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서 베스트셀러만 사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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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에서 ‘우리나라 지역 대표 서점 현황’이라는 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94년에 5683개이던 전국 서점의 숫자는 2011년에는 1752개로 줄어들었다. 사실상 3분의 2의 서점이 사라진 것이다. 많은 지방 서점들이 그 지역의 상징적인 장소였거나 대표적인 문화공간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지방 서점의 폐업 기사에는 그곳을 추억하는 독자들의 많은 댓글이 달리곤 한다.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재개발로 폐점 위기에 놓인 서울 신촌의 홍익문고. | 홍도은 기자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재개발로 폐점 위기에 놓인 서울 신촌의 홍익문고. | 홍도은 기자

지방 서점의 폐업 원인으로 주로 언급되는 것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불완전 도서정가제와 온라인 서점의 과다 할인이다. 현행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온라인 서점을 통해 책을 판매할 경우 정가의 10% 범위 내에서 할인을 할 수 있으며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에 따라 판매액의 10%를 초과하지 않는 경품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 서점들‘만’ 19%의 할인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도서정가제는 신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출간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도서는 ‘반값 할인’ 등으로 온라인 서점의 할인코너를 통해 판매된다. 그러다보니 서점이 사라지는 것이 온라인에서만 신간 할인을 가능케 하는 현행 도서정가제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독자와 서점계·출판계는 도서정가제에 대해 첨예한 입장 차이를 가지고 있다. 출판계의 불황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출판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책을 대체할 문화상품이 넘치고, 책을 하나의 상품으로 볼 것인지 문화상품의 특성을 고려할 것인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출판계는 현재 각 대선후보들에게 ‘출판문화 살리기를 위한 제안서’를 전달한 상태다.

이렇게 된 원인 중 하나에는 ‘베스트셀러 열풍’이 있다. 도서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서점이 책을 접하는 유일한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한국에서는 북클럽이나 지역 소모임을 통해 책을 읽는 문화는 드물다. 주로 ‘권위를 가졌다고 여겨지는 공인된 곳’의 추천도서 목록이 뜨면 그 책이 팔렸고, 지금은 그 역할을 TV가 대신하거나 서점의 노출이 대신해주고 있다. 그렇게 ‘남들이 모두 보는 책’으로 인증되는 순간 책의 판매에는 가속도가 붙어 판매 1위가 된 도서는 좀처럼 순위가 그 밑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출판계에서는 베스트셀러 도서를 요즘 트렌드라고 생각하며 비슷한 책을 만들어내려 한다. 작지 않은 시장을 독점하는 한 권의 책만 등장한다.

여기서 어떤 한국적 문화 소비의 특징을 보게 된다. 줄곧 추천도서 목록만을 독서의 대상으로 학습했고, 입시를 위한 논술형 독서가 유행하면서 자발적으로 책을 고르는 경우보다 남들이 읽은 책은 나도 꼭 봐야 한다는 상식이 굳어진다. 베스트셀러 순위는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 된다. 멘토 담론도 이와 비슷한데,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만들어준 권위에 맞춰 등장한 ‘그분’에게 위로와 ‘꼰대질’을 당하며 안도하는 것이다. 그들이 ‘어떤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유명한지’가 나의 ‘깨달음’에 직결된다.

할인해주지 않는 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할인도 되겠다, 온라인 서점에서 남들이 ‘다 샀다’는 그 책을 구매한다. ‘대세인 온라인 서점의 대세인 순위’는 출판사가 열심히 ‘되사들여’ 만든 순위일지도 모른다. ‘단일화된 후보’를 무조건 뽑아야 한다는 시대인데, 책도 ‘대세’만을 따르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대세가 아닌 모든 것들이야말로 정말 ‘힐링’이 필요하다.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 소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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