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후보의 당선 가능성 51대 49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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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숙 안철수 후보 선거대책본부장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를 “부드러운 버드나무 겉모습 속에 철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고, 경북대 김두식 교수는 “내가 권력자였더라도 대변인이나 비서실장을 믿고 맡길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진흙탕’ ‘걸레가 될 각오를 해야 하는 곳’이라는 정치판에서도 “예의를 중시하면서도 재기가 넘쳐흐른다”는 평가를 받는다. 얼굴은 해맑은 동안인데 화법은 노회하기만 하다. 박선숙 전 의원(52) 이야기다.

민주통합당의 대표적 전략통이던 그가 홀연 안철수 후보의 캠프로 옮겨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자리’를 탐내던 사람이 아니어서 그의 행보가 궁금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철수 후보 캠프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캠프 분위기부터가 사뭇 달랐다. 5층 진심카페에서는 안 후보처럼 착하게 생긴 이들이 ‘자원봉사’란 명찰을 달고 자리를 안내하고 차를 마실 것을 권하며 민원인(?)들을 응대했다. 아직 문을 연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그 흔한 포스터나 후보 사진 한 장 없고, 선거사무실마다 보이는 “내가 1000표는 책임진다”는 전형적인 선거꾼의 모습도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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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층 캠프 본부에서는 팀별로 칸막이가 된 자리에서 모두 바쁘게 일하고 회의실마다 김호기 교수 등 전문가들이 열심히 정책토론을 하고 있다. 정치캠프가 아니라 신제품 출시를 앞둔 벤처회사 같은 분위기다. 박선숙 본부장은 사무실 맨 구석에서 모습을 보였다. 무척 바빠 보여 본론부터 들어갔다.

왜 안철수 후보를 선택했는가.
“후보가 오랫동안 국민을 기다리게 했다. 매우 어려운 결심을 했다. 이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읽고 그 짐을 나눠지자고 생각했다. 얼마나 나눠질지는 모르지만….”

안철수 후보와의 첫 인연이 15년 전이라고 했는데, 어떤 계기이고 지속적으로 만남이 유지되었는가.
“15년 전쯤에 처음 만나 안 후보가 미국 유학 간 기간을 제외하고는 가끔 만났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자신의 안일보다는 우리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래도 민주통합당을 떠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잠시 침묵) 하지만 언젠가 나의 진심도 전해지리라 믿는다.”

전략통으로 인정받는다. 박 본부장의 별명인 ‘무상녀’(무작정 상경한 여학생)의 외모와 전략통이란 역량이 매치되지 않는데, 그 전략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해 기획·전략 등의 수식어가 붙은 직함을 달고 일하긴 했다. 하지만 그동안 선거 치르면서 작전이나 전략을 잘 짜서 이긴 적은 없다. 선거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기술을 쓰면 안 된다.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금 국민들의 마음이 어떤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다가가면 국민들도 우리 마음을 알아줄 것으로 믿는다. 진심이 전략이다.”

결국은 민심, 혹은 시대의 흐름을 간파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숱한 선거를 지휘하며 민심을 읽은 박 본부장이 보는 지금 국민들의 가장 확고한 요구는 뭐라고 보나.
“변화다. 진짜 변화다.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태도도 변한 것 같다. 국민들이 ‘내게 당장 이것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것을 안 해줘도 좀 참겠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조금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해달라. 지금은 참겠지만 너무 절망하게 하지 말아달라는 마음이 읽혀진다. ‘희망’은 기회의 문제다. 많은 이들이 내게 앞으로 어떤 기회도 안 오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아이들에게조차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을 느낀다. 그 기대가 대단한 출세나 돈을 많이 벌겠다는 것이 아니다. 큰집이 아니라 임대주택이라도 얻어 무슨 일이건 기죽지 않고 즐겁게 일하면서 사는 것이다. 

공부를 좀 못해도 어느 자리엔가 제몫을 할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남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나와 내 아이가 억울함 때문에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5년이건 10년이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으니 제대로 된 청사진을 마련해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읽었다. 사실 요즘 양극화가 화두인데 표현이 양극화이지 본질은 기회의 박탈이 아닌가. 정치가 단답형으로 답을 내고 대증요법으로 대하면 안 된다. 우리 캠프에서 노인빈곤 제로 등을 제시하며 각 후보들과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자고 제안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각 후보가 죽기살기로 싸워 승자독식을 하면 양극화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해 힘을 합해야 한다.”

정당 없이, 확고한 조직도 없이 선거를 치를 묘책은 뭔가.
“진심 알리기다. 캠프 이름도 진심캠프다. 후보의 출마 결심이 늦어져 지난 10일간은 사무실 마련하고 세팅하는 데 보냈다. 10월 2일에 블로그와 트위터를 개설하고 페이스북을 오픈했다. 페이스북에 정책포럼 코너를 만들어 분야별, 주제별로 제안해달라고 했더니 3일 만에 400여건이 올라왔다. 아이디어 건의도 있고 자신들의 포럼에 참가해달라는 요청도 있다. 그동안 선거는 유권자를 구경꾼으로 만들었다. 정당 조직이 참여의 통로이긴 했으나 오히려 정당인들이 조직원의 모습을 보여 정작 유권자는 거리감을 느껴야 했다.

우리는 기존 정당 같은 형식적 조직은 없지만 1년 동안 안 후보를 기다린 국민의 마음이 있다. ‘안 후보가 메시아인가’란 말을 누가 했던데 그건 국민을 무시한 발언이다. 우리 국민은 안 후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통령의 통치가 아니라 국민과의 협치를 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이 5년간 고용하는 인물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 함께 좋은 정부를 만들 자신이 있다.”

