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 땅부자는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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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농업이 중요했던 만큼 땅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그래서인지 땅은 부(富)의 중요한 가치척도였다.

강남의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되는 롯데칠성음료 서초동 물류센터 부지. |연합뉴스

강남의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되는 롯데칠성음료 서초동 물류센터 부지. |연합뉴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이나 홍콩처럼 면적이 좁고, 인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땅값이 비싸다. 하지만 땅을 투기대상으로 삼거나 재테크 수단이 되는 나라는 별로 없다. 수년 전 미국 언론에서 한국인의 미국내 땅투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을 만큼 땅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집착에 가깝다. 사실 재벌 중에서도 ‘땅 재벌’을 최고로 치는 게 우리 현실이다. 금융기관조차 담보대출을 할 때 신기술이나 지적재산권 같은 무형자산보다 땅을 선호한다.

때문인지 한국 재벌그룹도 땅에 집착한다. 실제로 재벌그룹이 보유한 땅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자산 순위 10대 재벌그룹의 581개 계열사가 보유한 토지 공시지가를 조사해보니 61조원에 달했다. 2009년 말의 58조5000억원보다 2조5000억원이 늘어났고, 2008년의 54조원에 비해서는 무려 7조원이나 증가했다.

10대 재벌그룹 중에서 최고 땅부자는 롯데그룹이었다. 롯데그룹의 78개 계열사가 보유한 토지 공시지가는 작년 말 기준으로 13조900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7000억원가량 증가했다.특히 롯데그룹의 토지 공시지가는 유형, 무형 자산을 모두 합친 전체 자산의 17%를 차지해 재산의 5분의 1은 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10대그룹이 기록한 자산 대비 토지비중 평균치 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최고 재벌인 삼성그룹의 78개 계열사가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13조5000억원에 달했다. 롯데그룹보다는 적었지만, 역시 땅부자 재벌이라고 하기엔 손색이 없다.

현대차그룹(63개사)은 현대건설 인수 등에 힘입어 전년보다 6.6% 증가한 8조1000억원에 달했고, SK그룹(86개사)도 6조2000억원에 달했다.

뒤를 이어서 LG그룹(59개사)이 4조9000억원, GS그룹(76개사)이 4조2000억원, 한화그룹(55개사)이 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그룹, 두산그룹, 한진그룹도 전년보다 4~6%가량 증가해 1조8000억~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지 공시지가는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가와는 평균 20% 정도 낮게 평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10대그룹이 보유한 전체 토지 시가는 75조원에서 80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10대그룹이 보유한 토지 면적이다. 대부분 실제 보유 면적을 정확히 공개하진 않았지만, 581개 계열사 중 토지면적을 밝힌 270개 계열사의 면적이 1억5000만㎡으로 집계됐다. 10대그룹 전체 계열사의 절반도 안되는 회사가 보유한 땅만 해도 여의도 면적(449만㎡=제방 바깥 한강둔치 포함)의 33.4배에 달하는 것이다.

회사별로 보면 토지 공시지가가 1조원 이상을 기록한 회사가 13개사나 됐고, 토지 면적이 1,000만㎡ 이상에 이른 땅부자 회사 2곳을 포함해 100만㎡ 이상의 대규모 토지를 가진 계열사도 20여개나 됐다.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재벌그룹들 중 상당수가 계열사들끼리 땅을 사고판다는 점이다. 지난해 10대그룹 가운데 계열사끼리 땅을 거래한 곳이 80여개사에 이른다. 적정한 가격으로 사고파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혹여 변칙적인 거래로 부를 이동하는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chaebul@chae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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