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그리는 지상낙원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카메라로 그리는 수묵화’. ‘소나무’ 사진작가 배병우(61·서울예대 교수)의 개인전이 10월 5~30일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02-3789-6317)에서 열린다. 이번에는 뉴칼레도니아를 담았다.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 뉴칼레도니아를 방문해 우리나라 소나무와 사뭇 다른 고생대 소나무들을 촬영했다. 사시사철 푸르고 곧게 뻗어 한국인의 힘찬 기상을 품은 소나무 촬영이 아니다. 45억년 전 지구가 태어났을 당시의 모습을 추적하는 상상력의 탐험이다.

뉴칼레도니아의 소나무

뉴칼레도니아의 소나무

배병우의 뉴칼레도니아 프로젝트는 자연을 보듬어온 그의 또다른 여정이다. 흑백의 여운을 소중히 해온 작가는 이번에 곱디고운 푸른 바다를 컬러로 선보인다. 남태평양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뉴칼레도니아는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 있는 프랑스령의 열대섬으로, 전 국토의 60% 이상이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원시적인 자연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선 TV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지인 일데팡(‘소나무섬’이라는 뜻)이 많이 알려졌지만 이미 세계적으로도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나라로 유명하다.

배병우 작가는 늘 자연과 교감하기를 즐긴다. 미술을 전공하다 사진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에 목말라했다. 사람을 배신하거나 버리지 않는 건 자연뿐이기 때문일까. 그는 산업사회의 재빠른 기술발전에 눌려 에너지와 호흡을 잃어가는 자연을 안타까워한다. 사진을 통해 자신과 자연이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사람들은 사진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박수할 뿐 그가 그리워하는 세상풍경들을 함께 고민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노트를 통해 안타까워한다. “기술만능으로 변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연의 초월적 우월감을 못 느끼고 있다. 문명에 가려진 근원적 아름다움을 되찾는 것이 나의 작업 목적이다.”

(위) 뉴칼레도니아의 바다와 섬과 나무-자연. (가운데) 뉴칼레도니아의 자연. (아래) 뉴칼레도니아의 바다.

(위) 뉴칼레도니아의 바다와 섬과 나무-자연. (가운데) 뉴칼레도니아의 자연. (아래) 뉴칼레도니아의 바다.

이번 전시에선 인류 최후의 지상 낙원 뉴칼레도니아의 자연을 비롯해 60년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공간에서 자연치유 그대로의 생명력을 보여준 대한민국 DMZ 일원을 담은 작품 등 20점의 사진작품을 처음 선보인다. 전시회 수익금은 (사)DMZ 문화포럼이 마련하는 DMZ 일원 문화활동 및 어린이 대상 DMZ 체험교육 사업비로 사용된다.

배병우는 2005년 가수 엘튼 존이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소나무’ 작품을 1만5000파운드(약 2764만원)에 구입하면서 화제가 됐고, 2010년에는 90주년을 맞은 세계적인 음악 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포스터 이미지로 그의 소나무 사진이 채택돼 뉴스메이커가 되기도 했다.

“요즘은 사진이 대중화돼 누구나 사진을 촬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사진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자연은 사람과 같아요. 자연의 정신이 담긴 사진을 찍어야 사진의 가치가 남게 됩니다.”

한편 그는 경주에서 열리는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에 맞춰 한국적 미학을 세계인에 전하는 배병우 사진전을 8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마련한다. 이 전시에는 소나무, 바다, 섬 등을 소재로 한국 정서가 밀도있게 담긴 풍경 사진들을 비롯,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스페인의 알람브라궁, 서울의 창덕궁을 담은 건축물 연작도 전시된다. (054)745-7075.

<유인화 경향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rhew@kyunghyang.com>

문화내시경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