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권주자 시대정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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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대권주자 간 경쟁이 3강구도로 정리되는 모양이다. 최근까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어 왔던 문재인 고문, 새롭게 부각되는 김두관 지사,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는 손학규 고문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민주통합당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문재인 고문이 1위를, 손학규 고문이 2위를, 김두관 지사가 3위를 차지했다.

[2030세상읽기]민주통합당 대권주자 시대정신은?

이들이 당내에서 3강구도를 형성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문재인 고문의 경우 영남에서의 후보 경쟁력, 호남에서의 정당 경쟁력, 그리고 이를 무기로 한 수도권에서의 여론몰이, 또는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를 통해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영남후보론’에 적합한 후보라는 점, ‘영원한 비서실장’이라는 닉네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큰 강점으로 꼽히고 있는 것 같다. 다만, 문재인 고문 본인의 권력의지가 약하다거나 자기만의 감동 스토리가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김두관 지사가 문재인 고문의 이런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김두관 지사는 이장에서 시작해 장관을 거쳐 도지사까지 해본 사람으로 ‘한국의 룰라’를 표방하는 등 자기 의지를 갖고 성공한 서민의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 보인다. 즉 문재인 고문보다 ‘영남후보론’에 의한 전략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캐릭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손학규 고문의 경우 경기도지사를 해본 사람으로 수도권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고, 온건하고 합리적인 이미지로 중도층을 공략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최근에는 손학규 고문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또 하나 늘었는데, 그것은 바로 ‘색깔론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고생이 많았는데 지금과 같은 공안정국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 가능성 있는 대권주자를 세 명이나 보유했다는 점에서 민주통합당의 지지자들은 나름 행복한 처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진정한 문제는 ‘그래서 결국 대선에서 박근혜를 이길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1대 1 대결에서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람은 오로지 당적도 없고 제대로 된 정치적 기반도 없는 안철수 원장뿐이다. 민주통합당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여기서 유력한 대권주자 3인방이 가진 장점들을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들이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들은 사실 ‘선거공학’의 셈법에 기초한 것들이다. 어느 지역을 기반으로 할 것이며, 어느 층을 공략할 것이고, 이를 위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는 정치적 기술의 기본이기는 하지만 이런 기술로만 대선이라는 이벤트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사회의 오랜 경험이다. 매 시기의 대통령은 나름의 시대정신을 등에 업고 태어났고 그것을 통해 평가받았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대권주자 3인방에게서 이러한 시대정신을 찾아보기란 참 어려운 일이라는 느낌이다.

2002년 돌풍의 주역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 정부 정책을 한 글자도 빼지 않고 외울 수 있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며 자기가 평생을 통해 짊어지고 있었던 시대정신을 외쳤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가장 강력한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2012년 대선에서 외쳐야 할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민주통합당의 대권주자들은 선거전문가인 스핀 닥터(spin doctor)들에게 자문을 받는 데 열을 올리는 것보다 이 질문에 답할 준비를 먼저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한 모자<필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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