김대중·노무현 두 전 대통령을 측근에서 지켜보며 공통점을 샤이함, 즉 수줍음이 많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안 후보도 몹시 수줍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수줍어한다는 것은 덜 뻔뻔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스스로 내면을 성찰해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내면의 단단함과 가치관이 확고하다는 것,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다는 증거다.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고 자신을 성찰한 이들은 당연히 부끄러워할 줄 알고 그것이 수줍음으로 표현된다. 안 후보가 자주 수줍어해서 어떤 이들은 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이라고도 하지만, 억지로 연출할 일은 아니다.”

[유인경이 만난사람]“안후보의 당선 가능성 51대 49로 본다”

과거엔 박 본부장도 수줍음을 넘어 ‘크레믈린’으로 불렸다던데….
“말을 안한 것이 아니라 말을 못해서 그랬다. 항상 어떤 사안에 내 생각을 묻는데, 난 생각이 정리되어 생각과 말이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말을 못하겠더라. 그러니 과묵하게, 속내를 보이지 않는 크레믈린으로 불린 것 같다.”

안 후보는 항상 진심, 진정성 등을 강조하지만 그가 직접 한 말이나 남긴 글과 현실에서 차이가 많이 드러난다. 전셋집, 논문 의혹 등등…. 앞으로 더 강해질 검증이나 네거티브 공세를 그 수줍은 안 후보, 착한 캠프에서 감당할 수 있을까.
“검증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 단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하다. 사실과 자료에 의거한 것이라면 우리도 충분히 설명을 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모호하거나, 터무니없는 흠집내기를 하려는 것은 국민을 투표장에 못나오게 하려는 의도다. 또 안 후보가 자신의 책에서 남긴 말이나 글 중에 표현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어 오해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전셋집의 경우에도 보다 더 엄밀히 ‘나도 전세를 살아봐서 안다’는 것보다는 8년 정도 전셋집에 살며 벽에 못 하나 마음대로 걸지 못하는 것도 참 어렵고 고생스러웠는데 다른 이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등등을 정교하게 썼어야 했다. 안 후보는 그 논란 이후에 ‘내 집을 갖고 전세 사는 것과 집 없이 전세 사는 것은 마음부터 다른데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낸 게 아닌가’라고 안타까워한다.”

어느 신문에서 안 후보를 ‘성인(聖人)인 줄 알았는데 속인’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안 후보의 행적, 그리고 무릎팍도사 등의 방송에서 보여진 이미지가 너무 고결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같은 연예인이어도 평소 스캔들이 많은 조영남씨가 일을 저지르면 그러려니 하지만 깨끗한 안성기씨가 조금이라도 물의를 일으키면 충격을 받듯 안 후보는 작은 사건에도 이미지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안 후보가 스스로 밝혔듯 그는 실수도 많이 하고 부족한 것도 많은 사람이다. 앞으로 어떤 검증이 시작될지 모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엄중하게 행동할 것이다. 다만 터무니없는 카더라식의 시비는 확실히 가릴 생각이다.”

고문으로 추대하려던 이헌재 전 부총리를 비롯, 강금실, 정운찬 전 총리 등과도 교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 이들이 안 캠프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가.
“다른 분들은 말할 상황이 아니다. 다만 이헌재 전 부총리의 경우엔 설명이 필요하다. 안 후보의 생각도 그렇고 전문가들의 분석도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단히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특히 경제분야는 더욱 그렇다. 1997년 외환위기와는 또다른 강도의 어려움이다. 그래서 당시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더불어 그 위기를 극복한 이 부총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정책 결정을 했는지, 하나하나의 판단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조언을 받았다. 그분은 최근 펴낸 책과 말을 통해 항상 ‘우리처럼 오래 일선에서 일한 이들은 후배들에게 키를 물려주자’고 공적 책임과 역할론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많은 국민의 관심사는 단일화다. 최근 박 본부장이 민주통합당 김한길 의원을 만난 것도 단일화를 위한 초석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고, 또 정운찬 전 총리는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 때문에 생긴 것인데 기존 정당과 단일화를 하는 것은 새 정치를 원하는 국민의 여망과 맞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단일화는 현 상태에서 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안 후보의 당선을 확신하나.
“51대 49라고 믿는다. 지금 여론의 지표보다는 10여년 동안 국민들의 인기를 얻어온 박근혜 후보에게 50% 이상의 지지도를 보여주지 않는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우리가 51%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의 승패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기회를 박탈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국민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그 ‘선택지’가 잘못된 것은 나를 비롯한 정치권의 책임이다. 지난 5년간의 고통을 어떻게 그를 선택한 국민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나.”

한 번도 정치에 회의를 느낀 적이 없나.
“정치는 숙제이고 짐이다. 매일 이 짐을 언제 내려놓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의 연속이다. 그리고 항상 숙제를 다하지 못했다는 마음의 빚을 갖고 산다. 언젠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은 국민이 묻거나 갖고 있는 모든 문제에 답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황당하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가능합니까’라고 하니 ‘된다. 답할 수 있다. 관심을 갖고 열과 정성을 갖고 노력하면 답이 나온다’고 하셨다. 정치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대통령은 없다. 최선을 다한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 정치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일, 국민을 위한 일이 정말 많다. 물론 제한적이긴 해도….”

요즘 하루에 3~4시간밖에 못잔다는데도 박선숙 본부장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학창시절에도 주어진 숙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친구들은 항상 이렇게 잠 안자고 숙제하면서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하도 박 본부장의 회의와 일정이 많아 쫓겨나듯 사무실에서 나와야 했다. 캠프 분위기만으로는 우리 정치나 선거에 엄청난 변화, 쓰나미급의 태풍이 불어닥치는 것 같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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