어야 한다. 또 입법·사법·행정이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지를 알아야 한다. 기자 시절엔 국회의원이 될지도 몰랐고, 국회의원도 3선이나 할 줄 몰랐고, 이번 선대본부장도 내가 원해 한 것은 아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그저 주어진 일에만 열과 성을 다할 뿐이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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