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수당도 못받는 ‘커피전문점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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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이라는 게 있다. 노동법에 엄연히 나와 있는 이 주휴수당은 알바든 비정규직이든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면 1일치 임금을 유급휴일로 주게 되어 있는 조항이다. 즉 최저임금 4320원을 받으며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라면 5200원이 실제 시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32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5000원짜리 한 장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참 알량한데, 4320원으로는 물가가 워낙 올라 밥 한 끼 사먹기도 어렵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알바 사이트에 들어가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커피빈이니 스타벅스, 카페베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인데 그들은 함부로 알바생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향긋한 커피 향기와 함께 하는 스타벅스 ‘파트너’가 되세요! 최저임금보다 10원도 더 안 주고 4320원만 주겠지만! 개인사업자가 하는 카페는 간혹 인심 좋게 4500원도 주고 그러는데 정말 이런 데는 10원도 더함 없이 꼭 최저임금만 준다. 내 시간당 임금보다 비싼 커피 향기를 맡으면서 커피를 팔다보면 아무래도 복잡한 기분이 안 될 수가 없다. 

그래도 그 기분 떨치고 일하려면 자부심을 갖는 수밖에. 난 이곳의 일개 알바생이 아니다, 나는 ‘파트너’다! 4320원짜리긴 하지만! 게다가 나는 지금 공정무역 커피를 팔고 있다! 주휴수당 떼먹히고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긴 하지만! 

게다가 이런 대우도 받고 싶다고 다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스물다섯만 넘으면 알바생 되기도 힘들다.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2년 전 연령차별금지법이 적용되어 구인광고에 연령제한을 둘 수 없게 되어 있지만 비정규직은 그런 것 없다. 몇 살 이상은 안 받는다고 대놓고 써 있어서, 스물다섯만 넘으면 사실상 착취당할 기회도 별로 없다. 사실 고용계약서를 쓰면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사업장은 거의 없기 때문에, 나는 작년에 나이를 몇 살 깎고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뭐 큰일은 없었지만 사업장 측에서 나를 속이려 들 때도 전혀 보호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라 좋아할 일이 아니다. 

‘88만원 세대 노조’라 불리는 <청년유니온>이 주휴수당을 처음으로 공론화시켰다. 카페베네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던 조합원이 주휴수당을 청구해서, 청년유니온은  3년 전 떼인 돈까지 받아주겠다며 착취당한 젊은이들의 권리를 열심히 찾고 있다. 좋은 일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나약하고 자기밖에 모르고 결집이 안 된다며 마구 비판하던 어른들에게 열심히 이 소식을 알리고 싶다. 다들 어떻게든 살고 있다고.

나도 벌써 서른이 넘어서 나 ‘요즘 애’들 아니라고 늘 말하고 다니는데 말이 잘 안 먹힌다. 젊은 애들이 다들 열심히 사느라 글씨 같은 걸 안 써서 그런 모양이다. 88만원은커녕 44만원도 못 버니 88만원 세대에는 어쩔 수 없이 끼긴 한다. 

[2030 세상읽기]주휴수당도 못받는 ‘커피전문점 파트너’

좌파고 우파고 어른들이 요즘 애들 걱정 참 많이 한다. 요즘 애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어쩌냐, 혹은 애들이 나약해서 어쩌냐, 어쩌냐, 어쩌냐. 그런데 주로 입으로들 하신다. 그동안 나를 붙잡고 88만원 세대 안부 걱정한 분들에게 그럼 나를 88만원 세대 대표로 생각하시라며 1000원씩만 걷었어도 쏠쏠했을 텐데 나도 참 생각이 짧았지, 다들 나를 붙잡고 88만원 세대 안위를 걱정하는 사려 깊은 어른 노릇 잘하신 후 기분 좋아지셔서 각자 제 갈 길 가시는 바람에 이야기 들어드리느라 나만 힘들었다. 억울하다. 

청년유니온에서는 청년끼리 서로 돕기 위한 청년호혜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후원의 밤을 연다고 한다. 10월 1일, 토요일 문래동 대안공간 ‘문’이다. 요즘 애들 걱정되는 어른들이 가서 술 좀 드셔서 부디 내 억울함 좀 풀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김현진<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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