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상식 밖 ‘배당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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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닷컴이 현금배당을 실시한 3400개 회사를 조사한 결과 배당액이 1억원 이상인 사람은 1700여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600명가량이 증가한 것이다. 이 중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합쳐 배당금이 100억원이 넘은 이른바 ‘슈퍼 배당갑부’는 31명이었다. 이도 전년보다 2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상장사와 비상자사에서 올해 배당액이 지난해보다 대폭 증가했다. 사진은 증시 시세판. |연합뉴스

상장사와 비상자사에서 올해 배당액이 지난해보다 대폭 증가했다. 사진은 증시 시세판. |연합뉴스

눈길을 끈 것은 100억대 배당갑부 가운데 25명이 재벌 총수이거나 가족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재계에선 재벌가의 ‘배당잔치’가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유독 올해 고액 배당자가 많았을까. 궁금증의 실마리는 비상장사의 무차별적인 ‘통 큰 배당’에 있었다. 조사 결과 올해 비상장사에서 100억대의 고액 배당을 받은 대주주는 지난해 6명에서 올해 14명으로 무려 2.3배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상장사의 100억대 배당수령자 13명보다 1명이 더 많은 수치이고, 비상장사 100억대 배당자가 상장사의 배당자를 추월한 것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비상장사는 한국거래소에 주식이 상장되어 있지 않은 회사다. 때문에 경영상황이 공개되어 있지 않고, 지분 분산도 이루어지지 않아 대부분 오너 가족이 대주주로 있다.

이들 비상장사에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존재하지만, 형식적일 뿐 유명무실하다. 거수기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조차도 없다. 그러니 대주주의 의사결정이 곧 회사 경영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

당연히 회사의 현금 유동성이 큰 영향을 미치는 배당금 결정도 대주주 마음 먹기에 달렸다. 실제 올해 100억대 배당자의 배당 출처를 보면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챙긴 대주주가 절반이 넘었다. 어떤 회사는 적자를 내고도 대주주에세 100억원대의 배당금 폭탄을 선물했다. 회사야 어찌됐건 제몫만 챙긴 셈이니, 법적인 문제를 떠나 기업주의 도의적인 ‘모럴 해저드’가 아닐 수 없다.

흥미로운 점은 왜 이들이 올해 ‘상식 밖’의 거액 배당금을 챙겼느냐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거액 배당금의 출처와 사용처를 두고 이런저런 뒷담화도 오간다.

실제 2000억원대의 배당금을 받은 한 인사는 방송사업 진출을 위한 밑천으로 사용하기 위해 유례없는 배당금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고, 500억원대 배당금을 받은 대주주는 지난해 주식투자로 날린 채무를 갚으려고 배당금을 챙겼다는 관측이다.

또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재벌그룹 총수 2세는 회사 지분을 늘리기 위한 재원 마련 차원이라는 내부 소식통의 전언이었고, 어떤 이는 회사를 처분하기 전에 알토란 같은 회삿돈을 합법적으로 빼내려고 고액 배당을 실시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해외에서 날린 도박빚을 갚았다는 말도 있고, 오너 자녀들의 유학비를 대기 위해 고액 배당을 결정했다는 얘기도 있다.

심지어 대주주에게 고액 배당금을 지급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가 보유한 토지를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까지 받은 회사가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문까지 오간다.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chaebul@chae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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