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화원의 정교함과 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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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의 전성기로 꼽히는 조선시대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 삼성 리움미술관이 지난 10월 13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미술관 개관 7주년을 기념해 ‘조선화원대전’을 열고 있다. 2주 동안 다녀간 관람객은 약 1만명. 주말에는 1000여명이 리움을 찾았다. 

동가반차도 중 어연(작자미상) | 리움 제공

동가반차도 중 어연(작자미상) | 리움 제공

리움이 조선의 회화사를 이루는 문인화와 화원화 가운데 본격적으로 화원들이 그린 그림을 모아 전시를 열기는 처음이다. 더구나 5년 만에 열리는 고미술전시다. 18~19세기 작가들의 그림은 조상들의 생각과 삶을 소상히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정교하고 해학 넘치는 명품들이다. 

화원은 궁중에 근무하며 각종 그림을 그려 왕실의 권위와 통치이념을 시각화했고 어진이나 공신들의 초상화부터 풍속화와 관념산수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예술가였다. 그러나 문인화가들과 함께 당대 화단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면서도 양반이 아닌 신분적 한계 때문에 안견·김홍도·장승업 등 대가를 제외하고는 우리 회화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김홍도의 군선도 | 리움 제공

김홍도의 군선도 | 리움 제공

이번 전시는 긍재 김득신(1754~1822) 등이 그린 ‘화성능행도 8곡병’(보물 1430호), 김홍도(1745~1806)의 ‘군선도’(국보 139호), 오원 장승업(1843~97)의 ‘영모도 대련’ 등 국내외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과 리움 소장품 등 113점이다. 대형작품 위주로 조선회화를 이끈 화원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40여명의 화원 외에 작자미상의 그림 22점과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추측되는 8점의 춘화가 포함된다.

최초 공개되는 작가미상의 채색행렬도 ‘동가반차도(動駕班次圖)’는 고종의 궁궐 밖 행차를 묘사한 작품으로 제작시기가 불분명하지만 그림에 등장하는 태극기나 명성황후와 순종이 탄 마차 등을 볼 때 1883~95년 사이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김홍도보다 초상화를 잘 그린 화원 이명기(1760~?)의 대표작으로 정조 때 판중추부사를 지낸 오재순(1727-1792)의 초상(보물 1493호)도 나왔다. 인물의 근엄한 표정과 수염 한 올 한 올까지 생생하게 묘사돼,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초상화의 비밀전’에 전시 중인 ‘윤두서 자화상’과 함께 초상화의 ‘종결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명기의 오재순 초상 | 리움 제공

이명기의 오재순 초상 | 리움 제공

김두량·김덕하 부자가 그린 ‘사계산수도’(1744년)는 봄·여름 풍경을 폭 8.4cm, 길이 184cm의 비단에, 가을과 겨울을 폭 7.2cm, 길이 182.9cm에 담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데, 길이 1cm도 채 안되는 인물을 탭을 이용한 인터렉티브 화면으로 10배 이상 확대하면 가는 붓으로 간단히 그린 얼굴 표정이 세밀하게 표현돼 놀라게 된다.   

풍속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화원 김득신의 ‘화성능행도 8곡병’과 ‘황어행렬도’ 등 왕실행렬 그림, 고목에서 고양이 세 마리가 노는 모습을 그린 장승업의 ‘유묘도(遊猫圖)’(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약수를 건너는 신선의 모습을 그린 김홍도의 ‘군선도(群仙圖)’ 등에서 당시 화원들의 수준 높은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춘화도 8점은 어두운 방의 나무창살 속에 전시되고 있다. 남녀의 성기가 너무 노골적으로 묘사돼 만 19세 이하는 볼 수 없다. 일반 7000원, 초·중·고생 4000원. 전시 기간 중 매주 목요일에는 특별강좌가 마련된다. (02)2014-6900


<유인화 경향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rhe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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